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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대선과 노동소득분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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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ernStock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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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100여년 전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 외쳤던 구호다. 빵은 생계, 장미는 인권을 의미한다. 촛불이 문을 연 지난 대선은 장미대선이란 이름을 얻었지만 장미도 빵도 없었고, 특히 빵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모자랐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빵을 나누는 문제는 역시 전세계의 고민거리다. 개인소득의 불평등도 심각한 문제지만 최근에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분배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기 시작하여 2000년대 들어 급속히 낮아졌고, 다른 국가들도 이와 비슷하다. 노동생산성 상승에 비해 실질임금 상승이 낮아서 국민소득에서 노동자들의 몫이 줄어들었고 기업에 비해 가계가 상대적으로 가난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학계에 수수께끼와도 같은 일이라 이제 학자들은 머리를 짜내어 여러 설명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혐의를 받는 것은 로봇과 같은 기술이다. 최근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자본재의 상대가격이 싸졌고 노동자들이 기계로 쉽게 대체되어 노동소득의 몫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역시 세계화다. 세계화는 선진국뿐 아니라, 역외생산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된 신흥시장국에서도 노동소득분배율을 낮출 수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은 선진국에서는 기술혁신이, 신흥국에서는 이러한 세계화가 노동소득분배율을 낮춘 중요한 요인이라 보고한다. 하지만 기업 내에서 기계가 노동자를 쉽게 대체하고 있다는 증거는 미약하며 실증분석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요인은 바로 독점이다. 산업집중도가 높은 산업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더욱 낮다는 연구결과들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엄청난 순이익을 자랑하는 구글이나 애플과 같이 혁신적인 기술에 기초해 시장을 장악한 슈퍼스타 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된다. 그러나 임금 결정에 노사의 협상력이 중요함을 고려하면, 이런 요인들과 함께 노조조직률 하락이나 노동정책의 변화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은 어떨까. 자영업자의 소득을 보정한 노동소득분배율은 80년대 이후 계속 높아져 1998년 약 80%에 달했지만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급락하여 2011년 약 68%까지 낮아졌다. 그 뒤에는 노동생산성 상승의 정체를 배경으로 높아져 작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72%까지 회복되었다.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에는 기술과 세계화와 함께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노동시장 등 제도와 정치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새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 성장에서 핵심적인 변수다. 진보적 경제학자들의 이 모델은 임금과 노동소득의 비중이 높아지면 총수요가 늘어나고, 투자와 생산성도 높아져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실증연구는 한국에서도 1999년 이후에는 노동소득분배율이 늘어날 때 성장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뚜렷하다고 보고한다. 빵을 제대로 나누어야 빵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노조도 없는 90% 노동자들의 권익 강화와 경쟁의 촉진 등 노동소득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나타나야 할 것이다.

오래전 시인은 '삶의 영광을, 빵과 장미를 함께 나누는' 세상을 노래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장미대선이 낳은 대통령에게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물론 정권교체로 살림살이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관련이 클 것이다. 새 정부는 사람들의 그 기대와 희망을 잊지 말기 바란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