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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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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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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비교정치학)

2016년 5월 23일,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7주기가 되는 날이다. 해마다 5월이면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며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한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5월 12일 '20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을 종료하며 "김대중·노무현 정신만 빼고는 다 바꾸자"는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노무현 정신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사람은 매우 적어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당민주화와 상향식 공천에 무관심한 '김대중 노선'에 도전했을 뿐 아니라 '친노패권주의'와 '운동권논리'를 넘어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계파공천권을 아예 포기하고 보통 시민들에게 돌려주려고도 했다. 또한 탈계파정치와 상생정치를 위해 국무총리 지명권과 조각권을 한나라당에게 주는 대연정 방안을 제시하여 당내 친노계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정신은 탈계파정치를 위한 '협치'와 '공화주의'(비지배-국민통합) 및 '시민들의 대화와 토론을 중시하는 숙의민주주의'와 관련이 있다.

'협치'는 세계화와 네트워크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통치양식인 거버넌스(Governance)의 번역어이다. 거버넌스의 핵심은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권력과 권위를 다양한 행위자에게 위임·분산하여 그들의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함께 협력하는 양식을 뜻하며 협치에 참여하는 중요한 행위자는 당연 '덕성있는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대표자'이다. 이러한 원리를 '정당협치'에 적용하면 당 지도부나 계파보스가 가지고 있던 공천권과 정책결정권을 당원과 지지자 및 일반 유권자에게 돌려주고 그들의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당의 기반과 체질을 수평화·개방화하는 것이 된다. '정당협치'는 이른바, '시민참여형 네트워크정당모델'이나 '시민플랫폼 네트워크정당모델'로 구현된다.

특히, 시민이 공천에 참여하는 공천협치는 '오픈 프라이머리 법제화'로 구현된다. 그러나 노무현의 공천권 포기와 상향식 공천노선은 선의에도 불구하고, 제도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그와 그의 계승자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안이한 측면을 드러내보였다. 즉 노무현은 상향식 공천제가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에 반대하는 정당과 계파들의 반발과 방해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설득할 수 없었다. 공천권이 없는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져 정치적 무기력을 보이게 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 점은 노 전 대통령 및 문재인 대표와는 다르게 대통령의 무기력과 레임덕을 막기 위해 19대와 20대 총선에서 계파공천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된다. 따라서 노무현의 상향식 공천제는 여야가 동시에 실시하는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로 계승되도록 치밀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노무현의 계파공천 포기와 대연정 제안은, 공천권을 무기로 의원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집권당과 국회를 장악하여 대통령과 행정부 중심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으로 야권의 반발과 파행을 불러오게 되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 관행'을 폐지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친박공천'과 '일방적인 국정독주'를 고집한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된다. 특히, 대연정 제안은 계파정치에 따른 파당적 대립과 갈등을 막을 '협치'의 기원으로, 20대 총선결과에 따라 등장한 3당체제에서 회자되고 있는 상생과 협력을 위한 협치모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무현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자서전》)』와 그가 남긴 어록을 담은『노무현의 민주주의(《민주주의》)』등에 비추어 단계별로 정리해보았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는 분열주의와 기회주의, 특권과 반칙에 대한 투쟁이었다.
(《자서전》, p. 177)

첫째, 위의 언급에 드러난 것은 '3당합당' 등 권력획득을 위해 자기에게 유리하면 부정의와 반칙으로 특권·기득권세력과 야합하면서 지역·계파분열로 국민을 분열시킨 기회주의 세력에 비타협적으로 투쟁하는 '탈(脫)계파정치의 정신'으로 이것은 변호사와 국회의원 시절의 전기 민주투사로서의 노무현정신이다.

저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게 내각의 구성권한을 이양하겠다.
(《민주주의》2003년 4월 2일 국회연설)

권력의 이양이라는 대통령의 제안이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보일지 모르나, 대통령으로서는 비정상적인 우리 정치제도와 변화하는 정치현실 속에서 수많은 갈등과 고민을 거쳐 나온 결론이라는 점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민주주의》2005년 7월 28일)

둘째로 위의 언급에는 국민통합을 위해 대연정을 제안한 후기 공화주의자로서 노무현 정신이 드러난다. 즉 특정 계파의 대변자가 아닌 국민과 국가의 대표인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에서 다수파와 소수파가 대립·갈등하는 국론분열을 막아 어느 누구도 지배할 수 없는 비지배-공화상태(국민통합)를 만들고자 한 것에서 협치와 공화주의 정신을 볼 수 있다.

그 외로 셋째, 덕성 있는 시민들이 국정과 정치과정에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자고 주장하고 본인도 시민으로 돌아간 말기 시민공화주의로서 노무현 정신과 넷째로 봉하마을로 낙향 후 생태농업, 생태하천 복원 등 탈물질주의적 가치를 지향하는 풀뿌리 생태주의자로서 말기 노무현 정신이 있다.

이제 민주화가 된 지도 근 30년이 되는 만큼 친노 인사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더민주당은 민주투사로서의 전기 노무현보다는 국민통합을 위해 협치와 공화주의에 전념한 후기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여 실체가 불분명한 '친노패권주의'라는 나쁜 이미지와 오해를 방어하고 혁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더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노무현 정신과 그의 중도확대론까지 제대로 수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아래의 언급에 드러난 김대중 노선의 의의와 한계를 비판하고 있는 노무현 정신을 직시해야 한다.

김대중 총재의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김총재는 가끔 불러서 귀한 충고를 주었고, 대통령이 되자 해양수산부 장관 발령을 냈다. 그러나 나는 공손한 부하가 아니었다. 야권통합을 할 때 조직강화특위 회의장을 여러 번 박차고 나왔으며 공천심사위원회 결정을 당 지도부가 뒤집었을 때는 발언권도 없는 대변인이면서도 '당 대표가 그럴 권한이 있느냐'고 들이받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나에 대해 불안하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자서전》, p.119)

정당은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나는 정당운영을 민주화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1997년 국민회의에 입당해 김대중 총재를 모시고 정치를 하는 동안은 이 소망을 접어 두었다. 정권교체와 한반도 평화, 서민을 위한 정책을 원했기에 김대중 총재를 지지했을 뿐 정당민주화와 관련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자서전》, p.283)

또한 더민주당은 민주 대 반민주 혹은 진보 대 보수라는 진영논리를 넘어 노무현 대통령의 '중도확대론'을 폭넓게 계승하여 일관되게 '중도개혁론'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야당도 때로 야당의 인물만 가지고는 전국에 후보를 낼 수 없다. 야당 출신을 우대하면서도 중립지대에 있었거나 과거 여당에 종사했던 사람도 찾는 것이다. 정당을 순종 (토종)만 가지고 할 수는 없다. 중간지대를 많이 포섭해 나가야 한다. 주도세력의 성격과 철학이 뚜렷하면 된다.
(《자서전》, p.147)




글 | 채진원

2009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민주노동당의 변화와 정당모델의 적실성"이란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수로 '시민교육', 'NGO와 정부관계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대표저서로는 『무엇이 우리정치를 위협하는가-양극화에 맞서는 21세기 중도정치』(인물과 사상사, 2016) 외 다수가 있다.

<알 림> 국민의제 제 7차 공개 민회

국민의제 7차 민회는 곽노현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발표와 이어지는 대담토론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일시 : 2016.05.25(수) 19:00 - 21:00
◈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5길 29 태화빌딩 지하1층 회의실(종각역 3번 출구)
◈ 대상 : 누구나
◈ 참가비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