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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국의 미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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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DO Kyodo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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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띠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전에서 일본 이야기가 등장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려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하자 비판적인 이들은 일본을 보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오랫동안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일본 경제는 20년 넘게 장기불황에서 회복되지 못했고 나랏빚만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1990년대 초 일본 경제는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약 3배에 이르는 자산가치가 사라져 버리는 엄청난 규모의 거품 붕괴로 대불황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지출이 없었다면 불황은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다. 또한 여러 차례의 재정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가 회복되지 못한 것은 정치 불안을 배경으로 재정지출이 일관되게 지속되지 못했고 강력한 이익집단의 존재로 효율적이지도 않았던 현실과 관련이 크다.

1990년대 말 이후에는 역시 고령화가 재정에 큰 부담을 주었다. 일본의 65살 이상 노인 비중은 1995년 전체 인구의 약 15%에서 2015년 약 27%로 급속히 높아졌다. 고령화와 함께 연금, 의료, 요양 등의 사회보장 관련 지출이 크게 증가했지만 경제는 침체하여 국가부채 문제가 악화했다. 현재 전체 사회보장 급부금의 약 40%를 재정으로 메우고 있으며 정부예산 중 약 3분의 1이 사회보장지출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덕분에 일본 노인들의 생활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크게 걱정하며 현재 세대를 희생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일본 정부가 인구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고 복지체제를 효과적으로 개혁하지 못한 것은 문제였다. 그러나 과거 일본의 경험을 토대로 재정확대가 효과가 없다고 쉽게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정말 배워야 할 점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최근의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와 재정정책 등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지출이 크게 늘지는 못했지만 긴축적이지는 않았고, 소비세 인상으로 세수도 늘렸다. 통화정책의 역할이 컸지만 아무튼 아베노믹스의 일관성 있는 노력은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크루그먼 등 케인스주의자들은 인플레와 경기회복을 위해 더 적극적인 재정확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노력이 명목 지디피를 높여서 국가부채비율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2단계 아베노믹스와 일본 정부의 임금인상 노력이다. 아베 정부는 임금 상승을 아베노믹스 선순환의 핵심고리로 생각하여 관제 춘투(정부 주도의 봄철 임금인상)를 통해 기업들에 임금을 올리라고 압박해왔다. 이러한 압력과 경기회복을 배경으로 작년에는 계속 줄어들던 실질임금이 5년 만에 0.7% 상승했다. 또한 아베 정부는 작년 발표한 '1억 총활약 플랜' 아래서 저출산 해결을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장시간 노동 규제, 최저임금 인상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위해서도 안정적인 소득과 노동시장의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인구변화를 우려하며 흔히 일본을 한국의 우울한 미래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노인빈곤율과 자살률 앞에서 기초연금 올리기도 힘든 한국을 보면, 한국의 미래가 일본이라도 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대선 과정에서 여러 후보들은 사회복지 확충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말잔치가 아니라 새 정부의 철학과 의지일 것이다. 일본을 보기 전에 우리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