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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게 'Voodoo 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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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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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부시(Bush) 가문은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버지 부시(G. W. H. Bush)는 대통령이 되기 전 레이건(R. Reagan)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을 역임했습니다.
그런데 러닝메이트가 되기 전에는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레이건과 경쟁을 벌인 바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레이건은 신자유주의 색채가 강한 경제정책을 들고 나왔고, 이는 나중에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로 구체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레이건과 경쟁하고 있던 부시가 레이건이 제안한 경제정책을 Voodoo
Economics라는 경멸적인 표현으로 비판했다는 점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신념이 그리 강하지 않았던 부시로서는 감세와 규제완화를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하는 레이건이 뜬 구름 잡는 사이비 경제학을 포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Voodoo라는 것은 카리브 연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토속종교로 미국 사람들은 이상한 종교를 가리킬 때 이 말을 많이 쓰지요.
사실 남의 종교를 그런 경멸적인 맥락에서 사용하는 것은 실례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쨌든 부시는 레이건이 생각하고 있는 경제정책이 황당무계한 것이라는 의미로 Voodoo Economics라는 표현을 썼던 것입니다.

얼마 전 내가 쓴 글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이지 믿음이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조세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와 관련해 엄밀한 학문적 근거에서 어떤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차원에서 어떤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지요.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도 Voodoo Economics를 신봉하는 사이비 신자유주의 교도들이 많다는 뜻이었습니다.

어제 TV뉴스에서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된 국회토론을 보면서 그 Voodoo Economics의 실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한 의원이 법인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토론을 하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법인세는 기업이 내는 세금으로 알고 있잖아요?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법인세는 결국 국민이 부담하게 되는 겁니다."

사실 이 말 그 자체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습니다.
법인은 법률로 만든 인격체이기 때문에 법인이 조세부담을 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법인세의 부담이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지워진다는 말 그 자체는 아무런 하자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 말이 법인세율 인상 반대의 근거로 사용될 때 발생합니다.
그 발언을 한 의원은 사람들이 법인세가 부자들이 부담하는 세금인 줄 알지만, 실제로는 서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이다라는 점을 말하려 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는 마치 이것이 사실인 양 말하고 있지만, 엄밀한 이론적 검증을 받은 주장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순수하게 이론적으로만 보면 법인세는 상품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로 전가될 수도 있고, 임금 하락을 통해 근로자에게로 전가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가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로 전가되고 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경제학 연구가 활발한 미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그리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드문 상황입니다.

따라서 법인세 부담이 서민들에게로 전가된다는 것은 이론적 가능성에 그치는 말일 뿐, 실증분석을 통해 확립된 명제가 아닙니다.
그 국회의원은 마치 그것이 실제로 입증된 사실인 양 발언한므로써 현실을 왜곡한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믿음에 기초한 Voodoo Economics의 좋은 예가 아닐까요?
즉 "법인세율 인상은 나쁜 것이다"라는 믿음을 우선 만들어 놓고 거기에다 존재하지도 않은 증거를 뜯어 붙였다는 점에서 Voodoo Economics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요.

그 다음 장면에서는 총리가 답변을 하면서 법인세율을 올리면 투자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이것이야 말로 Voodoo Economics의 더 좋은 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최근에 쓴 논문에서 미국의 감세정책이 투자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정설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즉 거의 모든 실증연구가 여러 가지 법인세제상의 투자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법인세율을 내림으로써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임이 밝혀져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투자가 줄어든다는 총리의 발언은 아무런 경제이론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자기만의 주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발언 역시 "법인세율 인상은 나쁜 것이다"라는 믿음에 기초한 비과학적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Voodoo Economics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법인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충고할 것이 있습니다.
반대를 하려면 좀 더 엄밀한 이론적 근거를 찾아보고 그런 주장을 하라는 충고입니다.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해 줄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찾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