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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의 미래시대에 적합한 정치이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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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FICIAL INTELLIGENCE
Gettyimagebank/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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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면희(성균관대 초빙교수, 공동선정책연구소 대표)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과학기술 분야는 확실하게 인공지능(AI)이라고 해야 할 것인데, 이것은 기존에 산업혁명을 일구어낸 핵심 분야와 선명하게 구분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폭발성을 띤 것일 수밖에 없고, 이로써 향후 사회운영의 키인 정치이념에도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제1,2,3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분야로는 증기기관과 컨베이어 대량생산 시스템, 그리고 정보화 기술을 꼽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분야는 모두 인간 정신의 기술적 고도화에 따른 응용의 산물이었다. 반면 AI는 정신의 사용 대상인 기술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주체로서의 정신 그 자체를 구현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객이 주인이 되는 기술상의 상전벽해가 일어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물론 AI가 인간의 정신을 동일한 의미로 실현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 지능을 뺨치거나 월등히 추월하는 방식으로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감의 시선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AI의 탁월함은 그것에 반영된 학습 프로그램에서 기인한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보다 많이, 보다 빠르게 직렬형으로 처리하는 학습이었지만, 이제는 성큼 딥러닝deep learning의 지평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것은 인간의 뉴런이 병렬형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과 흡사하게 신경망컴퓨터의 정보처리 형태로 개선되었다. 최근에는 정보화기술의 약진과 빅데이터의 구축에 힘입어 단순한 입출력 매개의 형태에서 벗어나 입력과 출력 사이에 여러 은닉층을 두는 복합적 알고리즘을 구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시행착오에 따른 오류제거의 과학철학 방법에 따라 승패에 값어치를 매겨 경험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기억하여 실행함으로써 성공이라는 목표에 성큼 다가서기에 이른 것이다.

AI의 성공이 초고속으로 이루어지는 까닭에 일반인은 물론 프로그램 개발자조차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정도다. 상징적 사건은 금년 3월에 경우의 수가 무한에 가까운 바둑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 이세돌을 4승1패로 꺾는 파란을 일으킨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무서운 기세는 이미 다른 분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뉴욕 월가에서는 금융인력 15만명이 최근 10년 사이에 1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 AI의 금융분석 도입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2016년 여름에 치료 중인 암환자의 2차 발병 원인을 기존 의료진이 찾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AI 의사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병인과 처방을 정확히 일러 받음으로써 환자의 상태를 개선시켰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그동안 전문분야라고 일컫던 금융 및 의료 영역마저 AI에 의해 대거 대체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공장의 단순노동에서 시작하여 연산적 치환이 가능한 지능적 업무 분야에 이르기까지 기계와 로봇, AI가 일자리를 대거 잠식하게 되는 사태는 분명히 우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만간 닥칠 미래를 보는 견해를 둘로 분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나는 과학자 특유의 낙관의 시각이다. 이는 산업혁명 초기에 영국서 일어났던 러다이트, 즉 기계파괴운동이 빗나간 것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고 또 기술이 항상 낡은 일자리를 도태시켰지만 새 일자리를 창출한 것처럼 AI의 혁명을 기대해도 좋다는 입장이다. 필자 역시 이 견해에 다소 공감한다.

그러나 문제는 AI가 인간 정신의 수단적 기술이라기보다는 정신 자체를 구현하는 목적적 기술이라는 점에서 장차 인간과 동급의 반열에, 그것도 연산적 기능에서는 더 빼어난 형태로 등극하게 된다는 데 있다. 이에 다른 하나의 견해인 위기의 시각에서 AI를 조망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21세기의 인류는 위험사회risk society에 진입한 상태인데, 세 가지 구조적 위험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가 글로벌 금융위기이고, 둘째가 환경위기이며, 셋째가 종교간 갈등에 따른 테러의 일상화에 따른 위기이다. 그런데 조만간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 할 사태에 직면했다고 여겨진다. 넷째로 AI로 인한 일자리 위기가 그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존의 해법인 정치적 제3의 길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물며 전래의 제1,2노선이었던 자본주의와 마르크스적 사회주의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여겨진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에 AI를 진입시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데 고무될 것이고, 경제적 공리주의 역시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서 이를 반기는 낙관론의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결국 AI 통제권을 갖는 자본에게는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창조적 영역에서 비켜선 노동자 대다수는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 뻔하다. 이런 지형에서는 사회주의적 접근이 보다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에게도 그 필요에 따른 충족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기본소득을 포함한 보편적 복지정책을 펼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다만 현존 사회주의에서 비일비재하게 야기된 것처럼 AI 활용에 따른 이익을 국가 권력을 강화하는 데 쓰면서 인간 개인의 자유를 더욱 옭죄는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이 염려스럽다.

산업문명의 두 체제는 위험사회를 초래하거나 방조한 데 따른 책임이 있으므로 AI 위험사태를 바르게 푸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위험사회에 대한 바른 대처가 요구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와 연루된 원천 자체를 폐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금융 경제와 자연의 문화적 활용, 종교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듯이 AI의 과학기술을 제거하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I 과학기술이 사회적 강자 집단인 선진국이나 다국적기업, 자본에 의해 오도되지 않도록 사회의 건강한 제어control에 놓이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사회가 대의 민주주의를 넘어 참여와 숙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단계로 한층 성숙해져야 함을 요청한다. 우선 시장에 AI가 유입되어 그 혜택이 사회적 약자에게도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가운데 지능의 연산적 치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새 분야를 개척하여 일자리가 계속 이어지도록 한다. 다음으로 시장이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공동체의 건강성을 지키는 데 요구되는 사회적 일자리를 최대한 만들어서 국가가 지원토록 함으로써 노동능력을 갖춘 사람들 모두에게 일에 따른 사회적 삯을 지급토록 해야 한다. 끝으로 노동능력을 결여한 사람들에게 보편적 복지 혜택을 주도록 해야 한다. 즉, AI가 사회 공동선에 기여해야 함을 뜻한다.

AI가 사회적 재원을 만드는 데 기여토록 사회가 민주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면, AI는 재앙이 아니라 축복일 수 있다. 다만 필자는 노동능력을 갖춘 자가 일하지 않는 상태에서 평생토록 기본소득을 보장받게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인간으로서 누구나 자유로운 자아실현의 동기를 구현하여 사회적 자존감을 갖도록 인도해야 하는데, 행여나 기본소득의 보장으로 이를 차단하는 것은 오히려 불행이므로 그것이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따른 지원의 성격으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때 인간 각자의 자유와 사회적 자존감의 존중, 공동선의 기여라는 핵심 개념이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두 체제에 의해 이룩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AI로 인한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여 사회제도와 그 정치이념도 새롭게 창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글 | 한면희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와 공동선정책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과거 생태철학자로서 대안적인 녹색대학의 대표(교수)와 한국환경철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초록문명론>과 <미래세대와 생태윤리> 등의 저서를 출간했고, 환경정의연구소 소장으로 아토피 자녀의 어머니들과 교류하면서 갖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생태의학의 지평을 여는 데도 애를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치철학자로서 <제3정치 콘서트>를 출간하는 등 공동선과 사랑의 정치를 본원적으로 실현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알 림> 국민의제 제 10차 공개 민회

국민의제 10차 민회는 한면희 교수(공동선정책연구소 대표)의 "과학기술과 AI, 그리고 미래 문명사회"를 주제로 한 발표와 이어지는 대담토론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일시 : 2016.09.28(수) 19:00 - 21:00
◈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5길 29 태화빌딩 지하1층 회의실(종각역 3번 출구)
◈ 대상 : 누구나
◈ 참가비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