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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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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RIMINATION
Peter Csaszar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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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을 먹으려고 국회를 나서는 데 정문 앞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1인 시위를 합니다. 피켓을 읽어보니 "대졸·고졸자 임금 격차를 줄이라"는 내용입니다. 어디서 학력으로 인한 차별을 많이 겪으신 모양입니다. 문득 두 가지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먼저 우리 아버지. 지방의 사범학교를 나와 초등학교 교사를 지내면서 중앙 일간지에 등단한 작가였고, 스스로에게 자신 만만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부터 중등학교 국어 교사 시험만 응시하면 번번이 낙방했습니다. 그 까닭을 알 수 없어하다가 안 되는 셈 치고. 한 번은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 응시하니까 이번에는 전국 차석으로 합격했습니다. '역시 이것이었구나'. 진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다시는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하셨지만 젊은 날의 상실감을 평생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40년이 지나서 이번에는 우리 아들. 이 아이는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고3 때 병역특례자로 취업하였다가 사기 당하고 군대로 방향을 틀면서 기무사령부나 사이버사령부, 또는 작전사령부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게 꿈이랍니다. 참 별난 아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악착같이 준비해서 자격증만 16개에다가 온갖 스펙을 다 쌓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직이 후방 병원의 전산병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남들은 "편한 곳으로 배치되어 좋겠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크게 실망한 것이지요.

저도 "본인 운이겠지"라며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합참의장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데 그 아들이 병사로 기무사령부에 근무한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무사는 대학재학 이상의 병사만 선발한다는 내부 기준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일하고 싶어 하던 사령부는 다 그랬습니다. 결국 불가능한 도전이었던 셈이지요. 아무리 실력을 쌓고 스펙을 갖춰도 안 되는 것이지요. '역시 이것이었구나'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저는 아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차별받는 사람들은 보통 그러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른 채로 차별을 받습니다. 그러한 차별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갖은 노력을 다하다가 실패한 이후에야 그 이유를 깨닫습니다. 차별의 기제는 보통 은폐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조장하는 법과 제도는 명확치 않지만 실제로는 그 차별의 기제는 너무나 강력히 작동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겪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출신, 학력, 성별, 국적, 성적 취향 등 배제의 논리는 차고 넘칩니다. 그 은밀하면서도 명확한 차별의 기제는 불가능한 꿈을 꾸도록 함으로써 개인에게 큰 상실감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저는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은밀한 차별은 사회의 통합을 해치는 부정의이자, 도덕적 타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꿈은 차별금지법 제정일 것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