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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은 잘한 일" 홍준표 후보의 계산된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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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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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의 TV토론에서 홍준표 후보의 4대강사업 예찬론이 나오는 걸 보고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지 4대강사업이 망국적인 것이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지금까지 어찌 그런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한단 말입니까?
이명박근혜 정권 추종자들의 표를 구걸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대통령 후보를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홍 후보는 녹조의 예를 들면서 그것이 4대강사업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는 억지 논리를 폈습니다.
그는 "녹조는 유속 때문이 아니라 지천에서 흘러 들어온 생활하수와 축산폐수 때문에 생긴 것이다"라고 의기양양하게 설교를 늘어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마치 전문가라도 되는 양 질소와 인이 녹조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유속이 느려진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으스대더군요.

한 보수언론이 토론에서 홍 후보가 "전문 지식을 뽐냈다"라고 제목을 뽑은 것을 보고 가가대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그런 얄팍하기 짝이 없는 지식을 전문 지식이라고 하면 이 세상의 모든 얼치기 주장이 모두 전문 지식이 되게요?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심각한 언어의 오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후보의 문제는 녹조가 질소나 인 같은 영양염류뿐 아니라 수온, 일사량, 유속 등의 복합적 원인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대한 무지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소양댐이나 대청댐을 예로 들면서 오직 영양염류만이 유일한 녹조 발생의 원인인 양 말하고 있더군요.
그 논리에 의거해 댐 건설로 유속이 느려진 것을 녹조 발생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구요.

그러나 영양염류의 농도뿐 아니라, 수온, 일사량, 유속이 모두 녹조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학계의 정설로 굳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홍 후보가 공부를 다시 해서 환경전문가가 된 다음, 영양염류 이외의 다른 요인은 모두 녹조 발생과 전혀 무관하다는 새로운 학설을 내놓고 그것이 학계의 공인을 받는다면 모를까요.
아무런 전문 지식도 없으면서 전문가인 척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우스꽝스럽더군요.
문제는 그것이 홍 후보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근혜 정권의 추종자들이 모두 그렇다는 데 있지요.

여러분이 잘 모르는 4대강사업과 관련된 하나의 진실이 있습니다.
MB가 무얼 믿고 4대강사업 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뜬금없는 말을 했는지 아십니까?
4대강사업과 별개의 사업으로서 수조원을 들여 전국의 지천 수질을 정화하는 사업을 동시에 추진했습니다.
그 사업을 통해 4대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영양염류를 현저히 줄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그런 말을 했던 것입니다.

그와 같은 지천정비 사업에도 불구하고 녹조가 종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4대강사업 그 자체의 수질악화 효과가 엄청나게 컸다는 것을 뜻합니다.
홍 후보가 이 사실을 알고 그런 억지를 부렸는지 아니면 전혀 무지한 상태인지 몰라도, 이 사실은 홍 부보의 주장이 갖는 신빙성을 땅바닥으로 추락하게 만드는 폭발력을 갖고 있습니다.
영양염류의 유입이 줄어들었는데도 녹조가 종전에 비해 심해졌다는 것은 댐들로 인해 유속이 느려져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진 것이 녹조 발생의 결정적 원인임을 명명백백하게 입증해 주기 때문입니다.

홍 후보의 잠꼬대 같은 소리는 4대강사업 덕분으로 홍수와 가뭄 피해를 덜 수 있었다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MB 패거리들이 늘 주장하는 것이 4대강 댐 만들고 홍수피해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직접 지난 15년 동안의 홍수피해 통계를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4대강 댐들이 들어서기 전에도 4대강 본류에서는 거의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가뭄 피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과 재작년 극심한 가뭄피해가 발생했지만 4대강 댐에 가두어둔 물은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
가뭄피해가 주로 발생한 지역이 4대강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비싼 운송비용을 들여가며 물을 퍼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이 없는 물 가두기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한 가지 예외적인 상황이 있기는 합니다.
충남지역의 극심한 가뭄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4대강 댐으로 가둔 물에 수로를 연결해 물을 가져다 쓰기로 했다는 보도를 본 바 있습니다.
말하자면 4대강사업이 충남지역의 가뭄피해 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 셈이라는 뜻이지요.

그러나 그 하나의 예외적 상황이 4대강사업 전반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금강에서 물을 끌어다 쓸 필요가 있다고 할 때 그 목적에 딱 맞는 맞춤형 사업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훨씬 더 적은 예산으로 훨씬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게 분명합니다.
22조원이나 들여 녹조로 썩은 물을 만들어 그 물을 가뭄지역에 공급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한마디로 말해 4대강 사업은 치수와 이수 모두에서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는 멍텅구리 사업입니다.
우리는 그 멍텅구리 사업 하나 때문에 천문학적 예산을 낭비하고 전국의 생태계가 망가지는 엄청난 비용을 치렀던 것입니다.
도지사를 지냈다는 사람이 그 사실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게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사실은 그가 무지해서가 아니라 이명박근혜 추종자의 표를 얻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망언이었을 가능성이 크지만요.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그런 잘못된 생각의 소유자가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어떤 후보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 4대강사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는 필연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우선 필요한 것은 4대강사업으로 인한 피해현황을 샅샅이 파악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4대강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야 그 애물단지 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우리 국민은 그 망국적 4대강사업 때문에 엄청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피해가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새 정부는 하루빨리 철저한 청산작업에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그 긴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한껏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