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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출산율이 아니라 출산력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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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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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지난해 대통령 소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를 재구성 발족시킨데 이어 20대 국회는 새로 신설한 특별위원회 가운데 '저출산고령화사회대책 특별위원회'를 부활시켰다. 2003년 참여정부 시절 처음으로 대통령 산하 '저출산 고령화 위원회'를 발족하고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이끌어 낸 바 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오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권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한편 노인층의 빈곤과 자살률 역시 세계 최상위 권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2030년쯤이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른바 인구절벽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더욱이 고령화사회의 이면에는 고속 성장과 세계화의 와중에서 발생한 빈부 격차의 후유증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여느 선진국의 경우와도 다른 복합적인 문제가 잠재되어 있다.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장 중요한 기조로 삼아야 하는 행정부와 국회가 이제라도 문제의식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우선은 기대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그러나 정부가 작년 1년 동안 보여준 내용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으며 여전히 접근방식에 있어서는 구태의연하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으로 한해에 20조원을 쓰는데도 별 성과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새누리당이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여전히 근시안적인 포상식 유도책에 불과하다. 첫째 아이도 낳지 않는 마당에 셋째 아이 출산에 대한 포상으로 전기료 할인, 지방자치단체의 축하금 등 혜택을 준다는 선심정책을 대안이라고 내놓는다. 이어 전업주부의 2세 미만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간신히 6시간으로 조정했다가 다시 12시간으로 회복시키는 등 갈팡질팡 하고 있다. 이는 곧 돌아올 대선을 염두에 둔 처사로 읽힌다.

저출산·고령화는 집합적인 사회현상을 일컫는 개념이나 저출산과 고령화에 관해서는 일단 2개의 독립된 정책수단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여야 한다. 이 글에서는 우선 저출산 문제에 관한 정책 대안을 다루고자 한다. 여기에서 정책과제의 핵심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출산력을 증강시키는 데 있다. 출산력이란 출산을 할 수 있는 제반 여건과 출산 이후의 양육문제 그리고 해당 국민의 출산의지도 포함한 종합적 개념이다. 출산의지에는 오직 여성만이 포함되는 것이 아니고 남성도 포함되어, 어찌 보면 15세 이상 40세 중반까지의 온 국민의 삶에 대한 태도와 심리를 국가는 소통을 통해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많은 청소년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직업전선에만 매달리는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며 대부분의 OECD국가들의 공통된 문제이다. 우리의 심각성은 저하된 출산율이 벌써 10년 이상 지속되는 점이며 더구나 여기에서 계층적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어느 나라도 출산율을 높이려고 단기적 수단을 반복하는 나라는 없으며 더욱이 출산율 증가를 명목으로 가족정책을 세우는 나라도 없다는 것이다. 출산을 회피하는 사회적 여건, 즉 청년들, 이중에서도 여성들이 바라는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적 여건을 해결하다 보면 출산율은 물론 사회적 양극화 완화와 성평등 실현까지 해결되는 사례를 여러 나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북유럽의 가족정책이며, 프랑스 또한 감안할 내용이 많다.

현대국가에 있어 가족이란 개인과 사회간의 통합의 고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자녀가 있는 가족을 유지하기 위하여서는 육아, 교육, 주거공간 그리고 가족들의 건강관리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생활 및 여가 비용을 충당하기위한 소득행위 즉 직업생활이 빠질 수 없으며, 이외에도 부모는 소득생활 이후의 자신들의 노후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가족이 원만히 유지되기 위하여서는 이러한 소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사회정책이 필수적이다. 가족을 중심에 둔 다양한 사회정책이 적절하게 연계 될 때 비로소 국민의 기본적 행복추구권이 보호될 수 있으며 복지정책의 효율성도 달성할 수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노동정책과의 긴밀한 상호연계 속에서 가족정책을 사회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으며 성평등을 넘어 빈곤 예방 및 소득불평등의 완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족정책과 노동정책은 사회정책의 핵심, 두 기둥(two piller)이라 불리며 이를 중심으로 소득보장 정책과 사회서비스 제도가 씨줄과 날줄처럼 잘 연계되어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출산력 증가의 핵심은 젊은 부부의 맞벌이가 가능하도록 이를 지원하는 가족정책의 내실을 채우는 일이다. 첫째, 모든 모성에게 부모보험을 적용시켜야 한다. 부모보험은 적절한 출산휴가와 육아휴가를 보장하고, 그 기간의 소득 대체 임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며, 이후 직장 복귀를 보장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해야 한다. 둘째, 사회적 육아서비스를 증대시켜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시행한 우리나라의 무상보육제도는 이미 많은 모순을 안고 있다. 보육시설이 아직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데 전업 모에게 까지 이용하게 하는 것은 잘못된 평등정신에서 와전된 것이다. 셋째, 아동수당을 통해 아동권 보호 및 가구소득을 지원해야 한다. 이것은 유자녀 가구와 무자녀 가구간의 생활수준 격차를 좁히려는 목적이 있으며 특히 다자녀 가구를 돕는 효과가 있다. 이외에 젊은 충에 대한 주택마련과 자녀수와 소득에 비례한 주택보조금 도입 또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동수당의 도입은 무상보육제를 보완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무상보육의 내용은 현금에서 서비스로 바뀌어야한다.

가족정책이 발전한 나라일수록 출산율 증가와 아울러 빈부격차 감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더욱이 여성고용율 또한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자녀부양가족에 대한 사회적 연대를 바탕으로 이들에 대한 소득보장과 돌봄 및 사회서비스 분야를 적극 발전시켜야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기간이 짧고 긴 것이 국민연금 기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으로 맞벌이 부부의 활성화는 노인 빈곤율의 감소와 노인정책 전반에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발상과 내용이 저출산고령화사회대책에 마땅히 담겨져야 저출산으로 인한 닥쳐올 인구절벽 문제에 실질적인 대처가 가능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 여가부나 복지부 등 이른바 유관부처를 넘어서 범정부적 참여와 정책고민이 있어야 다가오는 인구절벽이라는 국가적 대재앙을 비로소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신필균

현재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을 역임하였고 스웨덴 사회보험청과 스톡홀름광역시 의회 등에서 복지관련 행정과 연구 활동을 하였고 대표적 저서로선 <복지국가 스웨덴-국민의 집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