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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전,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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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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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면희(성균관대 초빙교수, 한중통합의학협회장)

지진으로 걱정이 들어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는 고리원전 주민들의 이야기는 남의 얘기로만 치부될 일이 아니다. 옛 소련의 체르노빌 사태를 남의 일로만 여기던 일본 시민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자신들의 현안으로 직면한 것처럼, 원전 강국인 우리도 언제 치명적 재앙을 맞이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5일에 울산 반경 52㎞ 떨어진 동해 해역서 진도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곳이 일본 쓰시마고토 활성단층과 멀지 않은 까닭에 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만큼 향후 강도 센 지진이 더 발생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 현재 고리는 8기가 가동되고 있고 2기가 공사 중이어서 조만간 10개가 밀집되는 세계 최고의 고밀도 원전지구가 된다. 바로 위 경북 월성 6기의 원전까지 감안하면 조밀도가 놀라울 지경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안전 의식과 시스템은 안심해도 될 정도인가? 국민들 대다수는 'NO!'라고 생각할 것이다.

1986년에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터졌다. IAEA의 판정 결과 사상 최악의 7등급이었고, 그로 인한 암 발병 등의 후유증은 지금도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당시 원전 강국 일본 역시 불안감에 떨기는 마찬가지였다. 전후 핵화학자로 일하다가 시민활동가로 전향한 다까기 진자부오로를 비롯한 환경사회 단체의 우려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심지어 언론인 히로세 다카시가 위험성을 정밀하게 조사한 후에 후쿠시마 지역 바다서 지진해일이 일어나 닥칠 경우 정전으로 인한 핵연료 누출이 회복 불가능한 세기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1989년에 책으로 출간하여 경고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 주류 정치권과 전력동맹, 원전마피아들은 요동도 하지 않았다. 기술력이 최강인 만큼 안심해도 좋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히로세의 예측은 2011년에 현실화되었다.

20~30년 전 환경학자들은 머지않아 환경문제가 일상의 일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말 역시 적중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현실화하였고, 가습기살균제 사고가 터졌고, 지카 바이러스의 창궐도 우려되고 있고, 미세먼지의 위험성도 대두되었다. 특히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서는 석탄발전소를 축소할 필요가 있고, 이에 따른 전기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원전이 대안일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치켜들 조짐이다.

원전 진영은 안전하게 관리하면 문제가 없고 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일 수 있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과연 그런가? 역시 일본의 원전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는 원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이 허구임을 지적하고자 생산 공정을 제시한 바 있다. 요즈음 원전 1기는 100만㎾를 생산한다. 이를 위해 광산에서 240만t을 캐내어 우라늄 광석13만t을 추출하고, 나머지는 잔토로 폐기한다. 13만t의 광석에서 제련을 거쳐 천연우라늄 190t을 뽑아내고 나머지를 저준위 폐기물로 쌓아놓는다. 190t을 매우 특수하게 열을 가하여 농축함으로써 핵분열이 가능한 농축우라늄 30t을 만들어내고, 나머지 160t을 또 저준위폐기물로 분류하는데, 이것을 무기로 전환시키면 이라크전쟁서 미군이 사용한 열화우라늄탄이 된다. 농축우라늄 30t을 비로소 핵 원자로에서 가열하여 전기 에너지를 얻게 되는데, 사용 이후 그것은 플루토늄을 포함하는 죽음의 재로 남겨진다. 이 30t마저 핵재처리 공정을 거쳐 300㎏의 플루토늄을 분리 추출하면 군사용 핵무기가 된다. 문제는 채굴과 운반, 시설물 건설, 추출, 운송 등 일련의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극히 위험한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을 짓고 또 거의 100만 년 가까이 유지하는 데 지속적으로 에너지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렇게 보면 원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원전시설을 가동할 때로만 국한된 이야기가 된다. 전체 과정으로 보면,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한 격이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독일이 좋은 교본을 제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자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는 에너지윤리위원회를 구성하여 검토하도록 하였고, 보고서가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권고하자 이를 전격 수용하였다. 2010년 발전량 기준으로 원전 비중이 22%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전 17기 전부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완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른 대안적 실천 지침으로는 첫째 에너지 절약을 일상화하고, 둘째 과학기술에 의거하여 에너지 효율화를 적극 도모하며, 셋째 재생가능에너지를 대폭 확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후변화협약의 교토의정서 정신을 존중해서 2020년과 30년, 5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40, 55, 80-95% 줄이겠다는 획기적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원전 23기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원전 및 에너지와 관련해서 어떤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까? 먼저 정부와 정치권이 협의를 통해 원전의 단계적 폐쇄에 초점을 맞추는 결단을 선언하고, 이를 토대로 가칭 미래에너지윤리위원회 등을 출범시켜서 시민사회와 깊이 숙의하면서 미래의 에너지 청사진을 제시하며, 이후 정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수순을 밟는 것을 구상하여야 한다. 적어도 에너지와 원전 정책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독일이 개척하는 길을 창조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글 | 한면희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와 한중통합의학협회장, 공동선정책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과거 생태철학자로서 대안적인 녹색대학의 대표(교수)와 한국환경철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초록문명론>과 <미래세대와 생태윤리> 등의 저서를 출간했고, 환경정의연구소 소장으로 아토피 자녀의 어머니들과 교류하면서 갖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생태의학의 지평을 여는 데도 애를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치철학자로서 <제3정치 콘서트>를 출간하는 등 공동선과 사랑의 정치를 본원적으로 실현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안 내>

한중통합의학협회는 2016년 통합의학 서울 학술발표회를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간호대학 대강당에서 7월 23일 오전9시30분부터 오후6시까지 개최합니다. 양의학과 한의학의 소통과 융합을 통해 현대사회 시민이 신뢰할 통합의학의 지평을 창조적으로 여는 마당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명의가 참석하여 암과 당뇨, 요통 등 다양한 임상 사례를 발표하는 만큼 많은 시민의 참석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