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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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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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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옥주(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에 발생한 강도 5.8의 경주지진의 여파가 불행 중 다행으로 핵발전소 안전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후 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 고도의 원전밀집도, 활성단층위에 건설된 원자력발전소 등 다양한 위험요소들이 중첩되어 있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들을 모색할 필요가 절실하게 요구되는바, 이글에서는 의회유보원칙의 준수, 국민의 알권리 보장,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참여 보장에서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였다.

헌법 제1조에서 천명하고 있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주권이 항상 직접적인 방법으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헌법에서는 국민이 대표자인 국회의원을 선출하여 그들이 국민의 의사를 대의하도록 하는 대의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현행 헌법 하에서 보장된 기본권과 지방자치제도를 통해 국민주권을 실질화 하는 것이다.

핵에너지와 관련하여 국민주권의 실질화는 먼저 '의회유보원칙'을 통한 의회기능의 강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국가조직이나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중요한 사항을 의원들이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여야 하며 하위의 행정법규로 위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핵발전소의 건설, 수명연장, 방폐장의 건설 등은 국민의 건강권, 환경권, 경제권 등의 실현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으므로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하여 중요한 사항들에 대하여 엄격하게 의회유보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핵에너지와 관련된 KalkarⅠ사건에서 처음으로 의회유보원칙을 개발하였는데, "법적으로 시민에 대한 평화로운 핵에너지의 사용을 허용할지 문제에서 기본원칙에 대한 규범적 결정은 원칙적·근본적으로 법률의 유보하에 있어서 입법자가 단독으로 결정을 해야 한다. 이는 특히 시민의 자유권, 평등권, 일반적인 생활관계와 필연적으로 결부되어 있는 규정의 종류와 강도 때문이다"고 설시하고 있다.

헌법상 보호되는 기본권인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핵에너지와 관련된 사업처럼 갈등을 많이 내포하고 있는 사업일수록 충분한 정보제공을 기반으로 하여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통해 국민들의 알권리가 실현되고 있으나 핵에너지와 관련된 정보는 많은 경우 동법 제9조 제1항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각호 2.),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거나(각호 5.), 법인 또는 개인의 영업·경영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각호 7.)라고 하여 비공개로 결정된다. 비공개정보를 협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원자력발전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후 원전폐기에 따른 최종저장시설 설비를 건설하기 위하여 연방의회에서 고준위방사능폐기물저장을 위한 시민포럼위원회(»Bürgerforum Kommission Lagerung hoch radioaktiver Abfallstoffe«)를 구성하였다. 위원회는 'Nuklearia'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고 진행상황을 보고하며 다양한 주제별로 학술논문, 정보 등을 게시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받고 있는 점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에 있어서 주민투표를 비롯한 정보공개, 의견수렴 등의 주민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이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법과 주민투표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있어서 주민들에게 다양한 참여를 보장한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사업과 관련하여서는 주민참여가 매우 제한된다. 참여의 전제가 되는 주민의 알권리의 보장이 미흡하다. 또한 원자력발전소사업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국가사무에 속하는데, 주민투표법 제7조 2호에 따라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한 사무는 국가사무로서 주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중앙행정기관이 중요국가정책에 주민의견수렴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주민투표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요행정기관은 주민투표 결과에 기속되지 않고 의견수렴차원에서 활용할 뿐이다. 이러한 법적 구조속에서 원자력발전소 설립, 수명연장, 방폐장 건설 등으로 인해 직접 기본권침해를 받는 당사자인 주민들이 이러한 사업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탈핵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다는 것은 탈핵에 성공한 독일의 탈핵운동사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독일의 탈핵 성공요인은 수십 년간 멈추지 않은 운동의 끈질김(Beharrlichkeit)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하여 전국적인 연대로 확장하고, 종국적으로 녹색당을 의회에 진출하게 한 운동전략의 우수성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 | 신옥주

현재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로 재직중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와 동 대학원 졸, 독일 마부륵의 필립스대학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법제처 법령해석심사위원, 헌법재판소 발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