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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있는 종합부동산세를 다시 일으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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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사주간지 The Economist는 일련의 기사를 통해 각국 정부가 부동산 과세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1) 그 기사들 중 하나 ("Levying the land")는 다음과 같은 말로 부동산 과세의 적극적 활용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토지와 재산에 대한 과세는 가장 효율적이며 교란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조세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토지가 어떻게 사용되며 그 위에 무엇이 지어져 있는지와 상관없이 부과되는 순수한 토지세는 가장 좋은 과세방식이다. 토지의 양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에 세금이 부과된다 해도 노동이나 저축에 대한 과세가 근로의욕이나 저축의욕에 악영향을 가져오는 것과 달리 토지의 공급에 교란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 대신 토지에 대한 과세는 그것이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부추긴다. ..... 건물의 가치를 포함한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실질적으로 부동산에 투자된 부분에 과세하는 것이므로 (토지세보다) 덜 효율적이다. 그렇다 해도 그 재산세는 소득이나 고용에 대한 과세보다는 사람들의 선택행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작다. OECD의 연구에 따르면, 여러 종류의 주요 세금 중 부동산에 대한 과세가 가장 성장친화적이다.

Taxing land and property is one of the most efficient and least distorting ways for governments to raise money. A pure land tax, one without regard to how land is used or what is built on it, is the best sort. Since the amount of land is fixed, taxing it cannot distort supply in the way that taxing work or saving might discourage effort or thrift. Instead, a land tax encourages efficient land use. ...... Property taxes that include the value of buildings on land are less efficient, since they are, in effect, a tax on the investment in that property. Even so, they are less likely to affect people's behavior than income or employment taxes. A study by the OECD suggests that taxes on immovable property are the most growth-friendly of all major taxes.

이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단지 상식적 차원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이 문제와 관련된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부동산에 대한 과세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세금이라는 점은 많은 연구에 의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우선 이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는 OECD의 연구는 OECD Tax Policy Studies의 일환으로 발행된 Tax Policy Reform and Economic Growth라는 보고서인데, 여기서는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조세제도 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 부동산 과세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여러 가지 조세를 경제적 선택행위에 교란을 일으켜 장기적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있다. 이 순위에 따르면 소득세와 법인세가 가장 많은 교란을 일으키는 한편, 부동산 과세가 가장 적은 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되어 있다.2) 따라서 소득세나 법인세의 수입을 줄이고 부동산 과세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체하는 세수중립적인(revenue neutral) 조세개혁이 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말한다. 이 보고서는 장기적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주택에 대한 과세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부동산 과세는 효율성의 측면뿐 아니라 공평성의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Norregard(2013)는 경제적 선택행위에 대한 교란 이외의 관점에서 볼 때도 부동산 과세가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우선 부동산은 (국제적) 이동성이 없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과세가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고도로 세계화된 경제질서하에서 노동이나 자본처럼 이동성이 큰 생산요소에 대한 과세는 각국 정부에게 상당히 큰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낮은 세율을 찾아 외국으로 이동해 감으로써 조세수입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기고, 이 때문에 각국이 경쟁적으로 세율을 낮추는 상황, 즉 '바닥으로의 경쟁'(race to the bottom)이 일어난다. 그러나 부동산은 문자 그대로 이동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와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부동산 과세가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 Norregard의 주장이다.

또한 Norregard는 토지에 대한 과세가 토지의 효율적 활용을 촉진한다는 점에서도 장점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토지의 소유에 대한 과세는 일반적으로 그것의 소유자로 하여금 토지와 그 위의 건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만드는 유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토지의 효율적 활용을 촉진하는 데 과세의 주안점이 있다면 순수한 토지세가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세금이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왜냐하면 이 세금에 직면한 토지 소유자는 이를 최선의 용도로 활용하려 하는 유인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Norregard에 따르면 부동산 과세는 효율성의 측면뿐 아니라 공평성의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한다. 그는 부동산 과세가 과연 누진성을 갖는지 아니면 역진성을 갖는지에 대해 경제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전통적 견해에 따르면 부동산 과세 중 건물에 부과된 부분은 이동성이 큰 자본에 대한 과세의 성격을 가져 세입자, 소비자, 노동자에게로 부담이 전가되기 때문에 역진성을 갖는다고 한다. 그러나 40여 년 전 Mieskowski (1972)가 제시한 이래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새로운 견해'(new view)에 따르면, 부동산 과세의 부담은 누진적인 성격을 갖는다. 부동산 과세의 부담은 주로 토지와 자본의 소유자에게 돌아가는데 일반적으로 고소득계층이 토지와 자본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과세가 누진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전문가들은 부동산 과세에 대해 효율성과 공평성의 측면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Pagano and Jacob(2010)은 부동산 과세가 많은 경제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이 갖는 투명성(transparency) 때문에 많은 정치학자들의 지지도 받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부동산 과세가 갖는 장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이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아직도 각국 정부가 부동산 과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부동산 과세가 거의 언제나 납세자가 가장 싫어하는 세금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장점이 많은 부동산 과세가 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논의한 OECD 보고서, Norregard와 Pagano and Jacob의 논문은 이 의문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똑같은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부동산 과세가 납세자들 사이에서 아주 인기가 없는 세금이라는 데서 그 핵심적 이유를 찾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과세를 강화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납세자들이 부동산 과세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여러 사람의 연구로 밝혀진 바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Cabral and Hoxby(2012)의 연구를 들 수 있다. 그들은 미국 각지에서 납세자들이 어떤 종류의 조세에 대해 집단적인 반발을 일으킨 '조세반란'(tax revolts)이 자주 일어났는데, 이때 주로 반발의 대상이 된 것은 재산세(property tax), 즉 부동산 과세였음을 지적한다. 이에 비해 소득세, 판매세, 혹은 법인세에 대한 조세반란은 아주 드물었다고 한다.

그들은 Cole and Kincaid(2006)가 납세자들을 상대로 어떤 세금을 가장 싫어하는지를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는데, 그 결과는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다. 이 표를 보면 재산세, 즉 이 글에서 말하고 있는 부동산 과세가 거의 언제나 납세자가 가장 싫어하는 세금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재산세에 대한 반감의 정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해져 왔음도 관찰할 수 있다. 2005년에 이르러서는 응답자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2%가 재산세를 제일 싫어한다고 대답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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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ral and Hoxby는 주민들이 특히 부동산 과세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는 결정적 이유를 '가시성'(salience)에서 찾고 있다. 다른 세금과 달리 부동산 과세는 납세자의 눈에 바로 띄는 성격을 갖고 있어 그 부담이 특히 무겁게 느껴지고 그렇기 때문에 반감이 더 강해진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판매세나 부가가치세의 경우에는 물건을 사는 사람이 얼마만큼의 세금을 납부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자신이 1년 동안 얼마만큼의 소비세나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지는 더욱 알기 힘들고, 따라서 이런 세금의 경우에는 납세자의 특별한 주의를 끌지 않는다.

소득세의 경우에도 급여를 받을 때 원천과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부동산 과세만큼 납세자의 주의를 끌지는 않는다. 납세자들이 부동산 과세를 싫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의 부담을 회피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부동산은 이동성(mobility)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는 한 세금 부담을 회피할 방법이 없다. 효율성의 관점에서 볼 때 바로 이 사실이 부동산 과세가 갖는 장점일 수 있지만,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 세금 내기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 부동산 과세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주 용기 있는 정부가 아니라면 부동산 과세의 확대는 엄두조차 내기 힘든 형편이다


사람들이 부동산 과세를 싫어하는 이유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싫어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따라서 아주 용기 있는 정부가 아니라면 부동산 과세의 확대는 엄두조차 내기 힘든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IMF의 Norregard는 정부가 확고한 자세와 신중한 계획하에 이 과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개혁에 대한 각계각층의 저항을 이겨내려면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며, 하루아침에 개혁 작업을 끝내려 들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해 보면,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부동산 과세의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경제학계에 어느 정도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진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이동성이 없는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민간부문의 선택행위에 최소한의 교란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고, 따라서 다른 곳에서 거둬들이던 세금을 이것으로 대체함으로써 경제성장에 좀 더 호의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납세자들의 반감이라는 정치적 현실을 무시할 수 없고, 이와 같은 제약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복하느냐에 개혁 작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후의 승부수로 던진 것이 종합부동산세였다


이 맥락에서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2005년 처음 도입된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거의 무력화되는 운명을 맞은 종합부동산세다. 사실 종합부동산세가 처음 도입될 당시,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부동산 과세의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차원에서 정당화의 근거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서둘러 도입한 배경에는 당시 급박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던 부동산 투기의 열풍을 잠재우려 하는 의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이런저런 투기 억제책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자 최후의 승부수로 던진 것이 바로 이 종합부동산세였다고 볼 수 있다.

주택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는 이명박 정부 중반에 들어오면서 가까스로 진정되었지만, 여기에 종합부동산세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정확히 알아내기 어렵다. 종합부동산세보다 오히려 거세게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바람이 더 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종합부동산세가 상당 부분 무력화되었던 터라 이것이 투기 바람을 잠재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된 지 이미 10년이 넘는 기간이 지났지만, 이것이 과연 주택 가격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는 아직도 분명하게 밝혀지지 못한 상황이다.


종합부동산세가 갖는 진정한 장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를 부동산 투기 억제장치로만 보는 것은 이것이 가진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게 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도입에 앞장섰던 노무현 정부의 정책담당자도 그렇고 도입에 반대했던 보수세력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은 종합부동산세가 갖는 진정한 장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종합부동산세가 갖는 진정한 장점은 그것의 도입으로 인해 조세제도 전반의 효율성과 공평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도입 시점에서 벌어졌던 격렬한 논쟁에서 이 점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고, 논의의 초점은 오직 그것이 투기 억제책으로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만 맞춰져 있었다.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부동산 과세의 확장이 효율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이라는 점은 경제학계에서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납세자들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제약조건으로 작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만약 종합부동산세가 원래의 계획에 따라 제대로 정착되었다면 우리 조세제도의 효율성이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을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종합부동산세의 무력화와 더불어 우리는 조세제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경제적 능력에 따른 과세의 원칙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대부분의 나라가 소득을 유일한 경제적 능력의 대리변수로 보고 소득세를 능력원칙 구현의 중심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실행에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재산을 경제적 능력의 대리변수로 보고 이를 과세대상으로 삼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우리 주위를 들러보면 소득보다 재산이 경제적 능력의 더 좋은 척도라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관찰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를 위시해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재산세는 한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모두 더해 과세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경제적 능력에 대한 과세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다. 이 체제하에서는 여러 지역에 부동산을 분산해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누진과세를 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직적 공평성(vertical equity)의 원칙은 능력이 더 클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렇다면 종합소득세와 비슷하게 한 사람이 소유하는 부동산을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수직적 공평성의 원칙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종합부동산세는 그것이 갖는 투명성으로 인해 탈세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큰 장점을 갖는다.


모두가 다 알고 있듯,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일부 고소득자의 탈세로 인해 진정한 능력원칙의 적용이 어려운 현실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그것이 갖는 투명성으로 인해 탈세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큰 장점을 갖는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의 부유층 사이에서 부동산 사재기가 특히 현저한 점을 고려한다면 종합부동산세는 소득세에 뚫린 구멍을 훌륭하게 메워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이 격렬하게 반대했던 것은 워낙 투명한 세금이라 탈세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결정적 원인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도입될 당시의 종합부동산세가 아무런 문제점 없이 완벽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특히 소득의 흐름과는 무관한 부동산에 대한 과세가 갖는 본질적 문제로 인해 납세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면 납세자들의 반발을 크게 줄일 수 있었는데, 너무 욕심을 부린 나머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었던 것은 두고두고 후회스러운 일이다. 바로 이 전략적 실수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종합부동산세의 실질적 무력화를 가져온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그 당시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즐겨 들었던 예는 근근이 저축한 돈으로 집 한 채를 간신히 마련한 은퇴자가 처해 있는 딱한 사정이었다. 변변한 소득이 없는 터에 몇 백만원 혹은 몇 천만원에 이르는 세금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이 전 인구의 2%에 불과하고 나머지 98%의 사람들은 전혀 상관할 필요가 없는 세금이었다. 그러나 보수세력이 만들어낸 '딱한 은퇴자'라는 이미지는 종합부동산세야 말로 납세자를 마구잡이로 쥐어짜는 나쁜 세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이와 같은 인식의 확산에 보수언론의 선동적 보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실 이 딱한 은퇴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 이 딱한 은퇴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첫째로 생각할 수 있는 조처는 과세기준금액을 대폭 올려 중산층을 과세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다. 어떤 좋은 명분이 있더라도 중산층에게 상당한 금액의 추가적인 조세 부담을 안기는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두 번째의 조처는 1세대 1주택 고령자에게 연령별로 다른 세액공제를 허용한 이명박 정부처럼, 사회 통념상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계층에 어느 정도의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조처만으로도 딱한 은퇴자를 괴롭히는 세금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리라고 믿는다.

추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조처는 역모기지(reverse mortgage)처럼 종합부동산세 납세시기를 상속시점까지 연기해 주는 방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소득의 흐름과 납세액 사이의 괴리를 해소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량(stock)의 성격을 갖는 부동산에 대한 과세는 기본적으로 현금흐름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나 혹은 다른 방식을 통해 적절하게 조정을 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조정 메커니즘이 없었다는 것이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반감을 크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출범 당시 공시가격 9억원이 과세기준금액이었던 것을 욕심을 부려 오히려 6억원으로 낮추는 실책을 저질렀다. 이와 같은 조정으로 인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거 과세 대상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지역에 웬만한 크기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난데없는 세금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세금폭탄을 맞을 만큼 부유하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 계층이며 따라서 반감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세금폭탄을 맞게 될 사람은 전 인구 중 1%도 안 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보수언론은 '세금폭탄'이라는 틀(frame)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실제로 세금폭탄을 맞게 될 사람은 전 인구 중 1%도 안 되는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이 교묘한 틀은 세금폭탄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도 반대 대열에 동참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Pagano and Jacob은 사람들이 조세에 대해 어떤 틀에 의해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것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조세 그 자체의 성격도 중요하지만 어떤 틀을 통해 인식하느냐가 그에 못지않은 중요성을 갖는다는 말이다. 보수세력이 선택한 세금폭탄이라는 틀은 사람들로 하여금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근거 없는 반감을 갖도록 만드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2008년 9월에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제 개편방안』은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과세기준금액을 다시 9억원으로 인상하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1세대 1주택 고령자에게 연령별로 다른 세액공제를 허용한 것은 분명 긍정적 변화였다. 그 개편방안에서 종합부동산세의 실질적 무력화를 가져온 결정적 변화는 세율을 대폭 낮춘 것이었다. 원래 94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3%, 그리고 14억원에서 94억원에 이르는 부분에 2%의 세율이 적용되었는데, 개편을 통해 12억원 초과분에 대해 일률적으로 1%라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게 되었다.3)

그와 같은 세율 대폭 인하의 근거로 3%라는 세율이 원본을 잠식하는 징벌적 성격이라는 이유를 들었는데, 과연 그것이 세율 인하의 타당한 논리적 근거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크다. 예를 들어 주택분 과세표준이 94억원이라면 주택만 시가 100억원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뜻인데, 이들에게 3%의 세율이 징벌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90%를 넘는 수준에 있었던 세계 각국의 최고소득세율이 최근에는 40% 내외의 수준으로 내려 왔다. 소득의 40%는 징벌적이 아닌데 소유 부동산의 3%가 징벌적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과연 무엇일까? 뿐만 아니라 원본을 잠식한다는 지적에도 수긍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부동산에서는 임대료 소득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3%의 세율로 원본이 잠식된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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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이명박 정부의 개편으로 인해 종합부동산세 수입은 거의 절반 정도의 수준으로 주저앉게 되었다.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수입이 최고수준에 있었던 2007년에는 2조 7,671억원이 걷혀 국세수입의 1.808%를 차지했다. 그러던 것이 2009년에는 9,6772억원으로 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대 국세수입 비중은 0.627%에 그치고 말았다. 그 후 수입과 대 국세수입 비중이 약간 더 커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예전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다. 부동산 과세가 갖는 효율성과 공평성 측면에서의 긍정적 효과를 실현하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한 비중이 아닐 수 없다.


증세 대상의 첫 번째 후보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종합부동산세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가 섣부르게 실시한 감세정책은 경제를 되살리는 데 별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조세수입만 축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종합부동산세의 개편이 일반적인 감세정책과는 다른 관점에서 실시된 것이 실시되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조세수입을 크게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아무 다를 바 없다. 종합부동산세 수입이 줄어든 만큼 상대적으로 더 큰 교란을 일으키는 다른 세금으로 충당했음을 생각하면 과연 그와 같은 조처가 현명한 것이었느냐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최근 사회복지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조세수입 요구도 그만큼 커진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부르짖었지만 그것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미 명백하게 밝혀져 있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증세 대상의 첫 번째 후보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종합부동산세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 관점에서 이명박 정부에 의해 강제로 침대에 눕혀진 종합부동산세를 다시 일으켜 세우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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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기사들의 제목과 게재 일시는 다음과 같다. "Time for a property tax"(2012년 2월 4일), "Levying the land"(2013년 6월 29일),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 to buy votes"(2015년 7월 4일)

2) 다만 부동산 과세가 토지에 대한 것이냐 아니면 그 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한 것이냐에 따라 교란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토지에 대한 과세는 교란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건물에 대한 과세는 토지에 투자한 부분에 대한 과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3) 이와 같은 세율 인하는 주택분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것이며, 사업용 부동산이나 나대지 등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의 세율도 각각 절반 정도의 수준으로 인하했다.

4) 논리적으로 보면 소유하는 주택을 스스로 거주하는 경우에는 귀속임대소득(imputed rental income)이 발생하기 때문에 남에게 임대해 주는 경우와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 이 글은 한국경제학회에서 발행하는 '한국경제포럼'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