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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이기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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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인권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과 인권공부 모임에서 나눴던 이야기는 장애인 여성과 낙태 문제로부터 시작해 국가권력의 적극적-사전적 평등이행 의무, 군형법과 성소수자 군인의 처벌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중간 어디쯤에서 나는 사랑도 생명권일까요? 라고 물었는데. 참 로맨틱하네요 라며 다같이 한바탕 웃고 지났다. 사랑은 생명권인가. 사랑은 한 인간의 살아서 숨쉬게 하는 힘인가. 자존과 안녕에 지대하고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문젠가.

The Right to Live, The Right to Love

몇 해 전 런던의 인권NGO에서 잠시 일을 도왔을 때. 내가 접했던 사례 속에 여성들은, 성소수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나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하고, 섹스하고, 혼인하고, 인정받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싸웠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사랑은 생명권인가. 그들의 대답은 훨씬 진지하고 간절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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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A대위를 색출하고 심판한 군형법 92조 6항은 군인에 대해 그것이 병영이나 군시스템 외에 사적공간이라 할지라도 동성간 성행위를 금하고 처벌한다. 이른바, 국가권력이 아주 개인적인 영역에서 성인 상호간 합의에 기초해 발생한 성적 활동을 규제하고 범법화한다는 것인데. 이런 법조항이 현존하며 실효성을 갖는다는 건 끔찍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어떤 젠더와 섹스할지는 지극히 자유롭고 사적인 영역이다. 이 판결은 두고두고 한심하고 수치스런 국가폭력으로 기억될 것이다.

Love Finally Wins

최근 몇 년 사이 국제사회 성소수자 운동의 대표적인 슬로건이 된 #lovewins #사랑이이긴다 는 운동이 지향하는 바를 아주 감각적이고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젠더, 인종, 사회적-문화적 집단, 정치적 성향, 계층의 모든 구분을 뛰어넘어 우리는 누구나 원하는 사람을 좋아할 수 있어야 하고, 합의에 기초해 섹스하고 혼인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사랑은 자체로 인정받고 존중 받아야 한다는 너무 당연하고 평범한 상식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A대위는 무죄다. 이 인권탄압의 배후에 있는 사람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군형법 92조 6항을 폐지하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닥치고 사랑이 이기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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