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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차별이 아니면 무엇이 차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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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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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요력금강(현직법조인/게이법조회)


여러분 놀라지 마시라.


한국 군대에서는 말이다. 여군과 남군이 성행위를 하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휴가 중이나 퇴근 후에 여관, 모텔, 호텔, 자기 집, 영외숙소에서를 막론하고 생활관, 행정반, 초소, 본청 등 영내 어디에서 성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뿐인 줄 아는가 여군과 남군은 결혼을 하기도 하고, 같이 살기도 하며, 서로 성행위를 한다. 하지만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왜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합의하에 한 성행위이기 때문이다. 합의하에 한 성행위는 성폭력이 아니므로 처벌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피해자가 없다. 뭐 말하자면 상당히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군형법은 동성군인 간의 성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한다. 합의하에 이루어져서 성폭력이 아닌 경우에도 처벌을 한다. 영내가 아니라 휴가 중 영외에서도, 직업군인이라면 퇴근 후 자기 집에서도, 어디서든 동성군인간 성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나는 이러한 부조리가 어째서 동성애자 군인에 대한 차별이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여군, 남군 간의 성행위는 군기강을 유지하고 전투력을 향상시키는 데 막 도움이 되는 그런 뭔가가 있나?

우리는 동등한 처우를 바라고 있는 것일 뿐이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아무리 군인이라 하여도 남의 이불속 사정은 개인의 사생활에 불과하다. 단지 동성애자 군인이라는 이유로 국가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감시하고, 또 처벌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 육군 동성애자 대위 구속 사건을 보며, 이상한 질문들에 답해야 했다.

"동성애자 군인을 처벌하지 않으면 군대 내의 동성 성추행을 어떻게 처벌하나요?"


여기에 몇 번을 답했는지 모른다.


자, 다시 한 번 대답한다.

합의하에 이루어진 동성군인 사이의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이 없더라도 말이다. 가해자가 동성이든 이성이든 불문하고 강제적으로 타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빼앗는 행위에 대해서는 군형법 제92조(강간)를 비롯하여 모든 조문이 구비되어 있다. 강간이든, 유사강간이든, 강제추행이든 강제적인 모든 성범죄들을 처벌하고 있다. 즉, 당신들이 걱정하는 무서운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동성 성추행을 하는 것이 반드시 동성애자라는 것도 편견에 불과하다. 나는 군법무관으로 군생활을 했는데 복무하는 동안 딱 한 번 동성 성추행을 직접 목격했던 적이 있다.

육군 법무병과의 큰 회의를 마치고 나서의 회식장에서였다. 술에 취한 남성 영관 법무관 한 분이 회식장 문을 가로막고 서서는 회식장을 나가려면 자신과 입을 맞춰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가려는 남성 법무부사관 몇을 줄을 세워 강제로 자신과 입을 맞추게 했다. 그 분은 부인과 자식이 있는 이성애자였다. 그러나 그 분은 구속되지도 형사처벌을 받지도 않았다. 심지어 진급하고 지금도 군생활을 잘 하고 있다.

그런 강제적인 성폭력조차 묵과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군이다. 그런데 합의하에 동성 성교를 했을 뿐인 동성애자 대위가 구속되어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심각한 아이러니를 느낀다.

우리가 감시하고 경계해야 할 행위들은 어떤 것들일까. 적어도 개인 사생활의 내밀한 부분들은 아니다. 누구와 교제를 하고, 누구와 사랑을 나눌 것이지를 정하는 그런 부분들은 아니다. 그것은 성적자기결정권의 본질이고, 스스로 결정할 부분이며, 외부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는 부분들이다.

오히려 군과 사회는 정말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들은 외면하고 있다. 권력과 힘에 기반해 누군가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빼앗는 폭력들, 내가 목격했던 그런 것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