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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과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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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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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통화기금의 간행물에 실린, 이 기관 연구자들의 '신자유주의: 과대선전되었나'라는 짧은 논문이 화제가 되었다. 이 글은 소위 신자유주의 의제들 중에서 두 가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첫째 자본자유화와 금융자본 유입이 약속했던 성장효과를 가져다주지 않았고 불안정을 심화시킨 경우가 많았으며, 둘째 국가부채를 낮추기 위한 재정긴축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두 정책 모두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데, 심각한 불평등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해치기 때문에 더욱 문제라고 주장한다.

개방과 긴축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첨병이었던 이 기관의 과거를 생각하면 놀랍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실 경제학계의 최근 연구결과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많은 실증연구들이 금융세계화가 성장을 촉진하는 증거가 미약하다고 보고했으며, 국제통화기금도 2012년부터 거시경제를 안정화시키는 수단의 일환으로 자본통제를 인정했다. 긴축에 대한 비판도 케인스주의 거시경제학의 오래된 결론이며, 2012년 국제통화기금도 유럽에서 긴축이 불황을 심화시킨 영향이 예상보다 컸다고 보고했다. 또한 1990년대 중반 이후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이론적·실증적 연구들이 발전하였고, 국제통화기금도 최근 이러한 결론을 담은 연구를 발표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불평등에 대한 우려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킨 배경이었다. 그러고 보면 국제기구들이 개도국에 시장근본주의를 밀어붙이던 워싱턴 컨센서스는 이미 종말을 고한 지 오래 아닌가. 아무튼 많이 늦었지만 국제통화기금이 주류경제학자들이 잘 쓰지 않는 단어인 신자유주의를 언급하며 문제점을 인정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최근 이들은 경제침체 시기의 해고 자유화가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며, 노조의 약화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진보적인 연구결과들을 보고하기도 한다.

물론 이 기관의 수석경제학자 모리스 옵스트펠드는 이러한 입장 변화가 부분적인 것이라 강조하며, 이 글의 필자들도 민영화나 외국인 직접투자 촉진 등 다른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성공적이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여러 국가들의 경험이 보여주듯 경쟁의 촉진이 힘든 경우 민영화가 실패한 사례가 많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무조건 성장을 촉진하는 것도 아니었다. 특히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들을 억압하며 자본축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정작 자본이 너무 강해지자 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신자유주의의 결과와 모순에 관해 더욱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신자유주의는 열띤 논쟁의 대상이었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국제통화기금의 신자유주의를 충실히 따랐지만, 그 결과는 저성장과 양극화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시장질서가 왜곡되고 기득권과 지대추구가 만연한 현실에서 신자유주의를 만악의 근원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국제통화기금의 변화가 우리의 경제정책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먼저 선진국들 중 최고 수준의 재정여력을 지닌 한국은 구조조정과 경기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불평등을 완화하는 노력이 내수주도적인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즉 경제민주화가 곧 경제활성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확장적 재정정책에 소극적이며 복지와 공평한 분배를 위한 노력은 지지부진하다. 위 논문은 '정책결정자들은 신념이 아니라 무엇이 성공했는지 보여주는 증거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끝을 맺는데, 우리의 정책결정자들은 그 반대가 아닌지 의문스럽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