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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에게 노동조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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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를 원한다면 노동조합에 가입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동절 연설이 한국에서도 화제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기업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결정하여 노조에 힘을 실어 주었다. 또한 '긱 이코노미'라 불리는 주문형 서비스 시장의 노동자들을 피고용자로 인정했고 간병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등 취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과도하게 유연화된 노동시장이 미국 중산층의 기반을 해치고 있다는 반성에 기초하고 있다.

이를 지지하는 경제학 연구도 많다. 여러 실증연구들은 수십년 동안 심화된 미국의 임금불평등이 레이건 시대 이후 진행된 노조의 약화와 관련이 크며, 선진국들을 비교하면 노조조직률이 낮은 나라가 상위 소득 집중도가 높다고 보고한다. 게다가 최근 연구에 따르면 노조 조직률이 높은 지역의 가난한 아이들이 커서 소득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확률이 더 높아서, 활발한 계층이동과 기회의 평등을 위해서도 노조가 중요하다고 지적된다. 노조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감도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여당 대표는 노조가 쇠파이프를 휘두르지 않았으면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되었을 거라 말하고, 정부는 청년고용을 핑계로 노동자의 7% 남짓한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물론 약자를 외면하고 회사와 담합하여 무리하게 자신의 이해만 추구하는 몇몇 대기업 노조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들은 정치사회적인 책임을 고민하고, 타타대우상용차 등의 사례처럼 비정규직 그리고 하청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절대다수의 노동자들은 힘이 너무 약해서 그리고 노조가 없어서 문제다. 한국의 노조조직률은 약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이며, 국제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우리 노동자의 권리는 방글라데시와 같은 세계 최하등급이다. 열악한 노동조건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우려에 노조를 만들기가 너무나 힘겨운 현실이다. 실제로 2014년 정규직의 노조가입률은 13.9%였지만 비정규직은 1.4%에 불과했다.

하지만 심각한 빈부격차를 고려하면 약자들의 노조는 더욱 필요하다.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과 소득불평등은 외환위기 이후 계속 악화되어 왔는데, 2007년에서 2014년까지 노동생산성은 12% 높아졌지만 상용노동자의 실질임금은 고작 4% 올라 노동소득분배율이 더욱 떨어졌다. 이런 현실에서 재분배 이전에 1차 분배를 개선하고 가계소득을 늘리려면 대기업 정규직이 아닌 대다수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야 하며 이들의 힘이 세져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공정한 하청거래를 통해 중소기업을 키우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실에서 노동 3권을 철저히 보장하고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여 비정규직과 하청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을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고용보험 등의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충하는 것도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노동개혁은 소수의 상위층 노동자들을 압박할 뿐, 하위층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임금피크제가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로 이어질지는 의문스러우며, 취업규칙 변경 요건의 완화와 일반해고제 도입은 노조도 없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처지를 함께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불평등과 사회갈등을 더욱 심화시켜 장기적인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의 지도자들도 한국인들이 오바마의 연설과 미국의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를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