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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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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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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습니다.
단지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었을 뿐인데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자기 욕심만 채우려 들었던 고집스런 대통령, 통합과 소통은 내팽개치고 편 가르기에 골몰했던 반쪽짜리 대통령 - 이것이 바로 지난 9년 동안 우리가 보아 왔던 대통령이었습니다.
이제서야 비로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줄 것 같은 대통령을 보게 되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MB는 대선에 나갔을 때 자주 시장에 들러 어묵도 먹고 떡볶이도 먹었습니다.
서민과의 친밀함을 과시하기 위해 그런 일을 했겠지만, 그 어설픈 '서민 코스프레'에서 진정성이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대통령이 되고서는 그런 서민 코스프레마저 접고 말더군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잡았으니 구태여 몸에 맞지도 않는 연극을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남이 쓰던 변기나 샤워기조차 참을 수 없는 박근혜의 서민 코스프레는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통령이 되기 위해 마치 극기훈련과도 같은 고통을 감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그런 성격의 소유자가 시장에서 채소 다듬고 생선 배 따던 손을 어떻게 잡았을까요?

이에 비해 동네 주민과 함께 셀카를 찍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그의 모습에서 MB나 박근혜에서 느꼈던 위선을 감지할 수 없다고 느낀 사람이 비단 나뿐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약간은 어눌하다고 할 만한 그의 소박한 말투가 오히려 친밀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TV중계를 줄곧 봤습니다.
내가 어떤 기념식의 TV중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솔직히 말씀 드려 그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장면을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처음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모습에서 맨 끝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장면까지 모두가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렵사리 이룬 민주화를 축하하는 하나의 거대한 축제와도 같았습니다.
이제야 우리가 민주주의의 부활을 맘껏 축하할 수 있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습니다.

지난 9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정말로 말이 안 되는 일이 숱하게 일어났습니다.
이제 기나긴 암흑의 시간이 끝나고 새날이 열린 느낌입니다.
바로 이 달라진 5.18기념식의 모습이 새날의 열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지난 9년 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막았던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습니까?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른 광주시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보듬어주기는커녕 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심술을 부렸던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요?
그런 심술을 부린 자들의 마음속에 민주주의는 그저 하찮고 귀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가장 큰 잘못은 내편 네편을 갈라 국민을 분열시킨 데 있다고 봅니다.
블랙리스트가 그 대표적 예지만,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들을 적으로 모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이 얼마든 많이 있을 수 있고 그 생각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마저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5.18기념식도 '너희들의 잔치'일 뿐 우리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심술을 부렸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문 대통령에게 거는 가장 큰 기대는 저들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루어 달라는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첫 단추는 무난히 끼운 것 같습니다.
오늘 5.18기념식에 참석한 그의 태도에서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결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습니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 해서 대통령 자리를 물러날 때까지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느 대통령이나 취임 초의 허니문 시기가 있게 마련이고 지금 그가 받는 긍정적 평가도 그것의 일종일지 모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누구라도 조금의 잘못이 드러나면 가차 없는 여론의 뭇매를 날리는 살벌한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눈초리는 한층 더 날카로운 게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잘못이라도 저지르면 하루아침에 싸늘해진 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도 숱한 실수를 저지를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만 인정받을 수 있다면 국민은 계속 지지를 보내줄 것입니다.

어떤 점에서 보면 문 대통령은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 물러나고 그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사람의 처지가 얼마나 딱하겠습니까?
그런데 그는 역사상 가장 나쁜 두 대통령의 뒤를 잇는 행운을 얻은 겁니다.
웬만큼만 해도 '구관이 명관'이란 소리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말이지요.

두 나쁜 대통령이 훌륭한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어줄 거라는 점도 문 대통령의 행운입니다.
그들이 어떤 점에서 실패했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대통령이 될 기본점수는 얻고 들어가는 셈입니다.
물론 반면교사에게 유익한 교훈을 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그것에서 배우기는커녕 똑같은 일을 반복해 실패를 맛보기 마련이니까요.

내가 또 하나 하고 싶은 충고는 노무현 정부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로 인해 좌절하고 만 노무현 정부에게서도 배울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는 아직도 진보를 자처하는 정부가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 살아남으려면 몇 배의 노력과 몇 배의 도덕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시작할 때 박수를 받는 것보다 떠날 때 박수를 받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입니다.
초심을 잃는 순간 박수가 호된 질책으로 바뀔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모든 욕심을 버리고 오직 국민을 섬기려 한다는 초심을 잃지 말기 바랍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