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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엘리트의 깊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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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OS
Ruben Sprich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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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알프스의 절경 아래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는 매년 1월이면 세계경제포럼이 열린다. 세계의 정치, 경제, 학계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적인 의제를 토론하는 회의다. 참석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드는 부자들의 사교장이라는 비판도 높지만, 이 회의의 주제는 세상의 변화를 읽는 데는 도움이 된다. 지난해에는 4차 산업혁명을 선전하더니, 올해의 주제는 세계화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듣고 공평한 성장을 추진하는 지도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었다. 다보스의 엘리트들도 포퓰리즘 정치가 전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는 현실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일까.

이 포럼의 '세계위험보고서'는 앞으로 세계경제 5대 위험으로 소득과 부의 격차 확대, 기후변화, 사회의 분열, 사이버공간 의존, 인구고령화 등을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불평등이다. 실제로 선진국 가구의 실질가처분소득은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낮으며 2010년에서 2014년 사이의 회복기에도 상위 10%의 소득은 2.3% 증가했지만 평균소득은 1.3% 증가에 그쳤다. 나아가 세계의 상위 1% 부자가 전세계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45%에서 2016년 약 51%로 절반을 넘었다. 이 보고서의 서문은 성장의 이득이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것은 자본주의가 사람들을 위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쓰고 있다. 진보나 좌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의 엘리트라는 이들의 고민이다.

한편, 올해는 다보스 무대에 처음 등장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세계화를 옹호하며 자유무역을 주창하여 큰 주목을 끌었다. 그는 세계화의 이득을 공유하자며 링컨의 연설을 인용하여 중국은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투자 제한과 시장보호를 계속하고 있는 중국이 세계화의 수호자를 자처한 것은 역설적인 일이다. 하지만 엘리트들의 눈에는 세계화의 등에 올라타 대국으로 굴기한 중국의 지도자가 트럼프나 포퓰리스트 정치인보다 더욱 믿음직하게 보였을 것이다. 물론 최근 국제통화기금도 지적하듯 현재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 정부의 자국우선주의를 배경으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포퓰리즘을 불러온 세계화에 대해 다보스의 엘리트들은 오랫동안 찬성하지 않았던가. 이제 와서 포용적 세계화 운운하며 자본주의를 개혁하겠다는 것도 말잔치일 뿐이라는 비판이 높다. 스티글리츠 교수에 따르면 다보스의 엘리트들은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강화하고 부를 재분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아마도 바로 그들로부터 부를 많은 시민들에게 이전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몇 년 동안 다보스에서 불평등 문제가 토론되고 있지만 이를 위해 세계화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는 별로 논의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은 다보스에서 어떤 개혁이 이야기된다 해도 캐비아와 고급와인을 즐기며 현 상태의 세계를 즐기는 엘리트들의 이해와 충돌하지 않을 것이며, 바로 그런 이유로 전세계적인 포퓰리즘의 반란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세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힘은 다보스의 호텔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는 거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썩 내키지는 않겠지만 정말로 세계의 앞날이 우려된다면 다보스의 엘리트들도 거리로 나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한국의 엘리트들도 마찬가지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