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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용(無寬容) 수사만이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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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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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파면된 박근혜가 사저로 돌아가는 광경을 보기 위해 식사도 미루고 TV 화면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6시에 떠난다는 게 7시도 넘어서야 떠나는 바람에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졌습니다.
드디어 경호 오토바이와 검은 승용차의 행렬이 어둠이 깔린 청와대 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 이래 탄핵을 받아 임기를 못 채우고 청와대를 떠나는 첫 번째 사람의 모습을 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사저에 도착한 그의 모습은 의외로 밝았습니다.
그가 꾸며낸 환한 미소가 마음속 그대로를 반영한 것이라고는 누구도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신네들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해도 나는 이렇게 건재하다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그 환한 미소를 짜냈을 것입니다.
또한 그 환한 미소는 그의 맹목적 추종자들에게 "나의 뒤를 따라 뭉쳐라."라는 무언의 신호였을 것임이 틀림없었습니다.

나의 이 짐작은 그가 사저로 들어간 후 민 모라는 국회의원이 대신 발표한 그의 담화에서 한 치도 틀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시간이 걸릴 테지만,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속으로 "아, 당분간 우리 사회가 몹시 시끄러워지겠구나."라고 탄식했습니다.
그 말 속에는 우리 사회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겠다는 명확한 의도가 실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청와대에서 쥐 죽은 듯 칩거하는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청와대를 떠나면서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짤막한 성명 하나 정도는 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그의 본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거는 헛된 기대였을 뿐입니다.

내가 그동안 여러 번 말한 바 있지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진 이래 그가 보인 행태를 보면 눈곱만큼의 애국심도 없는 사람입니다.
나라와 국민은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살 길을 찾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 와중에 나라가 두 동강이 나는 끔찍한 일이 벌어져도 그는 오불관언의 막가파식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그의 말은 우리의 민주헌정질서에 던진 도전장이었습니다.
어떻게 한때 대통령직을 가졌던 사람이 감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부정하는 말을 합니까?
더군다나 자신이 임명한 재판관까지 동의해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는데요.
헌재의 결정에 불복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민주적인 헌법질서를 부정한다는 것으로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면 감히 하지 못할 일입니다.

그러나 일단 내려진 헌재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를 추종하는 정치인들이 아무리 막말을 쏟아내도, 그를 맹종하는 군중이 아무리 난동을 피워봐도 헌재의 탄핵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그의 부질없는 행동은 오직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보통 수준의 아이큐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정도의 간단한 계산은 할 줄 알 것이 분명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제의 불복 발언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한동안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혼란을 빠른 시간 안에 종식시키고 그를 신성한 민주주의의 제단 앞에 무릎 꿇리는 길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에게 걸린 무려 13개나 되는 범죄혐의에 대해 무관용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만드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이제 검찰은 '정권의 개'라는 오명을 씻고 민주헌정질서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습니다.
지난번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할 때의 비겁한 태도를 버리고 박근혜의 범죄행위를 철저히 밝히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 민주헌정질서의 회복은 이제 검찰의 두 어깨에 달려 있습니다.
진실을 낱낱이 밝혀 민주헌정질서의 적들이 성난 국민 앞에 무릎 꿇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ps. 어제의 그 발언을 들으니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백번 옳았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그의 태도에 미루어 볼 때, 그는 헌법을 수호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