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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이 정말 "이승만 박정희가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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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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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앙일보] 안희정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모두가 대한민국"

제목부터 기사 내용까지 묘하게 내용을 비틀려는 중앙일보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 동영상을 보면 드러난다. 동영상 속 안희정의 발언 맥락은 이러하다.

1) 우리에겐 부끄러운 역사'도' 있었다.
2) 그럼에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민주국가 만들었다.
3) 그 자체가 자랑스러운 역사다.
(편집점)
4) 이 역사 여정에 김구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포함된다. (강조편집)
5) 국민을 주체로 놓고 보면 부끄럽거나 자랑스러운 다양한 정권을 통해 국가를 발전 시킨 건 국민역량이다. 국민은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자격 있다.


2.

부끄러운 역사'도'에 주목하자. 이 '도' 때문에 그 반대항인 자랑스러운 역사경험이 안 지사 인식의 주된 줄기라는 게 역 도출된다. 따라서 부끄러운 역사에 속하는 정치세력 혹은 정치인이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승만과 박정희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고 있지 않다. 그의 지금까지 정치인생을 염두에 두고 전체 맥락상 보면 그들은 부끄러운 역사에 속한다. 부끄러운 이승만 박정희 조차 국민들이 이겨내고 경제대국 민주국가를 건설했으니, 자랑스러워 해야 마땅하다는 발언으로 이해하는 게 문맥에 맞다.



3.

그러나 기사 첫 문장에 발언을 옮겨 놓은 큰 따옴표엔 안희정이 연결 발언한 적 없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속에 김구 이승만 박정희...'를 넣었다. '역사에 속에'라는 오타에 주목하길 바란다. '자랑스러운 역사'와 '이 역사 속에'라는 각기 다른 두 문장을 억지로 합치느라 실수가 빚어졌다. 이 왜곡 편집한 문장으로 인해 안희정이 마치 이승만 박정희를 자랑스러운 역사로 말한 것처럼 변질시켰다. 이러한 변질의도 때문에 동영상의 '이 역사 속에' 앞에 편집점이 생겼고, 그 뒤로는 특별히 볼드체 이름을 넣어 그래픽 강조편집했다.



4.

즉 기자는 안희정이 이승만 박정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전제를 깐 후, 전체 기사의 흐름을 이 색체에 맞게 관련 없는 몇 마디 말을 끼워넣어 흐릿하게 진행 한 뒤, 말미에 첫 문단의 발언을 논거 삼아 안희정이 보수 입맛에 맞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결론 짓는다.

중앙일보는 아주 명백하게, 안 지사가 '보수에게 손짓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이승만 박정희를 긍정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중앙일보의 이 같은 행태는 몇 가지 특정한 의도의 가능성을 추측케 한다.



5.

첫째,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의 몸집을 키우려 한다. 그러면 목표는 문재인이다. 양측의 대등한 대결을 유도한다. 지지자간 세 경쟁도 커진다. 두 후보 사이의 경쟁은 정국의 주요쟁점이 된다.

둘째, 안 지사의 발언을 왜곡하여 그를 우클릭인사로 광범위 하게 유통시키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낙인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민주당 경선은 사상검증과 이념전으로 간다. 현재 민주당 지지율 기세로 보면 이 상황은 큰 화제성을 갖는다.

셋째, 민주당의 경선이 사상검증과 이념전으로 가면 보수와 중도층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준다. 이 경우 문 지지자들은 보수 중도층에 의해 문패권주의자가 되고 문재인의 이미지는 더욱 고립되고 악화된다.

넷째, 악화된 문재인이 대선에 나오면, 보수중도는 민주당 경선에서 인식한 문과 문지지자들의 사상적 패권주의 이미지를 기본 전제로 판단하게 된다. 밉상 교조주의자, 올바름을 전유한 사상 패권주의자, 사회를 선악으로 이분하는 갈등유발자의 이미지가 확고히 자리잡는다. 제3지대 후보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

다섯째, 이로써 이득을 얻는 것은 바른정당뿐만이 아니다. 국민의당도 이익 지점이 같다. 즉, 지금 안희정 왜곡으로 미래에 반사이익을 얻는 것은 제3지대론 혹은 대안적 인물론에 발을 걸치고 싶은 세력들이다.

여섯째, 안희정이 왜곡된 이미지를 갖고도 혹은 가진 덕분에 경선을 통과 해 대선에 나설 경우, 탈락한 지지세 1위인 문재인과 최대세력이 등돌린 대선주자 안희정으로 민주당 내부세력이 양분되고 균열이 생긴다. 현재 문재인 조직력과 지지세력 성향을 보면 내홍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일곱째, 대선후보임에도 안 지사는 민주당 내에서 소수그룹이 되어 곤란을 겪게된다. 여기에 대선 과정에서 보수의 인식과 다른 발언을 하거나 부정할 경우 사면초가가 된다. 안희정도 고립된다. 대통령 된 뒤에도 더 심해진다.

여덟째, 안 지사가 대선 과정 중에 보수지지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주장을 할 경우, 합리적 보수 혹은 중도보수를 자처하는 대선주자에 관심이 쏠릴 수 있다. 문재인이 나서는 것에 비하면 안희정은 만만해진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에 기회가 생긴다.



6.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안희정의 발언이 왜곡되고 있는지 안희정 지지자들보다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런 식의 기사 제목과 편집영상에 휘둘려서 욕할 때가 아니다. 보수 매체에 의해 안 지사가 보수 입맛에 맞는 이미지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안희정과 문재인은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는 이란성 쌍둥이고, 서로의 다름 때문에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건설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신호를 국민에게 줘야 한다. 그래야만 문재인의 보수 침투력도 향상된다. 문 지지자들은 안희정을 지키는 게 문재인을 지키는 것이다.



7.

안 지사가 진정 대선 후보가 되고 싶다면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 가급적 헌재의 결론이 나오기 전에, 아주 분명하고 단호한 언어로 본인의 지향점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대형 이슈가 횡행할 때 하면 늦다. 그렇게 해서 보수 매체가 자신을 마사지하는 걸 막아야 한다. 경선 시작 후는 꽤 늦고, 대선 후보가 된 뒤로는 심각할 정도로 늦으며, 대통령이 된 뒤에 하면 실패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의와 대의에 걸맞은 포괄적 언어는 이제 충분히 들었다. 그러니 정밀한 지점을 정확히 타격하는 언어를 써야 한다. 이승만의 동족 학살이 부끄러운 역사인지 아닌지, 박정희의 독재와 헌정 파괴가 부끄러운 역사인지 아닌지는 쉬운 질문이다. 답도 쉽다.

간단하다. 이승만 박정희는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에 속하는가? 이 대답에는 '네, 아니오'밖에 없다.


8.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 것이니 반면교사로 삼고 이를 극복한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자고 말하려면, 우선은 부끄러운 대상이 뭔지부터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유권자에게 명료한 말로 발표해야 한다. 그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는 국민들이 현실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언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