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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거울로 비춰보는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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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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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면희(성균관대 초빙교수, 공동선정책연구소 대표)

사람들 마음을 들뜨게 하는 추석이 다가왔지만, 이를 마냥 기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분들도 있다. 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맞으면, 한쪽에서는 떠들썩하게 신명나는 일이 벌어지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일하느라 분주하다. 바쁘게 일하는 쪽은 대부분 여성이다. 일이 많고 고될수록 여성들의 피로도는 가중된다.

많은 남성들은 1년에 두어 번 찾아오는 명절인 만큼 다소 힘들더라도 그냥 참고 지내라는 태도를 갖고 있다. 전형적인 가부장제 자세다. 그런데 바로 이런 의식 상태가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적 관계 속에서도 지속됨으로써 온갖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데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회의 건강성은 제도의 영향도 적지는 않겠지만 무엇보다도 바른 성품을 갖춘 구성원들에 의해 이룩된다. 좋은 성품을 갖는 인격은 주로 가정서 조성되는 부모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남성들의 가부정적 권위주의가 가정의 불화를 초래하고, 이런 분위기가 자녀의 성격 형성에 이상을 초래한다면 그 사회는 밝아지기 어렵다. 그렇다면 여성들과 자녀들을 괴롭고 힘들게 만드는 요인을 청산하는 것은 곧 사회를 희망차게 만드는 지름길이 된다고도 볼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태동한 페미니즘의 사조에서 구하는 것도 좋은 방도라고 여겨진다.

최초의 흐름을 조성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여성도 남성만큼 이성적이어서 다양한 현실적 사태 속에서 자유롭게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으므로 합리적으로 다가가야 할 사회적 역할에 대해 여성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소 미흡하지만 어느덧 이런 세상에 가까이 다가왔다. 이 시각에서 본다면, 남성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일을 행하는 여성에게 문화적 가사인 추석 상차림과 처리의 부담을 전담시키는 것은 불공정하고, 전업주부에게도 과중한 것이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유로운 선택적 판단에 따라 추석을 안 지낼 수도 있고, 또 지내더라도 남녀노소가 분담토록 요구할 것이다.

마르크스적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필요로 하는 사회적 산물을 얻고자 할 때 협력의 실천적 노동을 통해 구현함으로써 비로소 인간성이 완성될 수 있으므로 여성 역시 인간다워지기 위해서라도 사회로 나와야 할 것을 주창하였고, 이에 따라 여성의 공적인 산업 투입과 가사의 사회화를 핵심 원리로 내세웠다. 이 시각에서 보면, 사회주의 이전에 형성된 추석이라는 전통문화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로 모아질 터인데, 대체로 그 의미가 약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전체주의 성향이 깔려 있는 만큼 사적인 개인이나 가족은 사회에 비해 그 가치가 약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제3의 물결로 형성된 급진적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의 뿌리를 완전히 캐내어버릴 기세이고 심지어 자녀를 낳는 재생산 생물학의 주도권을 여성이 직접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가부장적 유산으로 점철된 추석을 소멸토록 약화시키거나 완전히 탈바꿈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조신하면서 순종적인 여성의 이미지 문화와 강인하면서 근육질인 남성의 이미지 문화를 바꾸고자 청바지를 북북 찢어서 야성미를 가미한 형태로 여성이 착용토록 하였고, 남성에게도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귀걸이를 달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는 누구에게나 자유를 선사했고, 사회주의는 여성 모두에게 사회적 역할을 부여했으며, 급진주의는 뼈 속까지 침투한 가부장제의 의식과 문화를 바깥으로 들추어내어 청산코자 했으므로 다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늘 과잉으로 미끄럼을 탈 소지가 있어서 다소 우려스럽기도 하다.

예컨대 개인주의적 자유주의가 횡행할 경우, 추석 때마다 개인이나 제 가족만으로 여행을 떠나 각자의 편안함을 추구할 수 있겠지만 이로써 부모와 형제, 친족으로 이루어진 가족 공동체의 우애는 점차 실종될 것이다. 사회주의에서는 국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전인적 인격을 형성하는 기반인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는 문제를 낳을 터인데, 추석마저 권력의 과도한 개입으로 참 뜻이 왜곡될 것이다. 급진적 페미니즘 속에서는 갈피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헝클어지는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한류는 최근 들어 물질적 세속주의로 미끄럼을 타는 것 같아서 안타깝지만, 초창기의 드라마에서는 소중한 공동체적 가치를 담아냄으로써 여러 나라에서 커다란 공감을 일구어내곤 하였다. 겨울연가에서는 여성에게 지순한 사랑을 바치는 남성의 상을, 대장금에서는 약자에게도 아낌없이 베푸는 의술을, 그리고 기타 등등에서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헌신과 형제간의 깊은 우애 등을 아름답게 그려냄으로써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맞이하여 각 가정마다 벌어지는 진풍경들을 한류 드라마로 소화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새로운 추석문화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려면 모두가 지키고자 애를 써야 할 핵심 가치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모두 선대 조상에 뿌리를 둔 시간적 종축의 연계적 존재이면서 공간적 횡축으로는 각자가 자신의 고유성을 아름답게 피어나게 할 자아 존재이다. 남성만이 아닌 여성도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존중하고, 각자의 자아실현이 더불어 인연을 맺고 있는 부모와 형제, 친족, 이웃에게 공동의 즐거움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형제자매애를 실천해야 한다. 동아시아 전통의 우애 공동체에 서구적 자유의 가치를 피어나게 하는 새로운 사조를 탄생시켜서 이를 생활 속에서 뿌리 내도록 할 때 마침내 여성에게도 추석은 즐겁고 신나는 명절이 될 것으로 꿈을 꾸어본다. 아름다운 페미니즘은 여성만이 아닌 남성도 동일 주체로 참여토록 인도할 때 세상을 더욱 밝게 조성할 것이다.

글 | 한면희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와 공동선정책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과거 생태철학자로서 대안적인 녹색대학의 대표(교수)와 한국환경철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초록문명론>과 <미래세대와 생태윤리> 등의 저서를 출간했고, 환경정의연구소 소장으로 아토피 자녀의 어머니들과 교류하면서 갖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생태의학의 지평을 여는 데도 애를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치철학자로서 <제3정치 콘서트>를 출간하는 등 공동선과 사랑의 정치를 본원적으로 실현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알 림> 국민의제 제 10차 공개 민회

국민의제 10차 민회는 한면희 교수(공동선정책연구소 대표)의 "과학기술과 AI, 그리고 미래 문명사회"를 주제로 한 발표와 이어지는 대담토론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일시 : 2016.09.28(수) 19:00 - 21:00
◈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5길 29 태화빌딩 지하1층 회의실(종각역 3번 출구)
◈ 대상 : 누구나
◈ 참가비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