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홍승희 Headshot

선정성 이유로 '붉은선' 책을 거부하는 도서관

게시됨: 업데이트됨:
THE
글항아리
인쇄

the

책 '붉은선'을 거부했거나 검토중인 도서관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르가즘과 자위 등의 단어가 나와서 선정적'이라는 이유다.

어떤 곳은 이렇게 통보했다고 한다. "신청해주신 책을 검토해 봤는데, 해당 책의 내용이 굉장히 선정적이다. 낙태 등을 비롯해 청소년들이 접했을 때 좋지 않은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우리 도서관의 자료는 청소년을 시작으로 하여 많은 이용자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해당 자료는 16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는 건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기관에서는 책 제작이 아무래도 어려울 거 같으니 다른 도서관 및 기관을 이용하라"

이곳은 장애인이 게시판을 통해 책을 신청하면 전자자료 납본 과정을 거친 후 책을 제작하는 국립 도서관이다. "사서 보면 그만인 사람들과 다른 저는 책을 어디에 의뢰해서 봐야 할지 난감하다"고 하시는데 달리 해드릴 말씀이 없는게 속상하다. 섹스 오르가즘 자위가 뭐라고. 임신중절수술이 뭐라고. 성노동이 뭐라고. 청소년도 이런거 안 읽어도 알거 다 알고 모르는건 우리들처럼 똑같이 모르는데. 선정적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 국가표준 선정성 기준이 있나. 그 기준에는 섹스, 오르가즘, 성노동, 폴리아모리, 낙태수술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선정적이라는 걸까. 혹은 그걸 말하는 사람이 여자고, 그게 소설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실명으로 쓴 수필인게 선정적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누구나 나의 책을 읽었으면 좋겠지만, 마음의 준비가 안된 사람들은 안 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가닿을 사람에게는 꼭 닿고싶다. 이 책은 아홉살 때부터 길거리 성추행을 당하고 열세살에 자위를 하고 열네살에 야동을 보고 열다섯살에 첫경험을 했던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집에 돌아가기 싫어서 도서관을 어슬렁가리던 나에게 말이다.

누가 정한 선정적인 기준의 금지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볼 기회, 선택할 기회는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열다섯 살 나에게 내 글이 닿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