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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의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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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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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게시판에서 '내로남불'이란 말이 자주 나오길래 검색을 해봤더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약자라고 하네요.
우리 사회의 풍토를 묘사하는 말로 이것처럼 적합한 게 없을 것 같네요.
그래서 젊은이들의 게시판에 이 말이 그렇게 자주 등장하나 봅니다.

요즈음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이 '내로남불'이란 말을 새삼 머리에 떠올립니다.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교체가 되면서 두 측이 모두 과거와는 정반대의 스탠스로 이에 임하는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9년만의 공수교대가 일어나면서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문제의 불씨를 제공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 자신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5대비리를 저지른 사람을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그 원칙에 위배되는 사람을 인사청문회 자리에 앉혀 놓았으니까요.
입이 열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과거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사람이 그렇게도 없나?"라고 한탄한 바 있지만, 이번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정말로 사람이 없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솔직히 말해 요즈음처럼 정보의 유통이 빠른 상황에서 마음 먹고 신상 털기를 하면 제대로 살아남을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모든 것이 어수룩했던 시절이 있었고 그때 무심코 한 행동이 지금 와서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과거 인사청문회 때마다 후보자를 향해 맹공을 퍼붓던 여당 인사들이 이제는 문제가 있는 자기 편 후보자를 변호하기에 급급한 모양이 영락없는 내로남불입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 그토록 흠결이 많은 후보자를 자기 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눈물겹게 감싸던 자유한국당 인사들이 퇴장까지 불사하는 극렬한 반대투쟁을 벌이는 모습은 더욱 가관인 내로남불입니다.

그나마 여당 인사들은 자신들이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는 건 알고 있는 듯 행동합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인사들은 마치 자신들이 하루아침에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을 순백의 인물로 다시 태어난 듯 공격을 퍼붓고 있군요.
그들은 최소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행위를 한 후보자를 극력 감싸는 발언을 서슴지 않던 사람들 아닌가요?

왜 그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정의의 사도'로 변신해 후보자의 어떤 문제점도 용인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갖게 되었을까요?
그렇다면 과거에 후보자의 수많은 문제점을 감싸는 발언을 했던 데 대한 진지한 사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 사과 없이 갑자기 정의의 사도로 변신한 모습이 몹시 우스꽝스러워 보이네요.
그들의 갑작스런 변신이야 말로 내로남불 말고는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후보자들을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 문제점은 문제점대로 국민의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차제에 국민 모두가 수용하고 여야가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인사의 원칙을 정해 놓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지금 이 상태가 그대로 지속된다면 어느 당이 집권하든 간에 인사를 둘러싼 극심한 국정혼란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사를 둘러싼 혼란이 빨리 마무리지어져서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체되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어깨 위로 떨어질 테니까요.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