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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칼립스 혹은 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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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FICIAL INTELLIGENCE
Kim Kyung Hoon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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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칼립스'. 로봇과 아포칼립스를 붙여서 만든 신조어다. 로봇으로 인한 대량실업이라는 종말을 의미하는데, 선진국에서는 이에 관해 열띤 논쟁이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매사추세츠공대의 오터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은 역사를 돌아보며 로보칼립스가 오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연구는 1970년 이후 선진국의 산업별 데이터를 사용하여 기술혁신으로 인한 생산성 상승이 그 산업의 고용은 감소시켰지만, 소득과 구매력 증가를 통해 다른 산업들의 고용을 증가시켜 전체 고용을 늘렸다고 보고한다. 2000년대에 그런 효과가 작아졌지만 지금은 로보칼립스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보고도 있다. 아제모을루 교수 등의 최근 연구는 미국의 지역 노동시장 데이터를 사용하여 1990년 이후 산업용 로봇의 도입이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하여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 수치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미친 영향보다 훨씬 작았으며 컴퓨터 등의 다른 투자는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없었다.

한편 옥스퍼드대의 프레이 교수 등은 20년 내에 일자리의 절반가량이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보고하지만, 이는 기술적인 가능성일 뿐이며 대체하기 힘든 세부 직무를 고려하면 그 확률이 훨씬 낮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른 연구는 1850년대부터의 미국 노동시장 데이터를 사용하여 일자리 변동률이 2000년대 이후 오히려 낮아졌다고 보고한다.

그렇다면 로보칼립스 이야기는 과장된 것일까.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경고는 언제나 존재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났다는 것이 낙관론의 근거다. 하지만 우려되는 바는 역시 불평등이다. 오터 교수에 따르면 생산성 상승이 주로 교육수준이 높은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프레이 교수도 앞으로 인공지능으로 인한 소득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 전망한다. 결국 로봇이 인간의 손발을 넘어 머리도 대체하는 시대가 대량실업의 디스토피아는 아니라 해도 다른 모습의 우울한 미래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여러 경제학자들은 기술혁명 자체에도 회의적이다. 70년대 이후 그리고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오히려 혁신과 생산성 상승이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로봇기술의 발전과 함께 불평등과 저성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최근의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이는 기술혁신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생산성과 임금이 낮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는 현실과 관련이 클 것이다. 이렇게 노동자의 힘과 몫이 줄어들고 기술독점기업의 이윤만 커지면 수요가 부족해져 투자와 생산성 그리고 성장 모두가 정체되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로봇세나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 한국을 돌아보자. 지난 대선 때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화두였고 정부도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에게 그런 혁명은 없으며 다른 나라들은 그런 단어도 잘 쓰지 않듯이 새로운 산업혁명 이야기는 과장된 면이 크다. 반면 한국의 산업용 로봇은 제조업 노동자 1만명당 2005년 171대에서 2015년 531대로 급속히 늘어나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가능성과 이를 위한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로보칼립스나 불평등의 어두운 미래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들도 깊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