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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중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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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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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명종 (정치+경제 연구소 소장)

최근 수도권 주요도시를 지나다 보면 곳곳에 지방재정 '개악'에 대해 반대하는 현수막 등이 붙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현재도 중앙정부에 재정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시스템에서 그나마 있는 것마저 더 빼앗아 간다고 하니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매년 예산 조기집행과 추경예산을 편성하며 수십조를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그 이유는 관에서 나온 이런 부양책은 복잡한 시장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자금의 성격상 정권의 구미에 맞게 좌지우지 되다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엄청난 재정사업은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면서 재정을 극도로 악화시켰다.

지난 정권에서는 해외 에너지 개발사업(자원외교)과 4대강사업이 대표적이었고, 현 정권은 창조경제 관련된 몇몇 R&D사업과 경력중심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사업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안보위기 등을 자초하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차세대전투기사업 등 엄청난 돈이 투자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될 예정이다. 정말이지 '안보'를 빌미로 한 미국계 방산업체의 매출을 증대시키는 일에는 수십조원도 모자랄 지경이다.

엄청난 '정책(국책)사업'에서 빠져나간 돈으로 인해 나빠진 재정 상태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오히려 서민과 노인,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에 역행하는 것이 문제였다. 어린아이 주머니 털듯 통제 가능한 작은 예산이나 지방정부, 정부산하 기관 등에서는 고강도 감사와 예산 삭감으로 이어졌다.

영유아 보육예산, 청년자립을 돕기 위한 예산, 보훈관련 유공자 처우개선 예산 등 국민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업에는 가혹한 지방정부 책임 분담과 예산 삭감의 칼이 날아오고 있다.

지방정부는 하위 단계로 가면 갈수록 견제장치가 많아 예산을 헛되이 쓸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지방의회와 지역 시민단체, 감사원의 감사, 중앙정부와 광역단체 등 촘촘하게 짜여진 감시체계와 주민 예산편성과 각종 민원 등으로 지방정부는 이젠 거의 "을" 내지 "병"이 되어 버렸다(일부 지역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청난 기획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중앙정부의 부처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견제장치가 적다. 이해관계자들과만 교류하고 일반 시민들의 접근은 거의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부 각 부처는 의회에서 견제하지만 소위 국정감사라는 것이 의원들이 잠시 '갑질'하고 '언론플레이'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대다수라 실효적 견제수단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정권 바뀌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형태의 중앙 정부의 국책사업은 온갖 부정과 특혜의 복마전에 다름없다. 국회의 국정감사는 그냥 장맛비처럼 피해가면 그만이다.

필자는 이런 형국에서 지방정부의 예산을 중앙에서 가져가서 그 권능을 더 강화하려는 것에 심한 우려를 표명한다. 현재의 대통령제 하에서는 중앙정부의 각 부처의 엄청난 예산 사업을 관리·감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본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과 4년마다 바뀌는 의회로는 거대한 대한민국의 (관료)시스템을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랏돈이 국민들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제대로 된 관리·감독과 견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권한과 예산이 지방정부로 이양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의 관료시스템은 앞서 언급한 것 같이 2중, 3중의 관리·감독 체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민간 영역도 중앙보다 더 잘 작동하는 지역도 많다.) 필자도 서울시 관악구, 경기도 고양시 등과 일해보고 중기청과도 일을 해봤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친밀도와 행정 친숙도는 지방정부가 월등히 앞선다.

보수정권 10년간 민주주의는 크게 후퇴하였고 한반도 안보도, 재정도 더 악화되었다. 이렇게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중앙정부에 더 많은 예산 편성과 집행권을 확대해 주면 안된다.

견제장치가 잘 작동하지 않는 중앙정부 관료시스템과 지지부진한 '공공부문 개혁', 현 정부보다 더 후진 '중앙정치'의 구조를 새롭게 쇄신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와 국민들의 관심이 들불처럼 일어나야 할 때이다.

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중앙'에 있다.

글 | 유명종

세자녀를 둔 가장으로 생활정치, 지속가능한 정치를 표방하며 정치+경제 연구소 협동조합을 동지들과 만들었다. 벤처기업 경영에 동참하고 작은 1인 창조기업도 운영하며 바닥에서 부터 올라오는 민심과 민의를 마음에 새기며 '현장에서 대한민국을 연구'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