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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제대로 된 논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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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GROWTH
ajcabeza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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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공공투자,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기업의 이윤을 노동자와 나누는 이윤공유제, 그리고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지난 미국 대선 시기 힐러리 클린턴의 공약이다. 한국에서라면 근거 없는 실험이라는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에 관한 최근의 논란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득주도 성장은 포스트케인스주의 학파의 임금주도 성장에 관한 연구에 기초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노동소득분배율의 변화가 총수요에 영향을 미치는데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아질 때 수요가 진작되어 성장률이 높아지면 경제는 임금주도 성장 체제다. 이들은 나아가 임금이 높아져 성장이 촉진되고 기업들이 신기술을 도입하면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음을 보인다. 이 이론이 자영업자가 많고 재분배가 미약한 한국에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보수언론과 몇몇 학자들은 이에 대해 극소수의 비주류 경제학이며 무모한 실험이라고 때리기 바쁘다. 특히 임금 인상은 투자를 저해할 수 있으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임금주도 성장은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임금 상승으로 소비와 경기가 살아나면 기업들의 투자는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이미 주력 수출품이 자본집약적 산업인 한국 경제에서 임금 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결국 실증의 문제인데 여러 연구들은 현재 한국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아지면 소비는 크게 늘어나는 반면 투자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서 총수요와 성장이 진작될 것이라 보고한다. 외환위기 이후 생산성과 이윤에 비해 임금과 가계소득이 정체되었고 저성장도 심화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득주도 성장은 성장모델의 전환으로서 의의가 크다. 또한 포용적 성장이 주장하는 대로 불평등의 개선은 인적 자본 축적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의 현실에 관해 더 많은 연구들이 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정부도 강조하듯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공급 측의 노력들도 중요하다. 정부는 혁신과 경쟁 그리고 생산적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규제개혁과 금융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보이듯 소득주도 성장을 실천하기 위한 정책수단에 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안전망과 소득재분배의 강화나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의 촉진 등이 더욱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보수파는 흔히 경제성장을 위해 중요한 것은 생산성 상승이며 이를 위해 감세와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우는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생산성 상승의 정체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분분하며 투자와 총수요 부족이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역시 포용적인 경제와 정치제도가 혁신과 성장에 핵심적인 요인이다. 그렇다면 재벌 개혁을 포함하여 지대와 기득권을 깨는 여러 노력을 통해 공정하고 평등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사례가 없다는 비판은 어떨까. 주류 경제학도 이제 심각한 불평등이 성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국제기구들은 포용적 성장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은 총리가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임금과 소비 증가를 통한 경제의 선순환을 강조한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의 공약이 보여주듯 여러 선진국들은 불평등의 개선과 총수요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니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은 멈추시라. 대신 진지한 연구와 제대로 된 논쟁을 보고 싶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