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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화학제품 위험, 어떻게 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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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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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동욱(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정부가 허가해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폐 손상을 비롯한 여러 건강피해를 입혔다. 8월말 기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4,486명(1~3차; 1,282명, 4차 접수 중; 3,204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693명이다. 신고자 중 실제적으로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피해자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확정되진 않았지만,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일어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화학물질 중독 참사이다. 생활화학제품이 이런 참사를 초래한 것을 대중들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생활화학제품을 믿고 쓸 수 있는 것인지가 대중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제품에 표시된 화학물질 성분, 독성, 위험 등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비롯해 어린이나 환자들이 노출되어도 괜찮은 것인지 등으로 소비자는 매우 혼란스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활화학제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의 위험 정보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학물질 독성 정보 참고할 수준에 불과하다

화학물질의 독성 정보는 단기간에 표준조건에서 건강한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독성 정보는 화학물질에 대한 방어력이 약한 민감한 그룹(어린이, 환자, 노인, 임산부 등)은 물론 건강한 사람에게도 단순하게 대입할 수는 없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 수는 45,000 여 종이고 매년 400여 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시장에 나온다. 상업용 화학물질인 경우 믿을 만한 독성정보가 없는 비율이 85 %가 넘는다고 한다. 허가된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할 때 동물실험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건강영향들이 상당히 드러난 후에야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원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건강영향 피해 사례를 모니터링하는 감시체계가 없어 생활화학제품 사용으로 인한 영향이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소를 잃었는지" 조차도 모르는 실정이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수많은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는 개인의 피해로 끝나 버리는 것이다.

1940년대 개발됐던 농약인 DDT는 동물실험을 통해, 사람은 물론 환경에도 안전할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폭발적인 살충 효과로 기적의 농약으로 환영을 받았지만 사용과정에서 암, 생식독성, 기형 등을 유발하고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위험을 일으키는 것이 밝혀졌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허가과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간단한 동물실험을 거쳐 모든 화학물질은 허가되고 사용될 수밖에 없다. 또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에 들어간 화학물질의 위험을 예측하는 것도 과학적으로 한계가 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위험은 달라지기 때문에 동물실험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위험이 생길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었던 PHMG, PGH, CMIT/MIT의 폐 손상, 사망 등 건강영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었고 가습기 외 다른 제품의 사용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위험들이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피해 원인을 밝히기 위한 동물실험에서 폐 손상을 일으킨 PHMG, PGH가 들어있는 6개 제품만을 사용금지했다. 그러나 2012년, CMIT/MIT를 함유한 제품을 사용한 사람에게서 동물실험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폐 손상 등이 나타났다. 동물실험결과에 근거해서 금지 대상 제품을 결정한 정부 조치가 부분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동물실험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건강영향이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견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동물실험으로 건강영향과 생태계에 끼치는 다양한 위험을 완전하게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스스로 화학물질의 위험을 완벽하게 평가하고 검증하는 데 많은 돈을 들이지 않으며, 정부가 정한 기준만 통과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뿐이다. 대부분의 생활화학제품에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화학물질이 들어 있고, 이들은 건강은 물론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일으킨다고 보면 틀림없다. 화학물질이 본래 갖고 있는 독성의 범위는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 영향(위험)이 나타나지 않게 관리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화학물질의 위험정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독성과 노출이다. 화학물질이 갖고 있는 고유한 성질인 독성을 억누르는 방법은 화학물질이나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제품의 사용(노출)을 피하거나 줄이는 것이다. 화학물질의 위험은 사용횟수와 사용시간인 노출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독성이 큰 화학물질이라도 쓰지 않거나 가끔 사용하면 그 위험은 나타나지 않는다. 자동차가 사고 위험이 있지만 타지 않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생활 화학제품 사용을 피하거나 줄이자

생활화학제품의 대부분이 때·기름 제거, 살충·살균, 그리고 향기와 색깔을 내게 하는 것들이다. 당연히 독성이 큰 화학물질들이 제품에 사용되며, 이들은 편리함을 주지만 건강이나 생태계에 좋을 것은 없다. 특히 화학물질에 민감한 어린이, 환자, 임산부, 노인 등에게는 더욱 그렇다. 가급적 생활화학용품의 사용을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용 횟수와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이다. 2011년에 질병관리본부 "폐 손상조사위원회"에 참여해서 가습기 살균제 노출을 평가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의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조사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그 동안 국제 학술지에 가습기 살균제 관련 3편 논문을 교신 저자로 게재했다.

● Exposure characteristics of familial cases of lung injury associated with the use of humidifier disinfectants, Environmental Health 2014, 13:70
● Relationship between exposure to household humidifier disinfectants and risk of lung injury: a family-based study, PLOS ONE, 2015 DOI:10.1371/journal.pone.0124610
● Estimating Retrospective Exposure of Household Humidifier Disinfectants , In door Air, 25(6), 2015, 631-640

<알 림> 국민의제 제 10차 공개 민회

국민의제 10차 민회는 한면희 교수(공동선정책연구소 대표)의 "과학기술과 AI, 그리고 미래 문명사회"를 주제로 한 발표와 이어지는 대담토론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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