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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즐기는 폴댄스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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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름이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나는 방학의 안일함에 젖어들지 않고 학기 중에 불어난 살을 빼기 위해 폴댄스 학원에 등록했다. 재즈 댄스, 현대 무용, 탭 댄스, 걸스 힙합, 스포츠 댄스 등 나름 '춤 좀 췄다'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이런 기예에 가까운 것을 '춤'이라고 부르다니! 내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처음엔 무지 당황했더랬다.

폴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는 사람들 뒤로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내가 있었다. 스스로도 꽤 굴욕스러운 풍경이었지만 효과는 있었다. 약 한 달 반 동안 3kg이나 빠진 것. 학교에 돌아가니 원우들이 왜 이렇게 홀쭉해졌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소한 걱정은 얼마 가지 않았다. 허리 통증이 심해져서 폴댄스 수업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로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다니며 허리 치료를 받았다. 시술도 받았다. 조금씩 나아졌다. 하지만 허리 핑계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더니 또 군데군데 살이 붙었다. 하지만 더 이상 외관이 문제가 아니었다. 오래 걷거나 잠깐 뛰기라도 하면 헉헉거리는 이 가난한 체력을 어찌하리오. 하지만 대학원 졸업 후에 직장을 다니며 따로 짬을 내서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가혹하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역시 '운동이 답이다'고 결론짓고 헬스장을 검색했다. 하지만 계속 제자리걸음뿐인 러닝머신, 아무리 밟아도 앞으로는 1cm도 나아갈 줄 모르는 사이클, 그곳에 드나드는 표정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쭉 빠졌다. 결국 헬스장 등록을 접고 다시 검색했다. '폴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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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춤? 폴댄스?

폴댄스란 댄스 및 체조의 일종으로 수직 기둥을 활용해 유연성과 근력을 구사하며 오르내리기, 스핀, 거꾸로 서기 등을 조합한 춤이다. 춤과 체조가 결합된 공연의 형태로 보아도 무방하다. 폴댄스는 근력 강화에 효과적이며 주로 전완근과 광배근 등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어깨, 복부 근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

폴댄스는 폴 피트니스, 이그조틱, 맨 폴, 차이니즈 폴 등 장르가 다양하다. 폴은 고정여부에 따라 고정 폴, 회전 폴, 흔들 폴 등이 있으며 재질에 따라 크롬 폴, 스테인리스 스틸 폴, 동 폴, 티타늄 폴, 실리콘 폴 등으로 나뉜다.

이따금 "꼭 그렇게 벗고 해야 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는데 폴은 피부 마찰력을 이용한 동작들이 대부분이기에 의상이 짧고 간편한 편이다. 요즘에는 멍이나 마찰 등의 부상을 최소화시키는 실리콘 소재의 레깅스도 판매되고 있다.

폴댄스는 음악과 함께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으며 무궁무진한 응용 동작들이 가능하기 때문에 흥미롭다. 또한 고정 폴에서 다양한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폴 피트니스, 랩 댄스 형태의 이그조틱, 폴이 회전하며 우아함을 극대화시키는 스피닝 폴 등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에 맡게 즐길 수 있다. 새로 동작을 배울 때 무겁고 겁도 나지만 안전 매트가 있고 설명만 잘 주의해서 듣는다면 낙상 등의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한쪽으로만 폴을 타게 되면 양쪽 밸런스가 맞지 않게 될 수 있으니 익숙하지 않더라도 양쪽을 번갈아가며 폴을 타는 것이 좋다. 물론 알면서도 오른손잡이인 내가 왼손으로 폴을 잡는 건 늘 어색하기만 하다.

앞으로도 폴링을 즐기기 위해 꾸준히 해야 할 일은 유연성을 늘리고 근력을 기르는 것이다. 유연성이 좋지 않아도 폴댄스 동작들이 가능하긴 하지만 좀 더 아름다운 포즈를 위해서는 유연성이 필수다. 팁을 공유하자면 집에서 TV를 보면서 다리를 찢거나 폼롤러 등의 소도구를 이용해 근막을 이완시켜 시켜주는 것. 이는 고관절 건강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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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폴댄스의 매력

폴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남자 친구와의 결별이었다. 이별 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기분을 잠재울 길이 없어 고민하다가 주 1회 수강했던 레슨 횟수를 2회, 많게는 3회로 늘렸다. 스트레칭과 웨이트 운동(폴댄스는 코어가 가장 중요한 운동이기 때문에)을 마친 후 폴 레슨이 이어지는데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정말 신기하게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온 세상을 가진 듯 행복해졌다. 아마도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엔도르핀이 생성된 덕일 것이라.

또한 폴댄스는 성취감이 큰 운동이다. 그동안 눈으로만 담아왔던 아름다운 동작을 어설프게나마 해내면 그 쾌감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다리 이곳저곳에 퍼진 새파랗고 새빨간 멍도 훈장이 된다. 될 때까지 시도하는 건강한 추진력이 일상에서도 빛을 발한다. 될 때까지 기어오르는 근성 덕분인지 매사 '끝까지 하다 보면 언젠간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덤덤함이 생긴 것 같다.

폴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것. 폴댄스는 완벽한 무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근력이 향상되는데 근육량이 오르면 기초대사량이 높아 활동 시에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다. 폴 스튜디오에 꾸준히 다닌 회원들을 보면 확실히 몸매 라인이 탄탄하고 예쁘다. 나도 최근 폴을 타면서 3개월 동안 약 4kg 정도가 빠졌으니 엄청난 효과다. 또한 셀룰라이트로 울퉁불퉁했던 허벅지와 뱃살에 탄력이 생겼다. 나는 특히 하체가 튼실한 편인데 여전히 두껍긴 해도 확실히 탄탄해 보인다. 안타깝게도 요즘 간식과 야식을 다시 시작하면서 식단 조절하며 폴을 타던 때의 영광을 찾아보긴 어렵게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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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큰 활력을 주는 폴댄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 후 폴 스튜디오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오늘은 피곤한데 그냥 집으로 갈까' 등 사사로운 핑계들이 쏟아진다. 그래도 나는 오늘 밤 일을 마치고 폴을 타러 갈 것이다. 약 두 시간의 운동이 끝나고 나면 또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도시 곳곳에서 술잔을 부딪치는 금요일 밤, 나는 오늘도 폴을 잡으러 스튜디오로 향한다.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