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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이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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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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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헌론을 제기하였다. 대통령선거가 1년 반 정도 남짓 남은 상태에서 매우 큰 아젠다를 꺼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물론 한국정치에서 이렇게 오래 간 헌법이 없었던 관계로 시대의 조류에 맞지 않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마냥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기되는 초점이 권력체계의 문제점이서 필자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 개헌론의 중심에 떠있는 이원집정부제, 내각제는 지금의 대통령제가 너무 첨예한 대립을 야기한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개발독재의 시대를 지나 문민시대를 거쳤는데도 한국의 정치가 극단주의적인 양상을 보인다는 상황판단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난맥상이 헌법이 낡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정치를 위협하고 극단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경제발전과정에 있었던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인 사고, 저임금시대에 형성되었던 절대적 빈곤을 해결하려는 극단적인 투쟁적 사고, 분단의 극한정치에서 형성된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식 이념적 사고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민주공화국을 주창하는 이 나라에서 벌어진 비극적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념·계급·지역으로 갈가리 찢어진 채 고통을 겪어오고 있다.

이러한 엘리트주의, 진영논리, 지역주의, 계파주의, 극단주의정치를 조장하는 헌법조항이 어디 있는가? 이를 극복하는 데 필요충분한 조항은 없을지라도 이를 조장하는 조항은 없다.

내각제는 대통령이라는 최고통치자 대신 과두귀족격인 국회의원들끼리의 타협으로 권력을 나눠먹기 하자는 것인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의 위기를 딱히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는 보장도 없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내각제를 한 상태에서도 전체주의라는 극단정치를 겪었지 않은가? 과두정의 폐해는 갑인 자산가와 과두귀족(의원)이 결탁해버리면 을들이 오갈 때가 없어 사회가 동란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통치자(참주정치를 추구할 수도 있고 과두귀족을 견제할 수도 있지만)가 의회를 견제하는 현재의 대통령제가 그나마 확률적으로 을들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공화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선진각국에서는 이미 도입되었지만 우리사회는 아직 형성해가야 할 많은 사회경제제도의 개선문제가 남아있다. 가계부채대란, 전세대란, 젠트리피케이션, 갑의 불공정행위, 황제경영에 시달리는 을들-대리점, 편의점 등 가맹점, 생산납품업체, 노동자들-의 고통. 이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중산층의 감소를 막아내고 소비능력을 키워 경제성장력의 과도한 정체를 막아낼 제도이다. 갑과 을이 대등한 계약관계를 맺어 약자라고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한 경제주체로서 사회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렇게 을을 위한 제도가 전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과 결탁한 과두귀족적 의원들이 을을 팽개쳐버리면 어찌 될까?

갑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력해 정치인들을 주무르고 있는 한국이 사회경제제도가 갑을의 평화적인 공존을 보장하고 있는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내각제로 가야만 할까?

우리는 시간이 없다. 을들의 무권리상태로 인한 갑을전쟁이 사회를 동란으로 이끌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 개헌론으로 17년 대선의 과제를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헌법문제로 갑을문제를 뒤로 미루고 얻을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개헌론 제기는 마치 민주노동당 당 지도부가 이라크파병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싸고 이념투쟁에 몰두하여 스스로가 제기했던 상가임대차보호, 채무자보호 등의 민생아젠다를 방기하고 역사의 뒤란으로 사라진 사태를 연상시킨다.

정세균의장은 오히려 새누리당의 극우적인 세력이 극단정치를 포기하도록 새누리 속의 중도성향정치세력을 분리시킬 중도주의정치연합의 근거를 마련해줄 민생올인의 철학을 보여주기 바란다.

글 |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로 90년대 이후 노동자경영참가, 상가 및 주택임대차, 금융채무자권리보호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