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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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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DeLeon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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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라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한 번씩은 던져보았을 법한 질문이다. 최근 이 질문이 미국 등 선진국의 정책결정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어 실업률이 떨어졌지만 임금상승이 무척 느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4.3%로 거의 완전고용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간당 명목임금 상승률은 1년 전에 비해 2.5%였고,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4월 0.1%를 기록했다. 2015년 이후 명목임금 상승률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매우 느리다. 이러한 '임금 없는 성장'은 이제 경제의 새로운 수수께끼가 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손부족과 경기회복을 배경으로 일본의 실업률은 지난 4월 2.8%로 1994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금급여 총액은 1년 전에 비해 0.5% 증가했고 실질임금 상승률은 제로였다. 임금상승의 둔화가 인플레와 경기회복의 발목을 붙잡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른 선진국도 사정은 비슷해서 전세계가 비슷한 몸살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의 임금상승은 왜 이렇게 더딘 것일까. 미국은 위기 이후 급락한 고용률이 최근에야 높아지고 있어서 아직 노동시장이 느슨하다는 관측이 제시된다. 또한 오래전 거시경제학자들이 지적했듯 노동자들이 침체에 익숙해져 갈망하는 임금 수준이 낮아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어 임금이 크게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업률과 임금상승률 사이의 역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이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모양으로 살아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이들은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약화된 것이 중요한 요인이라 지적한다. 노조 조직률 하락과 기술변화 그리고 세계화 등을 배경으로 임금인상 압력이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임금상승이 정체되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는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지 않는 현실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5월 미국의 노동시장은 13만8천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냈지만 주로 생겨난 일자리는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식당종업원이나 교육과 의료 서비스 등의 일자리였다.

그러나 이와 함께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소위 '긱 이코노미'의 발전과 함께 임시직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최근의 한 연구는 2005년 이후 10년 동안 이러한 일자리의 비중이 약 10%에서 16%로 높아졌고, 그 증가가 같은 기간 동안 순수히 늘어난 일자리 수와 같다고 보고한다. 일본도 아베노믹스 이후 현재까지 정규직의 수는 거의 변동이 없지만 비정규직은 약 200만명이 늘어나 그 비중이 더욱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노동생산성 상승의 정체를 지적하기도 한다. 미국의 노동생산성 상승률이 최근 급락하여 약 1%에 불과하니 임금이 높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나타난 임금상승과 총수요의 정체 자체가 노동생산성 상승에도 악영향을 미쳤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임금이 올라야 수요가 확대되고 또한 기업들이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기술에 투자를 할 것이기 때문에 임금상승은 오히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안정적인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불평등의 개선과 장기적 성장을 위해 임금상승이 필요한 현실이다. 아베 총리가 임금인상을 독려하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노조에 가입하라고 이야기했던 이유다. 물론 노동자 스스로의 노력과 경제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도 필요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임금상승을 기다리며 노동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