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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Headshot

서서 하는 게 무용하다는 걸 증명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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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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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격에 치중한 후보들은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피력해야 할 시간을 남이 왜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지 주장하느라 다 날려먹었다.


2.

후보들은 공방 속에서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언어습관(말투, 어조, 낱말 선택, 맥락)이 안 되어 있다. 유승민 후보만 조금 낫다.


3.

이번 토론은 3인 이상 다자토론에서 서서 하는 것이 무용하다는 증거다. 제자리에서 서 있기만 할 거면 의자를 사용 안 할 이유가 없다. 오로지 체력 하나 보자는 것밖에 안 되는 건데, 만약 신체장애를 가진 후보가 나올 경우 신체부자유자에게 매우 폭력적이고 비하적 환경으로밖에 의미가 없다.


4.

칭찬해 줄 사람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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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심상정

민주정부 10년의 대 노동인권 정책 등에 반론을 가질 순 있다. 그런데 그 게 10년 전이다. 단순히 더민주와 문재인 후보의 노동 정책만을 문제 삼아도 될 일이었다. 노무현 정권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노무현 이름을 꺼내나. 주장의 전개 방식만 보자면 진보정당이라는 이름으론 참 '가오'가 안 서는 태도다. 정의당과 심 후보는 미래의 노동인권을 위해 어떤 진보적 정책을 펼쳐 갈지를 더 많이 이야기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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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홍준표

머리 나쁜 사람인 양 굴지만, 머리 나쁜 사람 아니다. 이 사람은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발언 한다. 대선 이후만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 사람은 왜 출마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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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유승민

대상에 대한 자신의 선택적 인식을 대전제로 논리를 강요하는 전형이다. 정치적 행동으로는 좋지만, 듣는 사람은 유권자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왜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를 설득하지 못하면 의미 없는데, 타 후보의 인식이 다르단 걸 '이해 못하겠다'라는 태도로 가는 건 방법이 아니다. 가령 전술핵과 핵미사일을 단순 등치시키는 언행은, 비대칭전력 강화를 고수하는 북한에 대한 후보 간 인식차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어필할 기회였는데 난 생각이 달라만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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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문재인

순발력이 떨어진다. 할아버지 같은 말투의 홍준표보다도 자기 호흡을 만들지 못했다. 타 후보들의 집중 공격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는데, 집중된 시선을 받을 때 그걸 자신의 쇼 무대로 만드는 것에 연구하지 않은 느낌이다. 각 정책 사안마다 내려진 결론들이 어떤 큰 틀에서 어떤 지점들이 고려돼 나온 건지 매끈하고 간결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몇몇 질문들은 이미 이전 토론 때 나온 것이었는데, 동일한 공격에 동일한 대응을 한 것은 치명적이다. 다만 안철수 후보를 상대하는 전략은 매우 잘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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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안철수

반론할 때엔 균일하고 정제된 언어를 써서 잘 전개하는데, 질문할 때엔 질적 수준이 급격히 떨어진다. 수성에만 준비가 잘 돼 있다는 건 타후보와 자신의 변별성이 무엇인가 철학적 근본을 고민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이건 의외인데) 현재의 정당 간 철학지도를 정확히 그려 놓지 않은 데다 별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 정치지형을 공학적 시각으로만 보고 그걸 어떻게 국민적 에너지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어 보인다. 옳다고 믿는 주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다양한 욕망을 가진 시민사회의 협의로 만들어 가는 데 대한 철학적 실체적 고민이 필요한데 이것이 없어 보인다. 가령 교육 목표를 '창의' '인재'의 '양성'으로 주장하는데, 이는 산업시대에서 인간을 재화로 여기던 경쟁적 교육목표의 연장이다. 교육이 각자의 행복을 위해 저마다의 실존을 고민하는 통로가 되어야 그 이후 삶에서 벌어질 다양한 파도 앞에서 각 개인이 생존의 힘을 얻는다. 결국 안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창의력을 기르지 못한 학생은 인재로 평가 받을 수 없으며, 그에 따라 사회에서 낙오되더라도 손 쓸 길이 없어진다. 이건 정확히 현재의 교육제도가 가진 문제점과 일치하며 행복에 대한 욕망을 고민하느라 현실의 무게에 힘겨워 하는 사람들에게 대책이라고 내놓을 수 없다. 인간 사회에 대한 철학의 부재가 보인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