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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산업혁명과 대량실업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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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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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맹성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지난번 '우리는 제2의 산업 혁명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글이 게재된 후 몇몇 지인들로부터 매스컴에선 다들 4차 산업혁명이라는데 왜 두 번째 산업혁명이라고 우기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내가 그런 표현을 쓴 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지만 일일이 설명하기가 힘들어 그런 관점이 주류이긴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2번째 산업혁명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두루뭉술한 답을 하곤 했다.

아널드 토인비 저술에 의해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소개되던 시기에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중반 사이에 영국에서 일어났던 산업혁명이 유일한 산업혁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초반에 독일과 미국을 중심으로 중화학 공업이 발달하고 대량생산체제가 갖추어지면서 이를 영국에서의 산업혁명과 구분하여 2차 산업 혁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이들 나라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영국에서의 산업혁명과 구분되는 몇 가지 특색을 갖고는 있었지만, 지역과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증기기관을 주요 동력으로 사용하고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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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사실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지 1세기가 지난 19세기 중반에 미국에서도 산업혁명이 일어났는데 그때 증기기관과 수차가 공장의 동력원의 반반씩 사용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전기의 사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에디슨의 직류전기와 경쟁해서 세계 최초로 테슬라의 교류전기를 보급한 웨스팅하우스가 본격적인 전기사업을 하기 전에 미국에서 증기기관 제조판매를 주력사업으로 했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1) 미국의 공장에서 전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시기는 증기기관 사용이 정점을 찍은 1900년대 초에서 불과 40년도 지나지 않았을 때이며,2) 주로 증기기관으로 회전력을 발생시켜 전기를 생산했다는 측면에서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석탄이 핵연료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증기 터빈을 사용해 전기를 만들고 있는 오늘날도 이 패러다임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향후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한 이가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다. 그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현재의 동력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며 사물 인터넷(IoT) 등 정보산업이 결합한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그는 이를 기존 학자들이 조어한 2차 산업혁명에 뒤이은 3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함으로써3) 그 이전과의 확연히 구분되는 본질적 패러다임 변화라는 그의 주장이 크게 퇴색되어버렸다. 여기에 더해서 올해 다보스 경제 포럼의 어젠더가 4차 산업혁명으로 정해지면서 러스킨은 진퇴양난에 빠져버렸다. 그는 <인더스트리위크>라는 산업 관련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이 주장한 3차산업혁명이 본질적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과 다르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4)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매스컴에서 거론되고 있는 1,2차 산업혁명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제조업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동일 패러다임으로 묶을 수 있고, 3,4차 산업혁명도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지식산업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동일 패러다임으로 묶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전자를 제조산업혁명, 후자를 지식산업혁명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지식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컴퓨터가 보급되던 초기인 20세기 중반 IBM 왓슨 연구소 주도로 '인공지능'관련 학회가 열리고 뉴욕타임스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IBM의 거래처들이 컴퓨터를 구매하길 꺼려하는 현상 발생했다. 당시 기술로는 그 구현가능성이 전혀 없었지만, 이 학회에서 발표자들은 SF소설 같은 미래의 인공지능 시대를 묘사했고, 매스컴들이 앞 다투어 그 내용을 부풀려 보도한 이유 때문이었다.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상급 관리자들은 하급직원들의 업무를 컴퓨터가 대체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언젠가 컴퓨터가 기업 관리자들 일자리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컴퓨터 구입을 꺼렸고, 이를 설득하느라 IBM 영업사원들은 애를 먹었다.5)

이제 반세기 전 꿈만 같았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로 최고 경영자와 기계의 응급조치에 필요한 일선 기술자(first-line engineer)를 제외한 중간 관리자들이 필요없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알파고의 시연 이전까지 이런 시대가 그렇게 빨리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는데 이제 엄연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몇 년 전 미국 경제가 불황인데도 기업 수익은 최대치를 기록하는 당시 상황의 주요 요인으로 자동화와 악덕 자본가를 꼽았다. 자동화로 인해 해고자들은 양산되는데 고용주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6)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아 보인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한국이 향후 10년 간 자동화 도입에 의한 비용절감 측면에서 산업현장에서의 인력 해고효과가 가장 큰 나라로 꼽혔다.7)

정부에서 파견직 노동자들을 양산하려는 시도는 이런 통계수치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기업들은 저임금 파견직을 고용할 수 있게만 되면 산업현장의 자동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대량해고 사태를 미룰 수 있다는 식의 카드를 들이밀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을 것이다.

기업인들을 옹호하는 일부 단체는 18세기 산업혁명 초기에 실직자들의 저항이 있었으나 곧 많은 일자리가 생기면서 잠잠해졌던 일을 예로 들면서 지식산업혁명시대에도 훨씬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 낙관한다. 실제로 지식산업혁명 진입 초기에 이들이 지적한 바와 유사한 일들이 있었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지성인들은 '3중혁명위원회'를 구성하고 당시 현안이었던 핵폭탄으로 대표되는 무기혁명, 자유의 외침이 이끄는 인권혁명, 그리고 자동화에 따른 기술혁명에 대한 대비책을 보고서로 내놨었다. 특히 기술혁명에 대해서 그들은 자동화로 인해 얼마 후 인간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도 시스템화된 기계들이 무한한 양의 생산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을 지적하면서 대량실직으로 대공황이 도래할 것을 예측했다. 그들은 이런 사태에 대비해 당시 미국의 엉성한 복지 대책 대신 최저임금 보장을 서둘러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그런데, 당시 미국에서 자동화로 인한 성장의 결실이 대부분 고임금 형태로 근로자에게 돌아갔고,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생겨남으로써 위원회의 처방은 근거 없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이처럼 지난 역사 속에서 기계의 등장이 인간의 일자리를 크게 위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낙관론자들에게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란 논리적 근거를 제공해주었다. 하지만, 지식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유형의 기계들에게도 이런 논리가 적용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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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접어들면서 '삼중혁명위원회'의 경고가 이제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기술로 제어할 수 없는 대량 실업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8)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최대 수익을 올리게 될 기업들이 인위적으로라도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내지 않는 한 시대의 흐름상 이제 고용 없는 성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란 얘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관련 학자들 중에는 이런 상황의 종착역을 매우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있다. 마틴 포드(Martin Ford)는 궁극에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이용해 극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사회가 도래하고, 결국 이들은 중세의 봉건군주처럼 성을 쌓고 로봇의 보호를 받으며 자기들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끽할 것이나 그 밖의 대부분 사람들은 비참한 생을 겨우겨우 영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이런 사회가 중세 봉건사회와 다른 것은 그나마 봉건경제체제에서 인간인 농노(農奴)들이 한 축을 이루었으나 다가올 시대엔 이를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신하며 많은 수의 인간들이 경제체제에 편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잉여상태로 방치될 것이란 점이다.9)

물론 이런 암울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전에 대폭동이 일어나거나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런 비극적 상황이 전개되기 전에 어쩌면 극소수의 부유층과 대다수의 빈민층 사이에서 정부들이 어느 정도의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파멸을 억제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다소 낙관적인 미래 전망을 하는 이들은 로마제국 말기의 상황을 그 모델로 제시한다.10)

사실 2,000년 전의 로마시대에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과학 기술력이 있었다. 실린더, 펌프, 밸브 기술이 존재했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증기기관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어 있었다. 필요하다면 증기 동력 시스템을 활용해 산업에 적용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11) 하지만, 그 당시 그런 시도가 없었다. 제국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수십 만 명에 달하는 노예가 확보되어 모든 일들을 이들이 했기 때문에 산업에 기계를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12) 그런데 이런 노예 시스템은 한편 시민들의 일자리도 앗아갔다. 제국 말기에 이르러 로마는 극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있었고 노예들은 오직 이들을 위해 일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민들은 가난했고 백수였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었다. 관직 늘리기 등 임시방편의 일자리 창출이 있었으나 결국 로마 제국의 황제들이 부의 재분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풍족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민들의 의식주를 어느 정도 해결해주었고, 폭동을 방지하기 위해 여흥까지 제공했다.13)

몇몇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노예 대신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자리를 장악한다면 인류 대부분이 실업상태일 것이고 따라서, 사회 붕괴를 막으려면 정부가 적극 개입해 극소수의 부유층으로부터 막대한 세금을 거둬 이런 잉여 인력들을 먹여 살려야한다고 전망한다. 대표적인 낙관론자 중 한 명으로 강한 인공지능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클루닉스의 권대석 대표는 장기적으로 공황을 회피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주요 자본에 대한 계획 경제를 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14)

그렇다면 향후 2~30년 사이에 다가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낙관론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인류가 낮에는 자본주의체제에 밤에는 공유경제체제에 의지해야 한다고 말한다.15) 역시 정부의 강한 통제력이 불가피함을 시사한다. 단기적이든 중장기적이든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앞으로 부의 재분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대량 실업과 중산층 몰락의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등장에 의해 가장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대표적인 나라다. 향후 10년에서 20년 사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를 대비해 정부는 쉬운 해고와 파견직 양산을 추진하기에 앞서 최저임금을 올리고, 실직 급여 체계를 정비하며, 기초연금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중장기적 처방을 내놓고 위기관리 체제로 돌입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 정부는 부의 재편을 위한 합리적인 재원 확보에 대한 명확한 처방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글 | 맹성렬

현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중.
영국 Cambridge University 공학박사.
경실련 과학기술위원회 정책위원, 중앙위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연구위원.
저서: 『아담의 문명을 찾아서』, 『과학은 없다』, 『UFO 신드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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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krabec, Quentin R. 2007. George Westinghouse: Gentle Genius, Algora Publishing, pp.105-118.

2) Devine, Warren D., Jr. 1983. From shafts to wires: Historical perspective on electrification. Journal of Economic History, vol.43, p.351.

3) Hellemans, Alexander. 2015. Jeremy Rifkin on the Internet of Things and the Next Industrial Revolution. IEEE Spectrum.
http://spectrum.ieee.org/tech-talk/telecom/internet/jeremy-rifkin-on-the-internet-of-things-and-the-next-industrial-revolution

4) Rifkin, Jeremy. 2016. The 2016 World Economic Forum Misfires with its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Theme, IndustryWeek, Jan 15, 2016.

5) Crevier, Daniel, 1993. AI: The tumultuous history of the search for the artificial intelligence, Basic Books, p.58.

6) Krugman, Paul.2012. Robots and Robber Barons, New York Times, DEC. 9, 2012
http://www.nytimes.com/2012/12/10/opinion/krugman-robots-and-robber-barons.html?_r=1

7) Young, Angelo.2015. Chart: Labor-Cost Savings From Adoption Of Advanced Industrial Robots (%, 2025)

http://www.newsmovingmarkets.com/2015/02/chart-labor-cost-savings-from-adoption.html

8) Gulotta, Lawrence. 2012. The Triple Revolution Revisited (1964-2012), This American Commentary. Sept. 10, 2012.
http://www.thisamericancommentary.com/posts/the-triple-revolution-revisited-1964-2012

9) Lansley, Stewart. 2016. A sharing economy: How social wealth funds can reduce inequality and help balance the books, Policy Press
https://books.google.co.kr/books?id=qs2tCwAAQBAJ&dq=martin+ford+guarded+by+the+autonomous+military+drones+and+robots&hl=ko&source=gbs_navlinks_s

10) 김대식, 2016.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동아시아,pp.296-301.

11) Thorpe, Nick & James, Peter. 1995. Ancient inventions, Michael O'Mara Books Limited. p.133.

12) Landels, J.G. 1978. Engineering in the ancient world,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pp.30-1.

13) Lannoye, Vincent. 2015. The History of Money for Understanding Economics: (2nd edition), Vincent Lannoye, pp.80-81.
https://books.google.co.kr/books?id=d_cLCAAAQBAJ&printsec=frontcover&hl=ko&source=gbs_ge_summary_r&cad=0#v=onepage&q&f=false

14) 페이스 북에서의 개인적인 대화
https://www.facebook.com/daesuk.kwon.3?fref=hovercardhttps://www.facebook.com/daesuk.kwon.3?fref=hovercard

15) 이재원, 제레미 리프킨 "자본주의와 공유경제가 함께 돌아가는 하이브리드 시대 올 것" 조선일보(2015.10.19.)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19/20151019020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