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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청년정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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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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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2013년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학가의 대자보 글이 사회 전반의 주목을 끌었다. 여기에서 나는 주현우씨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한 대목에 주목한다. "88만원 세대라는 우리는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하여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았다." 자신들은 이 사회에서 가장 싼 노동제공자, 더욱이 사회적 대화에서 배제되고, 수동형으로 키움을 받고 있는 존재라고 토로한다. 기성세대가 만든 무한경쟁의 이 사회를 감당 못한 친구가 사라져도 그저 자신만을 생각해야하는 공동체가 무너진 삶을 그는 이렇게 묘사했다.

한국사회에서 청년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불과 최근 5년간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운동을 계기로, 2012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앞 다투어 청년 비례대표 개념을 도입하면서 이는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지난 총선 이후 4년이 별다른 성과 없이 지나가고 또 다른 총선을 맞은 올 4월에는 기대와는 달리 청년이슈를 앞세우는 정당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사회정책에 관한 관심은 알파고와 인공지능에 완전히 밀려나 버렸다. 전국구 비례대표 후보명단의 앞자리를 청년이나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이른바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차지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는 청년정책이라는 것이 없다. 전통적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한국사회에서는 청년을 성인으로 가는 과정으로만 보고 따라서 어른이 되기까지의 고생을 오히려 약으로 생각하는 시대에 뒤진 가부장적 관념이 아직도 지배적이다. 더욱이 산업화시대 이후에 자란 청년세대들의 삶을 기성세대가 견디어야 했던 그 시절에 비교하여 배부른 투정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청년 자살률 1위, 출산율 최하위의 자리를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청년실업률과 이미 채무자의 신분으로 사회진출을 시작하는 청년들의 수도 줄지 않고 있다. 이들은 오늘의 한국을 핼조선이라 부르고, 금수저·흙수저로 사회적 불평등을 희화화하며, 자신들을 N포세대로 규정 한다. 청년층의 이러한 불만과 자포자기의 정서가 만연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정부나 기성사회는 이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보지 못하고 그저 형식적인 언급이나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청년정책의 부재는 사회발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우리사회에서 이문제가 유독 심각한 이유는 인구구조의 급변과 이에 따른 경제사회적 위기가 임박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가 왜 심각한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고령사회에서 부양 임무를 걸머질 자들이 바로 오늘의 청소년들이다.

세계는 인더스트리 4.0을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 5년 후 일자리는 현재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도기술과 이를 뒷받침할 사회규범, 예술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필요한 시대를 우리는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기술의 향상과 아울러 새로운 사회철학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오늘의 청소년들이 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국가는 중장기적 혜안을 가지고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청년들이 지녀야할 것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희망이다. 아무리 현재가 어렵더라도 희망이 있는 한 미래가 있고 창조가 이루어진다. 이것이 산업사회 과정에서 어려움을 이긴 힘이다. 이런 의미에서 청년자살은 가장 심각한 문제로서 스스로의 선택이라기보다 사회적 무관심과 사회적 무방비가 만든 사회문제로 보아야한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12.5%)을 보이자 드디어 중앙정부가 '청년에 돈풀기'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서울시와 경기도 성남시가 추진하는 청년수당제도를 포퓰리즘이라 비난했고 중단 명령까지 내린 바 있다. 정부는 그동안 다섯 차례의 청년일자리 대책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가 없자, 4월27일 여섯 번째 대책으로 '청년취업내일공제'라는 청년수당 정책을 발표했다. 일자리를 찾는 기간의 생활비 보조성격으로 지불하는 지방정부의 수당과는 달리 이것은 청년의 눈높이를 낮추어 구인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으로 이들을 유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거친 뒤 정규직으로 2년간 근무하는 34세 이하를 대상으로 1명당 2년간 사실상 현금부조에 해당하는 900만원(취업지원금 600+기업납입금 300)을 청년에게 적금 형태로 지급하고 여기에 자기 적립금 300만원을 합쳐 총 1,200만원의 종자돈을 형성시키는 내용이다. 일단은 1200만원의 기초자산과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청년문제를 다루는 현재의 정부정책은 청년실업자의 구제를 몇 명이나 이루었나하는 실적위주의 근시안적 안목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청년문제는 일자리 창출로만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부는 2013년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청년의 연령범주(만19에서 34까지)를 처음으로 공식화 하였다. 그동안 청년에 대한 법적 개념조차 없어왔다. 연령의 범주도 국제수준(16-29)과 많이 다르다. 청년정책은 청년문화로부터 시작하여 생활, 교육,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사회정책적 차원에서의 포괄성과 미래 지향성을 지녀야 한다. 정책의 기조는 문제아를 도와주는 구제적 자세가 아니라 스스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청년위주의 능력개발과 희망의 사회적 인프라를 만들어 내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위에서 말한 절망한 청년들이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사태를 방지하는 것이다. 사회는 이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고립상태와 환경적 압박요인을 분석하여 극단적 선택의 길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또 하나 주시해야 할 사안은 청년세대 내 빈부격차가 확연히 확대되어가는 현상이며 이 격차가 청년들의 희망과 행복의 강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는 빈부격차의 대물림이 행복격차의 대물림이라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이다. 일단 이 사회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청년을 사회 안으로 다시 통합시키려면 문제의 분석과 대책의 시점을 고용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의 소년기로 되돌려 시작하여야 한다. 이것이 청년의 범주를 사춘기 연령까지 확장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다음으로 교육과 고용이 연계되지 못하는 현재의 교육내용과 방법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향후 일자리는 급격히 감소될 것으로 추정되어 당연히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고용 기회는 더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현재 세계적인 추세로 유럽국가들의 청년실업률은 한국의 그것보다 명목상으로는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청년실업률 12.5%는 실제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일하지 않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고 있는 소위 '니트(NEET)족이 약 19%나 되니 이를 포함하면 30%를 훌쩍 넘긴다. 더욱이 청년의 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자 이른바 '열정페이 청년'들을 감안하면 실상은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나라 청년(16∼29세) 실업률은 성년(30∼54세)실업률의 3.5배에 이르러 상대적 실업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청년층의 교육 수준은 세계 최상위에 속한다. 이미 여러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청년실업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가 아니라 교육인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이 사회에서 청년이 떠안고 있는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포함하는 청년정책을 고안해야 한다. 금번 '청년취업내일공제'는 노동수요와 공급을 맞추려는 뜻에서는 의미가 있어 보이나 이는 '포기와 제외'된 삶을 살아가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위한 근본 대책은 되지 못한다. 고용문제의 측면에서만 보아도 이는 대단히 단면적이며 선별적이다. 이미 시작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기에 고도기술의 출현과 경쟁의 심화는 더욱 촉진될 것이다. 교육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상상력과 힘을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교육도 따라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 외에 일, 건강, 문화, 자유와 주권행사 등 다양한 영역이 융합적으로 청년정책에 포함되어야 한다. 기본이 갖춰진 여건 하에서 만이 청년들은 자기 삶을 영유할 수 있고 이것은 사회발전에 도움이 된다.

'N포세대'라고 하는 말을 사회에 대한 심각한 경고로 우리는 받아들여 더 이상 미래를 대비하는 시간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시대의 도전에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대응했던 한국사회는 이제 4차 산업혁명과 인구위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맞아 이를 청년정책 중심으로 극복해 내는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야 한다.

글 | 신필균

현재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을 역임하였고 스웨덴 사회보험청과 스톡홀름광역시 의회 등에서 복지관련 행정과 연구 활동을 하였고 대표적 저서로선 <복지국가 스웨덴-국민의 집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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