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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최저임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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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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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4월 미국의 뉴저지주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인상했다. 그런데 인접한 펜실베이니아주는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않아서 경제학자들에게 좋은 연구대상이 되었다. 당시 프린스턴대의 카드 교수와 크루거 교수는 레스토랑 노동자들의 고용을 비교하여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하여 각광을 받았다. 이후 수많은 실증연구들이 발전되었고 다른 결과들도 보고되어 논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의 합의는 완만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미국에서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최저임금의 인상을 추진했으며, 최근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자는 시민운동이 활발해져왔다. 지역 정부는 더욱 적극적이어서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는 수년 내로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할 계획이다. 그중에서도 시애틀시는 9.47달러였던 최저임금을 2015년 이후 단계적으로 인상하여 2017년 15달러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지난달 워싱턴대의 연구가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의 악영향을 보고하여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연구는 모든 산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2016년 13달러로의 최저임금 인상이 시간당 19달러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용을 약 6.8% 줄이고 노동시간과 소득도 줄였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지역마다 서로 다른 경제상황의 효과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고 사업장을 여러 군데 가진 업체들의 데이터가 빠졌으며 경기호황으로 전체 고용은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대해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바야흐로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뜨거운 감자다. 심각한 빈곤문제를 고려하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도 여러 연구들이 서로 다른 결과들을 보고하여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는 않다

그러나 2020년에 1만원이 되려면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을 매년 약 16%씩 인상해야 하니,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영세한 자영업자들이나 중소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인상되어 임금과 비교할 때 선진국들 중 거의 중간 수준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최저임금 미만율도 높아져 2016년 현재 노동자의 13.6%, 264만명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정부는 카드수수료 인하 등의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가맹점업계의 불공정 관행과 임대료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처들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은 약자들끼리의 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1만원을 몇년 늦추는 대신 보완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 근로소득장려세제 등 복지지출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는 빈곤층을 지원하는 부담을 사회가 나누어 지는 것을 의미하며, 대기업이나 상위 10%의 부자들 그리고 불로소득자들에 대한 증세를 필요로 한다.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을 생산성이 낮은 산업들을 구조조정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 세심한 정책수단들도 요구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논란이 단지 얼마를 더 올리느냐 누가 힘들어지느냐를 넘어 경제구조의 개혁을 위한 정치적 노력과 사회적 합의로 발전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