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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참치 영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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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가 무르익을 즈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벗들이 반가운 자리였다. 다만 건너편 무리가 좀 흠이었다. 테이블 4개를 차지한 무리가 쉴 새 없이 큰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목소리가 큰 아저씨가 있었다. 40대 중반으로 보였던 그는 연신 옆자리 젊은 부하들의 어깨를 만지고 엉덩이를 두들기며 껄껄 웃어댔다. 너무 시끄러워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까 고민하던 사이, 느닷없이 들려온 그의 어색한 육성 외침이 우리 일행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이! 이! 에바참치야!"

종이신문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어떤 독자들은 '에바참치'가 뭔지도 잘 모를 것이다. 온라인 독자라면 이 단어를 들어보았을지도 모른다. 10대들 사이에선 '에바꽁치곰보팡팡' 등 여러 파생단어도 떠돈다. 이 단어는 유래조차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하필 왜 '참치' '꽁치'인지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다만 이 단어가 10대들 사이에서 입에 착착 감겨 빠르게 확산되었다는 정도까지만 정설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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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단어가 서울 시내 고깃집 술자리에서 아저씨의 큰 외침으로 발현되면서 '에바참치'는 한국 40대 남성들의 처지를 끌어안고 말았다. 소위 '급식체'라 불리는 10대들의 언어를 따라 하는 것이 요즘 40대 남성들의 유행이란다. 20대 친구에게 물어보니 '에바참치'라는 단어를 40대가 쓰게 되면 '아재'가 된다고 설명해주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어떤 '아재'들은 '아하? 에바참치라는 단어를 쓰면 멋져 보이겠군?' 하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니다. 신조어의 점유는 권력구조를 보여주고, 그 권력을 지닌 이들의 소외를 함께 드러낸다. 칭찬인 줄 알겠지만 어떤 세대에게 '아재'는 다른 뜻으로 해석된다. 작년 초 한 방송사는 '아재'라는 단어가 '꼰대'와 다르게 중년을 친근하게 부르는 단어라 소개(주장)했다. 같은 계열 뉴스통신사는 '아재개그가 사랑받는다'는 기사를 지난주에 또 내놓았다. '아재파탈'이니 '영포티'니 하며 40대 중년 남성의 가치를 드높이려는 신조어와 선전들이 온갖 미디어가 동원되어 꾸준히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30대 이하 세대에겐 그들의 집요한 자기 포장 시도로 여겨져왔을 뿐이다.

자신의 매력을 스스로 발현하지 못해 세대를 포장하는 신조어를 만들고, 급기야 10대들의 언어까지 따라 하는 40대 남성들의 최근 유행은, 그들이 차지한 자본과 권력에 반하여 아래 세대로부터 꾸준히 소외받고 방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처한 위기의 원인은 멀리 있지 않다. '아재' '영포티' 이하 젊은 세대를 부르는 호칭들을 보자. '88만원 세대'부터 '3포 세대'까지, 희망적인 표현이라곤 하나도 안 나왔다. 40대 남성을 포장하는 신조어가 뭐가 또 나오든, 그것은 그들끼리의 자화자찬으로 끝날 것이다. 아래 세대를 향한 인정 욕구는 세대를 넘나드는 공존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되어야 했다.

젊은이 유행어 따라 하기에 노력하는 분들에게 전해드린다. '줄쓰큰'을 들어봤는가? '한국 남자'를 '한남'으로 줄여 부르는 여성들에게 일련의 남성들이 반발하면서, 이제는 '줄여 쓰면 큰일 난다'고 '줄쓰큰'이라 부른다. 어쩌다 '한국 남자'라는 지칭이 남성 스스로도 창피해하고 발끈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함께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지금 한가하게 '에바참치' 같은 단어나 주워 외칠 때가 아니다.

* 이 글은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