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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헌재결정 불복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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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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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연장 허가 여부를 둘러싸고 뜸만 들이고 있던 황 대행이 결국 불허 결정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던 내가 우스워지네요.
나라가 아니라 자기네 편의 이익에 그토록 집착하는 사람들인데 공명정대한 판단을 내릴 리 있겠습니까?
뻔할 뻔자 호위무사에게 뭔가 기대를 걸었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였습니다.

또한 헌재 변론 마감일에 대통령은 예상대로 끝내 출석을 하지 않고 마네요.
이것도 이미 충분하게 예상된 일이었구요.
자신이 억울하게 당했다고 불평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헌재 증언대에 서서 자신의 무죄를 떳떳하게 주장하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도리 아닌가요?
요즈음 그의 행보를 보면 나라를 이토록 큰 혼란에 빠뜨린 데 대한 미안함은 손톱만큼도 없어 보입니다.

대통령을 대변한다는 사람들이 헌재 법정에서나 시위 현장에서 보이는 추태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수준입니다.
떳떳한 법리논쟁은 사라져 버리고 막말의 퍼레이드만이 헌재 법정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거리에 나선 그들은 내란이니 시가전이니 하는 끔찍한 말로 공공연히 헌재 결정 불복을 선동하는 망동을 서슴지 않구요.

그들도 법률을 공부하고 법조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어찌 공공연히 헌재 결정 불복을 얘기하고 다닌답니까?
민주주의의 기본질서 수호에 가장 앞서야 할 사람들이 그걸 깨부수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지금 대통령과 그를 비호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 헌재 결정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나올 경우 이에 불복할 구실 만들기에 정신이 온통 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구실이란 것들이 구차하기 짝이 없는 것뿐입니다.
이것저것 말도 안 되는 것을 트집 잡아 불복의 구실을 만들려고 하는 걸 보면 애처롭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스스로 논리가 얼마나 박약하다고 생각되기에 그렇게 만인의 비웃음을 살 일까지 하려 드는지 모르겠군요.

내가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를 얼마나 더 엉망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겠느냐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 그들이 정신없이 몰고 있는 탄핵정국의 열차는 끔찍한 대충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얼마나 더 큰 불행을 안겨 주려고 이런 부질없는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는지 그저 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나라를 이토록 큰 혼란에 빠뜨린 장본인이나 그와 공동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손톱만큼의 애국심이라도 갖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구차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뉘우치고 있다면 의연한 자세로 사태의 수습에 팔 걷고 나서야 합니다.
그 결과가 설사 자신의 개인적 파멸을 의미한다 할지라도 공인이기에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마땅한 일입니다.

이 정권은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테지만, 국가와 국민은 영원히 지속되어야만 합니다.
정권을 며칠 더 붙들고 있으려는 욕심으로 구차한 짓을 거듭할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치유되기 힘든 상처만 입을 뿐입니다.
어차피 그는 우리 헌정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 뻔하지만 국가와 국민에게 더 이상의 죄를 지어서는 안 됩니다.

헌재가 어느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든 이에 승복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신성한 의무입니다.
지금까지 헌재는 공명정대하게 탄핵심판을 진행해 왔습니다.
대통령측 변호인들이 공공연한 더티 플레이를 자행하는 데도 답답하게 느낄 정도로 인내하는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그런데도 불복의 구실을 찾기에 혈안이 된 그들을 보며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인 이상 누구든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잘못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떻게 이를 수습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격이 달라지는 법입니다.
그들에게 공자님 같이 높은 격을 기대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범부의 격 정도는 기대할 수 있어야 마땅한 일 아닌가요?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