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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공짜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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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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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지인이 경험한 일로 이 세상에 공짜라는 게 있을 수 없다는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상당히 오래된 얘기입니다만, 언젠가 모 재벌그룹이 교수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룹의 수익성이 아주 좋아 그런 사업을 벌일 생각을 했나 봅니다.

나도 초청대상에 포함되어 두 번이나 해외연수를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벌이 별 다른 이유 없이 교수들의 여행경비를 대준다는 게 뭔가 찜찜해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다리를 놓은 분이 내가 가지 않겠다고 말하자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 좋은 기회를 박차 버리다니 이상한 사람이구나라는 표정이요.

내 지인도 초청대상이 되었는데 나와 똑같은 이유로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그분이 그 재벌그룹을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 재벌그룹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그 재벌그룹의 임원들 사이에서 그 글에 대한 얘기가 오가는 중에 어떤 임원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 교수 우리 돈으로 해외연수까지 갔다왔으면서 그런 글을 쓰면 어떡하나?"
이건 그 지인에게 직접 들은 얘기인데, 그분도 다른 사람에게 그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 재벌그룹의 총수가 그와 같은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아무 사심 없이 교수들의 견문을 넓혀 준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혜택을 받은 사람은 자유롭게 말할 수 없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말을 한 임원은 혜택을 받고서도 배은망덕한 일을 했다고 비난하고 있었던 거죠.

다행히 내 지인은 그 혜택을 받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초청대상에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임원이 오해를 했던 겁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그 분이 해외연수를 다녀왔다면 망신살이 뻗친 것 아니겠습니까?

내 개인적 경험과 더불어 이 에피소드는 나로 하여금 처신에 극도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안겨 줬습니다.
이 세상에 공짜라는 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내가 받은 만큼 내 발목이 묶인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먹으면 안 됩니다.

어제 김영란법 관련 기사를 보다가 혼자 실소를 터뜨린 대목이 있습니다.
공무원이 밖에 나가 강의할 때 받는 강의료에 상한선이 설정되어 있다는 대목에서요.
시간당 강의료 상한선이 장관은 50만원이고 교수는 100만원이라나요?

그것이 명예교수인 나에게도 해당되는 규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시간당 100만원을 넘는 강의료는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고명한 사람들이 시간당 몇 백만원씩 강의료를 받는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지만요.

그런데 어디서 시간당 몇 백만원의 강의료를 제의하면 그것도 의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뭐하러 그런 고액의 강의료를 지급하겠습니까?
터무니없이 높은 강의료를 받는다면 그것을 받는 순간 발이 묶이는 걸 자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되었든 나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나처럼 활용가치가 없는 '듣보잡'에게는 그런 제의가 들어올 리 만무하니까요.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