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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으로 제19대 대통령을 만들어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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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초하(충북대학교 명예교수)

국회의원이 여대생 배우자 선호도에서 상위권 직업으로 꼽힌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정치인의 배설물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떠돌게 되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정치' 하면 신물이 난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만큼 시민일반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너나없이 정치평론에 일가견이 있다. 그 견해와 입장이 워낙 갖가지여서 이른바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일관성도 없고 희망의 싹을 찾기 어렵다고들 하기도 한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이 드러내는 선택의 근저에는 지역패권의식이나 선거구 단위의 복리 등 속 좁은 집단이기주의가 힘을 쓰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누구 말대로 시민들의 정치의식이요 조직화라는 점으로 볼 때 한국정치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보는 시각이 널리 퍼져있다.

부패와 부정으로 찌들어있는 이 나라 정치의 병폐를 치유하고 건강을 되찾게 할 수는 과연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나는 확신한다. 원천적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은 철학적으로 표현할 때 삶을 지탱하는 데 작용할 수밖에 없는 요청(imperative)이기도 하다. 나아가 실질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시민사회의 정치적 무관심과 허무의식은 기득권 정치집단이 조장해낸 것일 뿐 본원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역대 선거가 허망한 결과로 귀착하고 만 것은 정당과 후보자들의 속성과 자질 탓일 뿐 유권자들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 잘게 쪼개 볼 때, 대선에서 드러나는 유권자들의 후보선택 근거는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보여주는 선택기준과는 다르다. 대통령선거에서 우리 국민은 지역주의나 연고주의에 휘둘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선거만을 놓고 보자. 2002년 제16대 선거를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더 좋은 후보'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 적이 있는가? 이 땅의 선거권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덜 나쁜 후보'를 골라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유력정당이나 후보들 가운데 진정으로 서민의 삶을 향상시킬 의지와 능력, 그리고 국가사회를 바로세우고 민족역사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품성을 지니고 비전을 펼쳐낸 경우가 있는가?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국가경제와 민족역사의 기둥과 줄기를 바로잡는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눈앞의 이익에 호소하는 얄팍한 공약들이 어지럽게 춤을 추었고, 당선된 이후에는 그나마 내세웠던 약속마저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이 유력정당과 그 후보들이었다.

여기서 2002년 선거가 유일한 예외가 되는 것은 세 가지 점에서다. 후보선출과정에서 국민경선제를 도입했다는 점, 그 결과 기존 정치판에서 보면 아마추어적 기질을 채 떨치지 않은 노무현이라는 신선한 인물이 결선에 진출하게 됐다는 점, 그리고 그 후보가 매력적인 품성과 정치혁신의 의지를 갖춘 인물로 국민의 여망을 모아 실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제16대 대선의 충격은 느닷없이 불어 닥친 '바람'의 산물이 아니다. 그 핵심은 경선과정과 투표결과에서 모두 우리 정치사를 관류해온 오랜 시민적 열망을 담아냈다는 데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내년 대통령선거에 관한 희망의 징조는 그리 밝지 않다. 더욱이, 15년 전과 달리 2017년에는 아마추어적 풍모를 지닌 후보가 경선에서든 본선에서든 승리할 가능성은 훨씬 낮아졌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점유하는 정당과 후보들 가운데 비전과 능력을 아울러 지닌, 그래서 유권자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만큼 바람직한, 인물과 배경집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제19대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4개원 남짓이다. 길지 않은 기간이다. 그러나 절망할 만큼 짧은 시간은 아니다. 우리 정치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낼 희망을 만들 작은 성취를 향해, 그래도 기대함직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여기서는 우선 원론 만 몇 마디 말하기로 한다.

무엇보다 먼저 무관심과 절망감을 딛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 부패 없는 새 정치를 향한 국민적 염원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 염원을 실현할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나쁘거나 덜 좋은 것들만 선보이는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좋고 바람직한 후보와 집단이 등장하는 '우리들의 잔치'로 대선마당을 펼쳐내야 한다. 유권자 대중을 어리석은 집단으로 만드는 어제오늘의 정치놀음 마당을 갈아엎어야 한다. 드러나지 않았거나 덜 드러난 인물과 집단의 등장을 위해 시민일반이 힘을 모으는 작업에 우선 나서야 한다. 장기적 전망에서 직관적 통찰력을 지닌 우리 유권자 시민일반의 현명함이 참여하고 결과를 산출하는 정치마당을 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세력집단이 새롭게 떠오르도록 할 것인가? 이에 관한 구체적 방안과 방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말할 기회를 가지고 싶다.

글 | 유초하

1948년에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문학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2년부터 충북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명예교수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공동의장을 지냈고,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고문으로 있다. 현재 파주에서 <한국사상사산책>을 저술 중이다. 그 배경신념을 요약하면 이렇다. "미래를 개척하는 힘은 현재의 자신감에 있고, 그 자신감은 역사와 문화에 바탕한 긍지와 자부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