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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도둑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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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저널리즘 사상 최대의 폭로가 막 이루어졌다. 그것은 부패에 관한 것이다." 미국 정부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트위트다. 파나마의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로부터 유출된 사상 최대의 조세회피처 관련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가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아버지의 페이퍼컴퍼니로 곤혹을 치르고 있고, 금융위기 중에 해외로 자산을 빼돌린 아이슬란드의 총리는 사퇴했다. 푸틴과 시진핑 등 다른 지도자들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도 높다.

부자와 기업들의 국경을 넘는 조세회피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파나마가 바로 역외탈세의 한 방법인 '세금 바꿔치기'의 원조 격이다. 1982년 미국의 맥더멋사가 세금이 낮은 파나마에 있는 자회사를 모회사로 바꾸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지금도 애용되는 수법으로, 얼마 전에도 미국의 화이자가 합병을 통해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기려 했지만 규제 강화로 무산되기도 했다. 또한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아일랜드와 같이 세금이 낮은 국가에 회사를 세워 특허권을 몰아준 뒤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이윤을 그곳으로 보내고 있다. 한 보고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미국의 286개 대기업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이윤이 2.1조달러에 달하며, 그중 애플 등 30개 기업이 1.4조달러를 차지한다.

세계의 갑부들도 세금을 피하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재산을 조세회피처에 숨겨왔다. <국가의 잃어버린 부>라는 책을 쓴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가브리엘 주크만 교수는 조세회피처에 숨어 있는 자산이 전세계 개인 금융자산의 약 8%인 7.6조달러에 이르며 이로 인한 세금 손실이 약 200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고한다. 또한 그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이윤 중 조세회피처로 도피하는 비중이 1980년대 중반 2%에서 현재 약 20%로 급등했고, 이윤에서 세금으로 내는 비중은 30%에서 15%로 급락했다. 그는 은행계좌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정보를 각국이 공유하고, 이를 거부하는 조세회피처 국가에는 높은 관세 등의 보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제 심각한 역외탈세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 타깃은 먼저 소득이전을 통해 세금을 회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선진국 정부들은 소위 구글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정보공유 노력이 활발하며 주요 20개국(G20)도 최근 '세원잠식과 소득이전' 보고서를 승인하여 이를 지지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각국에서 재정지출을 위한 세수가 필요하고 부의 불평등 심화로 인한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현실과 관련이 깊다. 다국적 기업과 부자들의 엄청난 로비에 맞서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국은 어떨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한국이 조세회피처에 숨긴 자금이 세계 3위라고 이미 보도된 바 있다. 또한 한국 대기업이 케이맨 군도 등 조세회피처에 송금한 금액이 2007년 이후 8년 동안 4324억달러에 이르는데, 국내로 들여온 금액은 2740억달러에 불과하여 탈세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에도 195명의 한국인이 포함되었다고 보도된다. 그럼에도 탈세를 막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모자라는 현실이다. 국세청은 최근 역외탈세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지만, 국회에서는 해외계좌의 신고의무 금액을 낮추는 등 여러 법안이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해외로 도망가는 세금도둑을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역시 정치를 바꾸고 정부의 등을 떠미는 시민들의 압력일 것이다. 자본주의의 부패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힘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