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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례 Headshot

삼킬 수 없는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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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례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각자 저녁 약속이 있다는 가족들의 문자를 확인하고 나는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려 동네 패스트푸드점엘 들렸다. 역 안에 있는 오래된 가게. 고등학교 시절엔 하교 후에 친구들과 종종 찾았던 곳이다. 다 벗겨진 빨간색 시트가 안타깝긴 했지만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기름 냄새가 가득한 것도 여전했다.
  • 김유례
    유리창 너머 고개를 기웃거리며 누군갈 기다리는 사람. 7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눈에는 연인의 웃음을 담는 사람들. 그 틈에 내가 있었다. 나는 가장 구석진 자리를 차지하고 짐을 풀었다. 새로 나왔다는 햄버거는 영 발음하기가 어색했다. 빨갛게 달아오르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진동벨을 건네고 음식을 받았다. 나는 의미 없는 공간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최대한 꼭꼭 씹어 햄버거를 삼켰다.
  • 친구들과 앉아있던 자리를 마주 보며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했다. 수업 사이사이, 점심을 먹고 난 후, 심지어 수업 중간에 쪽지를 주고받으며까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았을까. 그것도 모자라 하교 후엔 패스트푸드점에 새로 나온 디저트나 할인 이벤트를 핑계 삼아 그곳에서 또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내일 또 만나자'는 인사가 그리도 아쉬웠던 우리. 이제는 내일도, 모레도 만나기 어렵다. 각자의 삶이 바쁘고 고단한 탓이다.
  • 누구 하나 말 걸 사람이 없는 나는 괜스레 핸드폰을 꺼내 SNS를 뒤적거렸다. 친구의 일상이 사진 한 장과 함께 간략한 문장으로 정리돼 있었다. 친구의 안부를 확인하고 텅 빈 하트를 눌러 빨간색으로 채웠다. ‘예쁘다’, ‘맛있겠다’ 댓글도 달았다. 한 손에 핸드폰을 쥐고 조그마한 자판 누르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그사이 햄버거를 다 비웠다. 배는 찼는데 허기는 여전했다. 외로움이란 이런 식으로 삼켜지거나 채워지는 게 아니었나 보다.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