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최종훈 Headshot

정보 파놉티콘과 카카오톡 검열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2014-10-14-panopticon1.png

카카오톡 검열로 인해서 해외 메신저업체인 텔레그램으로의 이른바 망명이 진행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흐름이 종잡을 수 없게 되자, 다음카카오는 종전의 입장을 바꾸어, 사과발언과 함께 감청영장에 대해 응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했다. 이 카카오톡 사태를 지켜보면서, 얼마전 읽은 "파놉티콘 - 정보사회 정보감옥 (홍성욱 저)"이라는 책의 내용이 자연스레 연결되었다.

이 책은 벤담의 파놉티콘이라는 원형감옥의 원리와 현재 인터넷 정보기술로 구현된 네트워크 사회와의 유사성에 착안하여 쓰여진 책이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철학을 주창한 19세기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파놉티콘이라는 죄수를 교화하기 위한 원형감옥 시설을 제안했다. 파놉티콘(Pan-Opticon)의 뜻은 '다 본다'라는 뜻이다. 파놉티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책에 있는 한 대목을 아래에 인용한다.

벤담이 제안한 바에 따르면 파놉티콘 바깥쪽으로 원주를 따라서 죄수를 가두는 방이 있고 중앙에는 죄수를 감시하기 위한 원형 공간이 있다. 이 중 죄수의 방은 항상 밝게 유지되고 중앙의 감시공간은 항상 어둡게 유지되어, 중앙의 감시 공간에 있는 간수는 죄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포착할 수 있는 반면에 죄수는 간수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없다. 파놉티콘에 수용된 죄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간수의 시선 때문에 규율을 벗어나는 행동을 못하다가 점차 이 규율을 '내면화'해서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게 된다는 것이 벤담의 생각이었다.

2014-10-14-panopticon2.png

위의 설계도에서 보이듯이 파놉티콘이라는 원형감옥은 아주 작은 인원으로 감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에 더해서, 죄수 스스로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내면적 규율화를 통해 자기 검열의 효과를 함께 가지고 온다. 미셀 푸코는 이 파놉티콘의 원리를 통해 "감시와 처벌"이라는 책에서 근대의 규율 권력을 규정짓는다. 근대의 규율 권력에서는 권력자가 만인을 감시하는 비대칭적인 시선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규정짓고,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행위를 제어한다.

이 파놉티콘의 감시 원리는 포드주의로 대변되는 대량생산으로 최적화되어있는 공장의 작업장에서도 드러났다. 그리고, 특히 인터넷과 여러 전자기기의 발달과 함께 이루어진 정보화 사회에서 이 파놉티콘의 감시의 원리는 뚜렷하게 관찰되고, 정보감옥인 정보 파놉티콘을 구축했다. 전자지문 데이터베이스, CCTV, GPS를 통한 위치 추적, 인터넷 사용을 통한 소비, 재정, 학력 정보들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서 국가기관이나 기업에서 손쉽게 개인을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이러한 새로운 감시 체계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 체제 구축'을 만들었고, 특히 한국과 같은 작은 시스템에서는 시민으로서 행사하는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도 촘촘한 전자감시망을 통해 직장에서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많은 이용자들이 검찰의 영장요구에 응할 수 없는 외국업체인 텔레그램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현상은 정보 파놉티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을 듯하다. 누군가가 내가 친구와 지인과 나누는 사적인 대화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은 파놉티콘 원형감옥의 중앙의 감시공간에 간수가 감시하고 있을 때 느끼는 내적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간수가 정해놓은 규율들을 내면화하듯이 자기 의견을 표현할 때 무의식 중에 자기 검열을 행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인터넷과 메신저를 통해 자유롭게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현대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이러한 자기검열 시스템은 표현의 자유를 현격하게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 정보공개 문제는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난 문제는 아니다. 2005년 야후는 중국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서, 야후 이메일을 사용하는 중국 내 반체제 인사들의 명단을 넘겨주었다. 그 중 반체제 성향의 스타오 기자는 자신의 신문사에 중국 정부가 보낸 메세지를 외국인들에게 공개했다는 국가기밀누설죄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중국 정부의 추적을 야후가 도와주어서 8년형, 4년형을 받은 반체제 인사들도 있었다. 구글도 중국정부의 요청에 따라 요주의 사이트들이 검색결과에 나타나지 않게 하고, '인권'이나 '민주주의'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들을 차단한 검색엔진을 제공함으로써 비판의 대상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이번 카카오톡 사태는 점점 정보네트워크가 촘촘해져가는 현대사회의 흐름에서 개인들의 프라이버시가 어느 정도까지 보호받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수많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IT 기업이 개인의 프라이버시 강화를 위해 회사의 사적 이익을 넘어서서 어떠한 공적 책임을 져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하였다. 무엇보다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국가가 명예훼손과 개인 정보의 수집 및 프라이버시 침해 사이에서 어떠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보았는지 한 번 돌아봐야 할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이번 텔레그램으로 대거 이동하는 사태는 정보 파놉티콘에 놓여진 개인이 감시에 대한 불복종을 생각보다 아주 쉽게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그만큼 개인의 프라이버시란 권리와, 열린 의견교환과 표현의 자유가 소중해서일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책은 다음과 같은 마지막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프라이버시란 죽었다고 간주해야 할 권리가 아니라 21세기에 적극적인 의미로 새롭게 부활시켜야 할 기본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