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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참모들의 위험한 '집단사고'와 '집단극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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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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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비교정치학)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는 하루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힘들고, 짜증나게 한다. 폭염보다도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만드는 일은 아마도 연일 언론보도를 채우고 있는 정부와 여야정치권의 싸움, 정부와 시민단체간의 대립이다. 대표적인 싸움은 개성공단 폐쇄 사태, 사드사태, 이대사태, 교육부 대학 구조조정 사태, 우병우 사태이다.

어쩌다가 대립이 그치질 않고, 계속 되는 것일까? 아무리 좋은 정책의 방향이라 할지라도, 정부는 충분한 시간과 절차를 갖고 이해당사자들의 동의와 지지를 구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야권과 시민단체에게도 일정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 정부의 정책을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그것을 핑계로 삼아서 자신의 또 다른 극단적인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태도가 대립과 증오의 골을 더욱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임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사태들의 1차적인 책임은 정부와 청와대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위에 언급한 다섯 가지의 사태에서 드러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대립의 발단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 민주적인 절차와 동의과정이 부족했고, 뒤따르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배척한다는 점에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통령과 청와대의 일방적인 결정과 배타적인 갈등관리가 문제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인 사드 배치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성주 군민 그리고 야당과 시민단체에게도 중요한 이슈다. 따라서 대통령은 사드배치 여부에 대해 국익의 관점에서 충분한 시간과 절차를 통해 야당과 정보를 공유하고 이해당사자들을 상대로 하여 옳고 그름을 토론하면서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국가안보를 위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해당사자들의 동의와 지지를 받는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대 사태의 대립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학생들의 저항을 불러온 총장의 일방적인 태도가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부의 정책을 거부하면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하는 학교 측의 걱정을 고려한다면,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하는 교육부의 일방적인 태도에 더 큰 문제가 있다. 고졸 출신 직장인을 교육하고 평생학습을 장려한다는 교육부 정책의 취지가 제 아무리 좋을지라도, 어렵게 입학한 학생들의 불안한 처지를 충분히 고려했더라면, 총장과 학생들에게 그것의 수용여부를 토론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주어져야 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교육부는 총장과 학생들에게 이를 허용하지 않아 양자를 서로 이간질하고 대립시키는 사태를 만들었다.

우병우 사태도 개인비리의혹에서 정권불신으로 국면이 바뀌고 있다. 당초 우 수석의 비리의혹에 맞서 야권과 시민단체는 우 수석의 퇴진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우병우 수석을 구하기 위해 이석수 감찰관의 감찰유출(?)을 '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이 감찰관의 무력화를 시도하자 야권과 언론의 극한 반발이 일어났다. <한겨레>는 "자신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을 죽이면서까지 우 수석을 살리려 안간힘을 쓰는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사고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라고 비판했다. <조선>은 "청와대가 우 수석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개인 비리 문제가 이젠 정권 차원의 문제로 커져버렸다"며 "청와대의 판단력이 단단히 고장 나 있지 않고서야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수석을 보호하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는 비단 이번만 비상식적인 것이 아니었다.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 대학구조조정 등 일련의 사태에서 반복적으로 비상식적이었으며 독단적이었다. 이번 우 수석 사태도 앞선 사례들의 연장에 불과하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일관된 비상식적인 독단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태도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마도 의사결정방식에 있어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집단 사고'(group thinking)와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승민 공천배제와 친박계에 대한 선거운동개입 논란에서 드러난 것처럼, 평소 대통령의 스타일이 배신자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충성파에 대한 철저한 신뢰와 보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집단 사고'와 '집단 극단화'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1961년 초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미국 CIA는 쿠바난민을 이용하여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카스트로 정권을 붕괴시키자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계획은 보통 사람이 보아도 허점투성이의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네디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결과는 아주 비참하게 실패했다. 실패한 이후 케네디 대통령은 "내가 어쩌다 그런 어리석은 계획을 추진했을까"라고 한탄했다. 그 답은 케네디 참모들이 무능력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참모진들의 경륜과 능력에도 불구하고, 참모들 가운데 그 누구도 대통령 앞에서 침공에 반대하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른바, "집단사고"에 있었다.

"집단 사고"는 의사결정에서 최고의사결정자의 뜻을 거스르는 반대의견을 말하기가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집단 사고"란 의사결정과정에서 만장일치라는 동조의 압력으로 인해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합의에 도달하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양식이다. 또한 케네디 대통령의 실패는 '집단 극단화'로도 설명된다. '집단 극단화'란 다른 말로 '집단 편향성 동화'로도 번역되며, 성향이 비슷한 동질적인 사람끼리 모여서 토론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토론 후에는 더욱 극단적으로 보수적이거나 극단적으로 위험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친밀도가 높은 사람들끼리 의사결정을 할 경우, 치열한 논쟁과 토론 및 숙의를 통해 가장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보다는, 보다 쉽게 극단적인 방향으로 의견이 쏠리기 쉽다. 쿠바 피그만 침공 결정을 내릴 당시 케네디 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안보보좌관, CIA국장 등 주요 인사들은 출신학교도 대부분 하버드였고, 서로 친밀한 사이였다. 높은 친밀감속에서 '내집단에 대한 애착'과 더불어 '외집단에 대한 배척감'이 높아지면서 피그만 침공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이 나오게 된 것이다.

'집단 사고'와 '집단 극단화'는 대통령과 참모들의 잘못된 태도결정뿐만 아니라 한국 계파정치가 어떻게 정당과 국회의 파당적 대립을 초래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응집력이 강한 계파들의 '집단 극단화'가 결국 '정당의 극단화'와 '국회의 극단화'라는 '정치적 양극화'로 나아간다. 집단 극단화는 진보계파를 더욱 극진보로, 보수계파를 더욱 극보수로 편향되게 함으로써 양쪽의 강경계파들에 의해 정당과 국회가 장악되도록 한다. 그렇게 되면 양쪽 강경파에 의해 장악된 정당간의 정서적 거리와 이념적 거리가 커지면서 정책적인 격차가 커지게 된다. 결국 선명성 경쟁으로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한 국회 대립으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참모들이 '집단 사고'와 '집단 극단화' 및 계파정치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사회자의 균형적 역할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사회자는 다양한 의견 개진과 함께 극단적 의견 이외의 '제3의 의견발표'를 고무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 두 사람을 시종일관 반대하는 악역으로 설정하여 집단의 결정이 극단화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사회자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한 정파의 대표가 아니라 국가의 대표로서 자신과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는 인사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조정해 나갈 수 있는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인 채널을 가동해서 국민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계파공천에 따른 '집단 극단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상향식 공천인 '오픈 프라이머리'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글 | 채진원

2009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민주노동당의 변화와 정당모델의 적실성"이란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수로 '시민교육', 'NGO와 정부관계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대표저서로는 『무엇이 우리정치를 위협하는가-양극화에 맞서는 21세기 중도정치』(인물과 사상사, 2016)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