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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정책, '시혜적 차원'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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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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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옥주(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4년 정부는 기존의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인종합판정체계에 따라 장애판정을 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또한 급부서비스와 관계법령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맞춤형의 개인중심 급부서비스제공을 위한 체계를 정비한다는 점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장애인의 생활, 생계의 안정을 위한 안전망구축장애유형별로 개별적 욕구에 실현을 위한 급부실현이라는 관점에서 관련 법제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장애인관련 법정책의 변화가 성과를 거두고 장애인의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적으로 장애인과 장애인권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사회에서는 장애인 관계 법제개선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장애인혐오가 여전한가? 왜 아직도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식당출입을 할 수 없는가? 왜 장애인 시설 내 인권침해가 여전히 횡행하는가? 성폭행당한 장애아동에 대해 사법부는 어떻게 자발적 성매매자라고 판단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변화와 이에 따른 법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장애인에 대한 근본적 시각의 변화가 2007년 사회법전 제9권 제2장으로 중증장애인법이 삽입되면서 이루어졌다. 사회법전 상의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법제의 정비차원을 넘어 장애인정책의 패러다임이 통합(Integration)에서 포섭(Inklusion)으로 근본적으로 변화한 점을 반영한다. 기존에는 장애인을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으로 보고 국가가 사회복지적인 차원에서 시혜적인 도움을 주어야 하는 사람으로 파악하였다면, 이제는 장애인이 '사람'으로서 사람이 누리는 권리를 당연히 가진다고 보며, 장애인이 사람으로서 가지는 권리의 실현이 장애로 인하여 어려움을 갖게 되므로 국가가 '장애'로부터 발생하는 단점을 상쇄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차별금지와 평등실현, 사회 및 노동참여,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이 장애인 권리실현을 위한 법제의 핵심어가 되었다. 이러한 삶을 이루기 위한 전제는 방해물 없는 것(Barrierenfrei)이다. 개별적인 이동권, 접근권의 보장차원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가능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장애인 혼자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독일의 장애인권리 실현을 위한 법체계를 보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기본법, 일반적 차별금지법, 장애인 동등지위법, 사회보장법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법의 구조는 차별받았던 장애인에 대한 차별해소,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는데 용이하다. 즉, 최고규범인 기본법에서 장애인 차별금지를 직접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장애인 평등실현정책이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 차별금지법에서 장애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며, 특별법적 관계에 있는 장애인동등지위법에서 장애인 차별금지와 더불어 실질적인 동등실현을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장애유형, 정도, 개인이 처한 환경, 욕구 등을 고려하여 최대급부의 원칙에 따른 개별적인 맞춤형 급부와 단점상쇄, 그리고 사회보장과 사회부조를 통한 생계보호의 시스템을 갖춤으로서 장애인에 대한 안전망을 겹겹이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장애유형과 정도, 개인적 욕구와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급부와 감면서비스 제도로 정비하고 장애인 개인을 기준으로 하는 생계보장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안전망을 좀 더 섬세하게 갖추어서 장애인이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제가 정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통합을 넘어 포섭의 개념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이 '사람'으로서 사람이 누리는 권리를 당연히 가지므로, 장애인도 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차단물 없는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법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결정에 따른 삶을 영위하는 곳에서 더불어 평등하게 참여하며,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결정에 따른 삶을 영위하는 한편 이에 따르는 책임을 분담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이 국민들뿐만 아니라 입법, 사법 전 영역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이를 위하여 교육, 홍보, 법제개선 등 다각적인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법제의 정비가 필요하다. 우리헌법에서 장애인에 대한 평등권과 차별금지를 직접 규정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헌법 제11조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평등권의 실현과 장애로 인한 차별은 당연히 금지되는 것이며, 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의 주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장애인 관련 법률과 제도, 그리고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보면 장애인의 헌법상 권리가 지켜지고 있지 않고 장애인이 여전히 객체화되고 소외되고 있음을 잘 볼 수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장애등급제도와 장애급수에 따른 기계적인 급부 및 감면서비스제도이다. 따라서 헌법에 장애인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장애 종류별로, 그리고 급부종류별로 제정되어 있는 법률들을 정비하여 일반적 차별금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동등처우법(가칭)을 제정하여 좀 더 강력하게 장애인 차별금지와 평등실현을 위한 정책들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글 | 신옥주
현재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로 재직중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와 동 대학원 졸, 독일 마부륵의 필립스대학 법학박사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한국공법학회 연구이사, 법제처 법령해석심사위원, 헌법재판소 발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