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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공장은 두고 음식점 탓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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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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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맹성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진공청소기는 미세먼지 제조기다. 커다란 먼지는 제거하지만 미세먼지는 바깥으로 방출한다. 이런 청소기를 사용할 땐 반드시 창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비교적 큰 먼지는 인체에 별로 해가 없다. 호흡기에 있는 섬모들이 대부분 걸러서 인체 밖으로 배출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경우 이런 방어기제를 뚫고 폐에까지 도달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방청소를 하면서 미세먼지 걱정을 하지 않으려면 헤파필터가 장착된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면 된다. 헤파필터는 원래 반도체라인의 클린룸에서 미세먼지를 제거할 목적으로 연구개발된 것으로 요즘엔 가정용 진공청소기에도 사용된다. 헤파필터가 장착된 청소기 가격이 예전보단 많이 싸졌지만 그래도 일반 청소기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꽤 비싸다.

최근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환경부는 마치 생선 및 고기를 구워파는 직화구이 음식점이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인 것처럼 지목했다. 그러자 엉뚱하게 고등어가 팔리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린다.1) 정부 부처의 부주의한 언론 플레이가 얼마나 국민들의 생활을 오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환경부는 도심에 밀집된 직화구이집들의 미세먼지 배출 기준을 정하겠다고 한다. 물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기준과 방법을 정해서 시행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활오염원 문제를 선제적으로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본질을 흐리려는 물타기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오염원에 대한 규제는 환경부보다는 보건복지부가 먼저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 이미 미세먼지를 방출하는 대표적인 생활오염원인 흡연은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하고 있지 않은가?(담배의 필터는 헤파필터가 아니다!) 흡연 규제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 또한 보건복지부가 먼저 대국민 캠페인을 하고 그 다음 환경 규제로 풀어나갈 사안처럼 보인다. 정부부처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는 순서가 틀렸다는 것이다.

생활 오염원으로부터 나오는 미세먼지는 전체의 15% 남짓이다.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이 다른 발생원으로부터 기인한다. 자동차, 공장, 건설현장, 그리고 화력발전소2) 등이 바로 그곳이다. 환경부에서는 올해부터 자동차에 대한 미세먼지 기준을 정해 규제할 모양이다.3) 그런데, 놀랍게도 환경부에서는 공장, 건설현장, 화력발전소 등의 미세먼지 규제방안에 아직도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4) 현행법에선 이런 곳들에서 방출되는 먼지의 단위시간당 방출 총량만을 문제 삼지 그중 포함된 미세먼지의 양은 규제사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직화구이집 미세먼지를 논할 정도로 국민 건강에 대해 세심한 배려를 하는 환경부 관계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아닐 것이다. 영세한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한 규제는 쉽지만 눈치 보이는 대기업이나 정부 산하기관 자회사들에 대해서는 함부로 규제를 언급하기조차 힘든 게 그들의 현실인 것이다.

환경부는 현재 미세먼지를 적절히 규제할 수 없는 이유로 측정기술과 관리, 사업장 여건을 들고 있다. 측정기술? 10여 년 전부터 환경부 과제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들이 있어왔고5) 현재 여러 기업들이 미세먼지 측정 장치를 개발해서 팔려고 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상당한 성숙 단계란 얘기다. 환경부에서 기준만 정해서 법령화하면 된다. 관리? 환경부는 이미 오랫동안 이들 사업장에서 발생되는 유해 가스들을 규제하는 관리자 역할을 해왔다. 거기에 미세먼지를 하나 더 얹어서 관리하는 게 무슨 문제란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사업장 여건... 이제야 환경부가 비본질적인 생활오염원을 내세우며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문제를 호도하려는 이유를 알겠다. 사업장 여건은 미세먼지 배출원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나 정부 산하 기관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런 걸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하소연인 셈이다. 일반 진공청소기보다 헤파필터가 부착된 진공청소기가 훨씬 비싼 건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서 그만큼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사업장에서도 이 논리는 마찬가지다. 그 만큼 비용을 들여야 미세먼지 포집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거대 이익집단들의 이익을 보장해주어야 할까? 도대체 환경부가 누굴 위해 존재하는 정부 부처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했으면 좋겠다.

글 | 맹성렬

현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중.
영국 Cambridge University 공학박사.
경실련 과학기술위원회 정책위원, 중앙위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연구위원.
저서: 『아담의 문명을 찾아서』, 『과학은 없다』, 『UFO 신드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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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진욱, 안팔리는 간고등어, 연합뉴스(2016.07.01.)참조
http://www.yonhapnews.co.kr/photos/1990000000.html?cid=PYH20160703052200013&input=1196m

2) 침묵의 살인자, 초미세먼지: 한국 석탄 화력 발전의 건강 영향과 정책의 현주소
http://www.greenpeace.org/korea/Global/korea/publications/reports/climate-energy/2015/silentkillers.pdf

3) 최회균.2015. 겨울철 초미세먼지 원인, 중국이 아니다? 프레시안(2015.02.13.)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3968

4) 김정수. 2016. 공장 미세먼지 기준 아예 없었다. 한겨레신문(2016.06.28.)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750093.html

5) ㈜에이피엠엔지니어링. 2009. 환경오염 측정분석 장비기술/초미세먼지 연속자동포집장치 및
WEB 기반의 모니터링 시스템, 환경부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
http://webbook.me.go.kr/DLi-File/091/012/188597.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