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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의 의미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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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by Melville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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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종오(전 명지대 교수)

6월 23일 영국에서 유럽연합의 탈퇴 여부를 두고 역사적인 국민투표가 이루어졌다. 결과는 대부분이 잔류를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탈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으며 이후 짐작하기 힘든 규모의 영향을 세계에 미치게 되었다. 우선 유럽연합 역사상 회원국 탈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으며 그것도 영국이라는 유럽연합 제 2위의 경제대국, 1위의 군사대국이라는 가장 중요한 회원국의 하나가 탈퇴한 것으로 더욱 충격적이다.

이 사태는 이어서 연합왕국(U.K), 즉 영국을 구성하고 있는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 아일랜드 중 유럽연합 잔류를 압도적으로 찬성한 스코틀랜드와 경우에 따라서는 북 아일랜드의 분리투표로 이어져 연합왕국의 해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른 한편,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우익정당 들이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 탈퇴에 관한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이제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 결성 이래 65년 역사의 유럽통합 운동은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 유럽통합 운동은 20세기에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인류역사상 최악의 참화를 가져온 국가 간 대립을 종식시키고 유럽에서 영구적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았으며 미소 양대 초강대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냉전체제하에서 유럽의 독자성 유지와 공동번영을 기하였다. 이는 현재까지는 나름대로 성공적이어서 애초에 6개국으로 출발한 통합운동은 현재 영국을 포함 28개국으로 확장되었으며 5억의 인구를 포함하는 세계최대 단일 시장을 이루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제 영국의 탈퇴라는 충격적 사태에 직면하여 이제 유럽통합운동이 실패하고 다시 과거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마저 제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극단적 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유럽의 이민자 문제, 자유통행의 문제에 관해서는 즉각적인 영향이 예상되며 자유로운 개방사회로의 이행이라는 유럽연합의 이상은 중대한 걸림돌에 봉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투표 결과를 보면, 몇 가지 주요한 특징이 발견된다. 우선 이번 투표는 세대, 지역, 사회적 지위에 따른 영국사회의 정치적 분열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연령별로 18-24세의 가장 젊은 세대는 73%가 잔류를 선택한데 반해 65세 이상의 노령층은 불과 40%만이 잔류를 선택하였다. 또한 전통적인 제조업과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탈퇴가 가장 높게 나왔으며 반면에 런던(75.3% 잔류)과 주위의 고학력, 고소득, 서비스업 중심지에서는 잔류가 높게 나왔다.

이는 개방과 세계화에 대한 노령자, 노동자, 저소득 계층의 반발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유럽연합 가입 이전의 국가단위 복지체계에 익숙한 세대의 "좋았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아울러 개방과 경쟁 그리고 이민자로 상징되는 세계화와 개방의 시대에 대한 두려움과 소외가 유럽통합에 대한 거부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전통과 과거에 대한 회고와 퇴영으로 볼 수 있는 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동시에 힘과 논리를 갖춘 정치, 경제 엘리트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소외되고 힘없는 대중의 반발이라는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화가 이제 유럽에서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측면도 유념할 관점이다.

이 국민투표는 근년에 치러진 선거 중 상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이중 흥미로운 점은 한국과 유사하게 노령층의 투표율이 청년층의 투표율보다 높아 이것이 탈퇴 가결의 주요한 요인의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노령층이 청년층이 살아갈 미래를 결정한 셈이 되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세대간의 상이한 경험이 매우 다른 정치적 선택을 낳는 일은 빠른 사회변동이 발생하는 현대사회에서의 공통된 현상이다. 이제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사회 내에서 세대 간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영국 내의 정치적 관점으로 볼 때, 이 투표는 보수층 내부의 찬반 논쟁이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였으며 노동당은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노동당의 당론은 잔류였으나 탈퇴가 가장 높게 나온 지역은 오히려 전통적 제조업, 노동자 지역으로 노동당의 지지기반이었던 곳이다. 이 면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수의 퇴진뿐 아니라 제레미 코빈 노동당수의 정치적 운명도 향후 매우 불투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반 이민, 국가정체성의 재확립 등 보수적 담론이 전개되는 것은 우경화의 징조이며 그런 면에서 이번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는 진보적, 미래지향적인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국민투표라는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서 살펴보자. 최근 유럽에서는 중대하고 복잡한 정치적 사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해 결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지극히 논쟁적이고 복잡하며 그 결과가 심각한 사안을 과연 단순 다수제 국민투표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에 관해 생각해 볼 일이다. 이번 경우에도 4%의 의견차이가 영국의 미래를 결정한 셈이다.

우선 정확하고 유익한 정보가 과연 충분히 주어졌으며 유권자들이 이를 얼마나 이해하였을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매주 EU에 지불하는 분담금 3억 5000만 파운드(약 5500억원)를 탈퇴의 경우 복지에 전용하겠다는 탈퇴파의 공약은 잘못된 정보로 국민을 현혹한 대표적 사례다.

다음에 세대, 지역, 사회계층에 따라 극명하게 선호가 갈라지는 사안을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이었을까? 투표로 결정이야 할 수 있겠지만 협의과정이 부족했을 경우 결과적으로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사회의 분리와 대립이라는 치명적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보는 바와 같이 투표 후 지역 분리 움직임과 재투표 요구 등 불복 움직임이 심각하며 이를 봉합할 방안도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이런 문제는 모두 사전에 예측 가능했던 것이다. 정보와 토론의 양과 질에서 가장 풍부하고 좋은 기회를 가졌을 의회와 직업정치인이 이를 전체 국민 일반투표에 회부한 것은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브렉시트는 영국사회와 유럽 전체에 다 같이 엄청난 뒷수습의 과제를 남겼다. 영국사회는 사회통합과 아울러 유럽과의 조화로운 관계의 재설정이라는, 그리고 유럽사회에는 유럽의 사회통합 과정의 진전을 통하여 하나의 유럽으로 향하는 동력을 다시 회복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남겼다. 이중 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일은 영국과 유럽연합 모두 사회적 격차와 분리를 극복하는 사회경제적 통합과 발전의 과제일 것이다. 이 과제의 해결에 성공한다면 후일 영국의 유럽연합 재가입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 질 수도 있을 것이나 이에 실패할 때 제2, 제3의 브렉시트는 언제나 가능할 것이다. 위기에 직면하여 유럽의 정치적 지도력이 평화, 민주주의, 개방의 이상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켜 21세기의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느냐를 이제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글 | 이종오

(전) 명지대, 계명대 교수(사회학) 역임
서울대 상대 졸, 독일 마부르크 대학 철학박사(정치사회학)
한국산업사회연구회 회장, 민교협 공동대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2003),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2006-2008)
(현) 사단법인 경제사회포럼 이사장

<알 림> 국민의제 제 8차 공개 민회

국민의제 8차 민회는 복지국가여성연대 신필균 대표(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의 "청년과 스웨덴, 사회복지"를 주제로 한 발표와 이어지는 대담토론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일시 : 2016.06.29(수) 19:00 - 21:00
◈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5길 29 태화빌딩 지하1층 회의실(종각역 3번 출구)
◈ 대상 : 누구나
◈ 참가비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