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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 - 그 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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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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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소극적인 캣맘 활동을 했었다.
캣맘이란 길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사람을 말한다. 캣대디라고도 한다.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밥을 주는 행동까지는 못하고, 주변에서 눈에 띄는 길고양이에게나 밥을 주는 소극적 활동이었다.

한계가 있었고 오랫동안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배고픈 길고양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밥을 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트위터를 통해서 내가 사는 강동구의 캣맘들에게 모임을 제안했다.
십여명에 가까운 '숨어서 몰래 밥을 주는' 캣맘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분들과 모여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캣맘들의 애로사항은 마음 놓고 밥을 줄 수 없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숨어서 몰래 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캣맘 폭행 사건이나 길고양이 학대 사건은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할 정도였다.
캣맘들과 지역주민들과의 반목은 늘 있었다.

사람에 따라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사람의 생각은 다 다르니까.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접근 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길고양이를 좋아하니 당신들도 좋아해달라'는 일종의 강요라고 생각했다.

좀 더 체계적으로 길고양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많은 이야기 끝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생각했다.

방법을 모색하는 중에 이런 '길고양이 급식소'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들도 접할 수 있었다.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나가기로 했다.

설득보다는 설명이 필요했다.
강동구 캣맘분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설명을 할 수 있는 자료를 모아서 강동구청을 찾아갔다.

강동구청장님 및 구청의 관련 공무원분들은 예상보다 더욱 협조적이었다.

알고 보니 길고양이 관련 민원 전화가 구청으로 하루에도 몇 건씩 온다는 것이었다.

주로 집 주변의 길고양이들을 잡아가라는 민원들이었다.

그렇게 잡혀 간 길고양이들은 대부분 보호소로 넘어가게 되고 그 이후는 결국 집단 안락사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길고양이 보호단체에서는 반대로 길고양이 학대를 막기 위해서 신고 민원을 넣고 있었다.
구청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들이었고 길고양이는 골칫거리였다.

이전부터 강동구에서 활동하는 길고양이보호단체 (미우캣) 회원님들과,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을 제안한 나와, 강동구청의 관련 공무원분들과 연일 회의를 계속했다.
전화를 통하거나 직접 만나서 하는 회의까지 대략 이십여번의 회의가 있었다.

그렇게 오랜 대화의 과정을 거쳐 작년 5월 길고양이 사업이 시범사업으로 시행되었다.
강동구의 18개 주민센터(동사무소) 앞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놓여지게 되었다.

그 모든 과정을 강동구에서는 소식지를 통해 구민들에게 알렸고, 나는 소식지에 들어갈 홍보만화와 웹홍보를 시작했다.

그 모든 과정이 담긴 만화를 올리려니 포스팅이 너무 길어질까봐 내 개인 블로그의 주소를 덧붙인다.

길고양이 급식소 설명만화 클릭↓

http://blog.daum.net/kangfull/77

길고양이 급식소와 고양이 사료는 세금이 아닌 순수한 기부로 이루어졌다.
관리는 각 급식소에서 가장 가까운 캣맘들이 자발적으로 물과 사료를 매일 갈아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강동구의 길고양이 보호단체 (미우캣) 어머니 회원들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봉사로 가능했다.

강동구청의 결단과 지역주민들의 협업이 내온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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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렇게 시행된 길고양이 사업은 잘 시행되었을까.
많은 분들의 반대 의견은 실효성이 있는가 였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주민센터에 급식소를 설치한다면 조심성이 많은 길고양이들이 과연 와서 밥을 먹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강동구의 캣맘분들이 찍은 사진으로 대신 하겠다.
잘 시행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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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길고양이들은 인적이 드문 밤에만 와서 밥을 먹더니 이제는 낮에 와서 먹고 가기도 한다.

그리고 강동구는 작년 하순부터는 주민들의 반응을 살핀 후 이 급식소 사업을 더욱 확대했다.
각 동의 주민센터 뿐만이 아닌 파출소와 소방서 보건소 구민회관 등 각 관공서로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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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더 나가보자.
가장 중요한 문제.
그렇다면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구청으로 들어오는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눈에 띄게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길고양이들에게 밥 먹을 장소를 정해주니 주변의 음식물 쓰레기를 뜯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민들이 자주 다니는 곳에 놓아둔 길고양이 급식소가 주민들에게 일종의 의식 재고의 효과도 있었던 건 아닐까도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주민들의 불만은 감소되고 길고양이들은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강동구는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지역이라는 좋은 이미지가 캣맘들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각 언론들은 이런 강동구의 작지만 소중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소개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강동구는 지난 12월 19일 '동물복지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 조례'를 제정ㆍ공포했다.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3/12/18/20131218006657.html?OutUrl=naver

이 모든 것은 길고양이 급식소 시범사업 시행 1년 안에 이루어진 일이다.

작년 5월에 시행되었던 길고양이 급식소 시범사업 기간 1년이 끝나간다.

이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이 앞으로 더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잘은 모르겠다.
다만 바라건데 이런 좋은 결과를 내왔다면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강동구의 이런 과정과 결과가 좋은 사례가 되어서 다른 지역으로도 퍼져 나가기를 바란다.

오래 걸릴 일이고 더 길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화란 함께 나누는 것이지 내 생각만 옳다고 우기는 것이 아니다.
마냥 감성에만 호소하는 설득에 앞서 대화를 통한 설명이 필요하다.
더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대화를 하며 긴 과정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 한창 '길고양이 급식소'라는 유형을 통한 대화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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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만 감성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가장 약하고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생명들이 함께 어울리고 존중 받는 사회가 된다면 살만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시다면, 감성이 아닌 이치로 받아들여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