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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푸세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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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푸세는 경제민주화와 상충되지 않는다." 줄푸세 공약을 만들었다는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이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한 이야기다.

줄푸세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의 공약으로, 법인세 인하와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엄격한 법질서의 적용을 말한다. 당시의 줄푸세 공약과 사상은 누가 보아도 1980년대의 레이건을 연상시키는, 낙수효과와 시장근본주의에 기초한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그런 줄푸세가 재벌개혁과 나아가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의미하는 경제민주화와 상충되지 않는다니. 문재인 후보도 5년 전 "줄푸세야말로 경제민주화의 적"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는 새로운 산업 등에서는 정부의 규제가 기득권을 만들어내니 규제완화가 필요하고, 2007년에는 한국의 법인세가 국제적으로 높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변했다고 설명을 했다. 하지만 줄푸세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그런 문제가 아니다. 낙수효과는 그때도 나타나지 않았고 2007년에도 한국의 법인세율은 국제적으로 높지 않았다.

주요 20개국(G20)의 법인세를 비교한 미국 의회예산처의 최근 연구를 보면,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003년에도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는데 2012년에는 감세로 더욱 낮아졌다. 특히 이 연구는 투자자산들의 감가상각 처리와 자금조달방식에 따른 세율의 국가간 차이를 고려하여 과세 전후의 수익성 변화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실효 법인세율을 계산했다. 그 결과를 보면 한국의 실효 법인세율은 세계 최저였다. 한국 기업이 투자를 할 때 지는 법인세 부담이 세계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한편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완화 아니면 강화라는 일방적인 접근은 옳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간섭이 새로운 산업의 발전을 억제하고 규제가 독점과 기득권으로 이어진다면 규제완화가 바람직한 일이다. 예를 들어 2014년 주세법 개정으로 소규모 맥주업자들의 시장참여가 확대된 것을 생각해보라. 흔히 진보주의자들은 규제완화에 관해 우려하는 경향이 있지만, 규제가 시장의 경쟁과 발전을 억누른다면 진보적인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규제가 꼭 필요한 분야가 존재한다. 재벌대기업의 독점적 지배력에 기초한 경제력 집중이나 상속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문제에서는 더욱 강력한 규제가 요구된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이런 규제야말로 법질서를 엄격히 세워야 할 분야라 할 수 있다. 결국 규제의 문제는 기득권과 지대의 혁파 그리고 공정한 경쟁의 촉진이라는 관점에서 사안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최근 연구가 보고하듯 독과점이 심각한 산업에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이 더욱 낮기 때문에 경쟁의 촉진은 소득분배의 개선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김광두 원장은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갈등과 분열이 심각한 현실에서 진영을 넘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노력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유력한 대선후보의 캠프에 합류한 그는 과거의 줄푸세 공약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반성부터 해야 하지 않았을까. 만약 다음 정권에서도 줄푸세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그 아래서 개혁이 길을 잃는다면 아니 될 일이다. 수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대선 캠프를 보며 썩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이유다.

그러고 보면 5년 전 다른 누군가도 "줄푸세가 경제민주화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바로 얼마 전 파면당한 박 전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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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영입 기자회견에서 선거 캠프에 합류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의 인사말에 박수를 치고 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