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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행동을 하라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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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국방위에 이어 15일 '조선일보'에서 이틀 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자 사건을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귀순자에 대한 북한군의 사격이 남쪽 구역까지 이어졌는데 "왜 우리 군이 응사하지 않았느냐"고 호통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경계 실패"는 물론 "작전의 실패"라고 이 사건을 부각시키며 정부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사람 여럿 잡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이 용납된다면 정말 큰 일 납니다.

우선 판문점에서의 군사작전 개념을 보면 휴전선(MDL)과 완전히 딴판입니다. 휴전선의 경계는 영토를 방위하는 것이지만 판문점에서의 군사작전은 안정적인 회담 기능을 유지하는 데 맞추어져 있습니다. 전투가 주목적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남과 북의 소초 간 거리는 이번 사건이 일어난 지점의 경우 30미터이지만 가까운 곳은 5미터밖에 안 됩니다. 남과 북의 군인이 너무 근접해서 섞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특이한 공간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우발적으로 사격을 하면 다 죽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근무자들이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군이 자기네들끼리 총질을 하는데 우리가 사격을 안했다고 질타를 하다니요.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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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유엔사령부는 어떤 작전지침을 갖고 있을까? 제가 JSA에서 근무했던 육사 출신 장교에게 물어보았더니 "무조건 현장으로부터 철수하거나 은신하라"는 것입니다. 일단 비상을 발령하고 인근에 있는 미군 특수부대나 한국군 타격대가 증원되기를 기다려 안전을 확보한 후에 여건을 보고 응사하라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는 지 상황을 판단하고 확전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근접해서 서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군다나 우리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지 않는 사격에 곧바로 응사하게 되면 이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주변으로 순식간에 확전되어 대규모 충돌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유엔사령부가 절대 용납하지 않는 군사작전입니다. 지금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는 금지된 행동을 하라는 것입니까? 우리 쪽이 피탄이 되었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런 문제는 처리하는 절차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현장을 통제하고 부상당한 귀순자를 구출한 대대장은 육사 54기로 연대장 생도 출신의 엘리트 장교입니다. 만일 판문점 경비 도중에 우발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자신이 제일 먼저 목숨을 걸고 뛰어들 장교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주변 작전환경과 절차를 잘 알고 있고, 이번에도 훌륭하게 사건을 처리했습니다. 훈장을 주어야 합니다. 괜히 사격 안했다고 트집 잡는 야당과 언론이 개탄스럽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