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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의 '대작 관행'이 문제가 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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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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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연택(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조영남 대작 사건으로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미술계가 소란스럽다. 문제의 핵심은 대작이 미술계에 '관행'이라고 언급한 조영남의 발언과 대작의 대가가 일반인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 있다. 먼저 '관행'에 대해서 살펴보자. 관행의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 가능하다. 첫 번째는 현대미술의 미학적 관점에서이고 두 번째는 일반적인 노동행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예술 활동도 사회적 생산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현대미학의 관점에 볼 때 예술가의 작품이 반드시 자신이 직접 제작한 경우에만 한정하지 않는 것이 미술계의 현실인 것은 맞다. 진중권 교수가 이미 프랑스 화가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을 예로 언급한 바와 같이 현대미술은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는 '화가'를 탄생케 했다. 뒤샹은 기성제품인 변기에 사인을 한 후 '샘'이란 제목으로 전시회에 출품을 했다. 이게 과연 타당한 일인가? 그런데 이 같은 의문은 오히려 뒤샹의 목적에 부합된다. 뒤샹의 작품은 종전에 타당하다고 여겼던 예술적 관행을 깨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뒤샹은 1차 세계대전 이후 근대화의 초석인 이성과 합리주의가 실제로는 허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영역도 예외가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더 이상 성역의 대상이 아니었다. 따라서 뒤샹의 작품은 사실상 반(反)예술, 예술 파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사회비판의 보루로 여겨 왔던 예술의 영역을 내부에서 부정한 셈이었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언급했듯이 뒤샹은 '예술은 죽었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이후의 현대미술은 뒤샹의 반(反)예술적 창작행위를 새로운 예술적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나갔다. 결과적으로 창작행위의 개념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아이디어의 발상과 설계만으로 창작의 충분조건이 성립된다고 보는 관점이 생긴 반면에 예술창작의 개념은 재료를 직접 다루는 솜씨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전통적 의미의 주장도 공존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 해 오늘날 예술창작의 개념을 일방적 잣대에 의해 판단하기 어렵다. 예술창작의 행위가 법과 제도적인 문제 이전에 가치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조영남의 대작 문제를 미학적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은 무리가 뒤따른다. 실제로 조영남의 작품 대작을 팝아트의 앤디 워홀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과장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앤디 워홀은 스스로 전형적인 예술가의 창작행위를 표방하기보단 오히려 산업디자이너에 가까운 역할을 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디자이너의 창작행위는 근본적으로 설계자로서의 역할로 충족된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제품을 설계하는 데 있다. 따라서 제작은 공장에 맡긴다. 마찬가지로 앤디 워홀은 자신의 작품을 공장에서 생산하듯 제작했다. 대량생산의 이미지와 제작 시스템을 동시에 구가한 셈이다. 그의 작품이 실크스크린의 프린팅 기법이었다는 점도 여기에 한몫을 더했다. 조영남의 대작행위가 비공개적인 반면 앤디 워홀이 공개적이었다는 평가는 그런 점에서 일리가 있다.

조영남의 언급한 '관행'의 문제는 오히려 두 번째 경우, 노동행위의 관점에 이해하는 것이 쉬워 보인다. 인간의 노동행위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단계를 거친다. 계획(Planning)과 실행(Making)의 단계이다. 예술가의 창작행위도 당연히 이와 같은 단계를 거친다. 그러나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 같은 노동의 단계는 사회적 차원에서 분리가 이뤄진다.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관리직과 생산직 즉 머리와 손으로 이분화되었다. 예술작품의 생산과정도 예외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예술의 상품화 과정이 심화될수록 창작행위 과정 또한 분리의 과정을 겪게 된다. 작품의 규모와 수량, 특별한 기술적 요구에 따라 타자의 조력을 필요로 하게 되며 일종의 분업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럿의 조수를 두고 작업하거나 타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해야 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회화나 조각은 물론이고 공예도 또한 이에 해당되는 경우가 있다. 소위 '발주공예'란 용어가 그것이다. 조영남이 언급한 '관행'의 배경은 오히려 여기에 가깝다. 그리고 일반 대중의 혼란은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노동의 이분법적인 분화과정이 일반화된 사회현실 속에서 대중은 그래도 예술작품은 분화되지 않은 전인적 노동의 결과물로 알고 있었는데 그 기대가 조영남의 대작 사건을 통해 무너진 것이다. 더구나 예술제작과정에 보여준 노동의 가치서열적 '관행'이 예술계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대작의 대가가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조영남이 도의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공정한 갑과 을의 관계가 일반 산업뿐만 아니라 예술분야에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에 허탈함을 숨길 수 없는 것이다. 조영남이 미술계의 제작관행을 말하기에 앞서 불공정한 거래의 관행에 대해 먼저 사과를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영남의 대작 관행이 지닌 진짜 문제는 여기에 있다.

글 | 정연택

명지전문대학 도자전공 지도교수 재직하였으며, 현재는 서울시 문화관련 자문위원과 대통령 직속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버금이전'등과 같은 문화기획을 통해 시민공예가 육성에 힘쓰고 있으며, 공예의 생활화와 자립공생사회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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