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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돼야 마땅한 대학구조개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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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김선동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 13명이 '대학 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대학구조개혁법)을 발의하였다. 19대 국회에서 김희정 법안과 안홍준 법안으로 발의되었다가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던 대학구조개혁법이 20대 국회에 들어서자마자 병아리 눈물만큼 수정되어 재발의된 것이다.

이렇게 대학구조개혁법이 계속 발의되는 맥락은 잘 알려져 있다. 출산력 저하로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2023~24년이 되면 대학 정원이 지금보다 16만명 정도 밑돌게 된다는 것이다. 16만명이면 입학 정원 1천명짜리 대학 100개가 문을 닫을 일이라는 식의 위기의식이 조장되고,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잡았고 신나게 칼을 휘둘러왔다.

하지만 "16만" 운운하며 패닉을 조장하는 학령인구 감소 문제는 전형적인 '가짜 사건'(pseudo event)이다. 왜냐하면 학령인구의 감소가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면 그들이 대학 입학 연령에 이르기 전에 이미 유치원과 초등학교와 중등학교가 초토화되었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그런 일을 들어보지 못했다.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들이 폐교되는 것을 둘러싸고 갈등이 있었지만,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본질적으로 인구의 도시 집중, 특히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문제이지 학령인구 감소 때문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일어난 일은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서 교사를 더 채용하지 않았는데도 초중등 학교에서 교사 대 학생비가 빠르게 개선되었다는 것뿐이다. 예컨대 2000년대 초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교사 대 학생비는 약 1 대 28이었는데, 2015년에는 1 대 15가 됨으로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 되었다.

현재 대학의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는 얼마일까? 1 대 28.7이다. 그렇다면 학령인구 감소로 말미암아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대학에서 일어나면 안 되는 것일까? 왜 학령인구의 감소를 큰 재정 투입 없이 전임교원 대 학생비를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으로 올리는 기회로 삼으면 안 되는 것일까?

차이점은 학교 운영비와 교사 인건비를 기본적으로 정부가 책임지는 초중등교육과 달리 대학은 거의 전적으로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데 있다. 이미 정부는 너무 치솟은 대학 등록금 때문에 제기된 '반값 등록금' 요구를 차등적인 국가장학금 지급으로 유도해 절반의 예산으로 때운 바 있다. 그리고 지금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서 생기는 대학의 재정 악화를 증세 없이 해결하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이런 작업을 위해 마련된 대학구조개혁법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정원 조정을 위한 평가와 명령권을 교육부 장관에게 독점적으로 귀속시켜 교육부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폐지되는 대학 잔여재산을 학교법인 설립자, 이사(장), 또는 법인 "특수관계자"(정말 수상한 명칭이다)가 챙겨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 즉 정원 조정은 국가장학금과 재정지원사업을 대학평가와 연계한 현행 방식만으로도 교육부가 원한 만큼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니 법안의 진짜 목표는 후자인 듯하다. 법안대로면 대학이 문을 닫아 실직하는 교직원에게는 대통령령에 위임되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는 직업훈련비와 명예퇴직 수당을 던져주고, 졸지에 학교가 없어진 학생에게는 그 학기 등록금을 돌려주는 정도로 퉁치는 대신, 법인 이사나 특수관계자는 수십년간 등록금과 정부지원으로 불어난 잔여재산을 살뜰히 털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 말이다. 가히 개돼지와 사람이 따로 있는 '신분제 강화' 법안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