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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를 살린 고릴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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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사살된 고릴라 하람베에 대한 처리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네살 남자아이가 떨어지자 위험을 고려해 그를 사살한 동물원의 조처가 과연 최선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사람을 살린 고릴라도 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작은 섬 저지의 저지동물원의 잠보는 그의 헌신성으로 동상까지 세워졌다. 이곳에서도 1986년 8월 다섯살짜리 어린아이가 고릴라가 감금된 사육사로 떨어졌다.

jambo merritt

관련 동영상: 저지동물원의 고릴라 잠보

고릴라 잠보는 어린아이에게 다가가 보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다른 고릴라의 접근을 막는 것처럼 보였고, 이어 어린아이의 등을 두드린다. 정신을 잃은 어린아이가 깨어나 울음을 터뜨리자 고릴라는 떨어져 물러난다. 구조팀이 투입되고 상황은 일단락된다. 잠보는 '사람을 지킨 고릴라'로 미디어의 영웅으로 추앙됐다. 다큐멘터리가 제작됐음은 물론 동상까지 세워졌다. 저지 동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동물원으로 거듭나 성장했다.


가까이는 1996년 8월 미국 일리노이주의 브룩필드 동물원에서도 어린아이를 보살핀 고릴라가 있었다. 이 동물원의 빈티 주아는 자신의 우리에 떨어진 세살짜리 아이를 보호했다. 다른 고릴라를 막아서며 접근을 막는 것처럼 보였고, 아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등을 두드리다가 동물원 직원에게 데려다 주었다. 빈티 주아도 '사람을 구한 고릴라'로 당시 미국 미디어의 영웅이 됐고, 동물들이 지닌 이타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종종 인용되곤 했다.

관련 동영상: 브룩필드동물원의 고릴라 빈티 주아

신기할 게 없다. 동물행동학자들은 빈티 주아와 잠보의 행동을 유인원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인 행동으로 해석한다. 우리는 그들을 인간을 구한 훌륭한 동물로 칭송하지만 그들에겐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동정과 위로 등은 유인원에게서 나타나는 행동이다.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빈티 주아가 그다지 특별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며 "자기와 같은 종의 어린 것이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에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시내티 동물원은 매뉴얼에 따른 사살이었고, 가장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인간이 감금되어 있다고 생각해보라. 동정과 위로의 본성이 있는 반면 공격성도 우리에게 있다. 고릴라도 마찬가지다. 동물단체들도 하람베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동물원의 처리 그 자체를 두고 비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제는 이런 이타성을 지닌 동물들을 감금하는 우리의 문화 그 자체일 것이다.

유인원과 돌고래 등 비인간인격체의 법적 권리를 위해 운동하는 미국 단체 '논휴먼라이트 프로젝트'의 스티브 와이즈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신시내티 동물원이 복잡한 정신세계와 친절함을 갖춘 동물에게 그런 대우를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그들을 노예로 대웅하는 것"이라고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이번 사건은 동물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